규원가(閨怨歌)
엊그제 젊었더니 어찌 벌써 이렇게 늙어버렸나
부모님이 이몸 낳아 기르며 몹시 고생하며 길러낼 때
전생에 무슨 원망스러운 업보가 있었길래 마치 살얼음 디디듯 하였다.
열 다섯, 열 여섯살을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 저절로 타고나니 봄 바람 가을 물 곧 세월이 베틀사이에 북이 지나가듯 빨리 지나가 내 얼굴을 내가 보고 알거니와 어느 님이 사랑 할 것인가
여러 사람이 떼지어 다니는 기방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그녀는 세 가지의 한을 입버릇 처럼 말했었다고 합니다.
허난설헌의 글과 그림
겉으로는 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님에 대한 생각이야 없을 것인가? 규방 앞에 심은 매화 몇 번이나 피었다 졌는고?
겨울밤 차고 찬 때 자국 섞여 내리고,
가을 달 방에 들이 비추고 귀뜨라미 침상에서 울 때
돌이켜 여러 가지 일을 하나하나 생각하니
벽련화곡을 시름에 겨워 타니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는 옛 가락이 아직 남아있지만 누구의 귀에 들릴 것인가?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나 님을 보려하니
하늘의 견우성과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을지라도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님 가신 데를 바라보니
세상에 서런 사람 많다고 하려니와
허난설헌의 생가. 이 집에서 그 유명한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이 씌여졌다.
그녀의 작품 규원가는 우리 국문학사(史)에 길이남을 위대한 작품이며 가사문학의 정수이고 규방문학의 진수이며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다.
여자로 태어나서 부모님 슬하에 곱게자라 시집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남자로 인해서 피었다 스러지는 여자의 한(恨)을
목화에서 실을 뽑아 올리듯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숨소리마져 제대로 못내고 숨죽여 살아야하는 남성 우위의 조선 사회에서
기방(妓房)문학은 있고 규방(閨房)문학은 없다는 남존 여비의 조선 사회에서
허난설헌의 출현은 사건이었고 허난설헌의 작품은 쿠데타였다.
'규방에 심은 매화 몇번이나 피었다 졌는고...' '소상강 밤비에 댓잎소리가 들리는듯...'
400년 전에 살다 간 허난설헌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고 숨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시공(時空)을 뛰어 넘어 디지털이 춤추는 이 시대
지금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녀는 1563년(명종18년).
허난설헌의 본명은 초희(許楚姬). 별호는 경번(景樊)
그녀의 큰 오빠 허성은 이조, 병조 판서를
홍길동전의 저자로 우리에게 알려진 허균 역시
생가 안채 뜰. 치마 자락 여미고 댕기머리 휘날리며 뛰어 놀던 허초희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그녀가 일곱 살 때 지은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은
일곱 살밖에 안된 어린 소녀가 상상속의 하늘의 황재가 살고있다는 백옥루를 연상하며
그 궁전을 건축하는 상량문을 지었다는 것은
생가 솔밭터. 얼마나 맑은 향기였기에 그토록 고운 시를 뽑아 올릴 수 있었을까
이러한 그녀도 아직 피지도 않은 나이 15세에
남편 김성립은 당대의 5대 문장가이며 그 집안 출신인
역설적으로 이러한 남편의 학대와 시집살이의 고단함이
비단 띠 비단 치마 눈물 흔적 쌓였음은
달뜬 다락 가을 깊고 옥병풍 허전한데
그녀의 결혼생활은 불행할 수밖에 없었고
강릉 생가를 다녀오면서 추려서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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