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깊은 밤,
병영의 밤은 조용하다
외롭고 적막하기까지 하다.
부모형제 생각에
눈물을 흘리다가 잠이 든다.
가끔,
이리저리 뒤척이며 살폿 잠이 들었다가
멀리서 가물가물
들려오는 산새 소리에
선잠이 깨기도 한다.
한 번 설치고 나면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헛 만리장성을 쌓다보면
보고 싶은 여인이
두 손으로 곱아도 모자라
스무 명을 훌쩍.. 넘어서기도 하고
하룻밤에 짓는 황금 기와집은
열두 채도 더 된다.
생각이 생각으로
계속 이어지다보면..
어느덧
새벽이 온다.
촉촉,
촉촉촉..
어두운 밤의
적막을 깨는 소리..
한 번 울음이 시작되면
잠시도 쉬지않고 울어댄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목이 아프도록 운다.
숨이 넘어가다 못해
차라리 그 울음이 애절하다.
처음에는
새 이름을 몰랐는데
고향이 산촌인 전우에게 물었더니
그도 밤마다
울음소리를 들었다면서
두견(杜鵑)이라 했다.
아,
그렇다면 바로 그
귀촉도(歸蜀道)란 말인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먼 고향을 그리다 그리다가
애달픈 심사를
피를 토(吐)하듯 울어대는
그 불여귀(不如歸)란 말인가,
망제(望帝)의 넋이
밤마다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운다는
아픈 새,
한(恨)이 서린
원조(怨鳥)인가..
서산에 일모(日暮)하니
천지 가이 없네/
이화(梨花) 월백(月白)하니
님 생각이 새로워라/
두견아, 너는 누를 그려
밤새도록 우나니.. - 李明漢
두견새는 실컷 운다.
울다가 못다 울면
피를 흘려 운다.
이별한 한이야
너뿐이랴마는
울래야 울지도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된 한을 또다시
어찌하리
야속한 두견새는
돌아갈 곳도 없는 나를 보고도
불여귀(不如歸),
불여귀(不如歸).. - 韓龍雲
두견이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아니 울고는
하마 지고 없으니,
오!
불행의 넋이여
우거진 진달래
와직지 우는
이 삼경(三更)의
네 울음.. - 金永朗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歸蜀途)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徐廷柱
네 우지 말아라
무슨 원한이 그다지 골수에
사무치길래/
밤중만 빈 달에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끊느니.. - 申石艸
두견새는 저보다
더 잘 노래하는
새가 있다면 부끄러워
죽어버릴 것이다. - R. 버튼
촉촉,
피울음 운다.
촉촉촉..!
울음소리 목이 아프다.
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다음 해,
또 그 다음 해 봄에도..
뒷산에서 울어대는
두견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밤잠을 설치고는 했다.
해마다 2月이 오면
그 때의 생각에 잠겨
밤잠을 설치며 가슴이 설레어 온다.
어쩌면,
지난 밤에도
그 때처럼 산두견이가 울어
뭇 장병들을
향수에 젖게 했을 지도 모른다.
새벽이 올 때까지
피를 토(吐)하듯
그 아픈 울음을 울었을 것이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不如歸 땅,
촉촉,
촉촉촉..
歸蜀道 울어 운다.
/ 사맛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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