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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람(山嵐;산 아지랑이)
/ 허난설헌
暮雨侵江曉初闢 [모우침강효초벽]
朝日染成嵐氣碧 [조일염성남기벽]
經雲緯霧錦陸離 [경운위무금륙리]
織破瀟湘秋水色 [직파소상추수색]
隨風宛轉學佳人 [수풍완전학가인]
畵出雙蛾半成蹙 [화출쌍아반성축]
俄然散作雨霏霏 [아연산작우비비]
靑山忽起如新沐 [청산홀기여신목]
저녁 비가 강을 엄습하더니 새벽이 비로소 열리고
아침해가 산 아지랑이를 온통 푸르게 물들이네.
피어오르는 구름과 퍼지는 안개가 비단으로 짜이고
소상강 위에서 헤쳐지며 가을 물빛으로 화하도다.
바람 따라 천천히 돌며 아름다운 여인인양
고운 눈썹을 그려보지만 반쯤은 찌푸려졌네.
갑작스레 비가 거세게 흩뿌리며 내리더니
청산이 새로 목욕한 듯 홀연히 일어서누나.
[풀이]
늦은비가 강을 적시면서 새벽이 처음 열리고
아침해가 물들면서 아지랑이 더욱 푸르러지네.
구름과 안개 얽히면서 비단이 땅에 깔리는데
소상 강가에서 찢어지며 가을 물빛을 보여주네.
바람 따라 완연히 돌며 예쁜 여인을 배우다가
굽은 눈썹 그려 내었지만 반쯤은 찌푸려졌네.
잠시 뒤에 흩어져서 비가 되어 흩뿌리더니
푸른 산이 갑자기 일어서는데 새로 목욕한 듯싶어라.
● 허난설헌(1563~1589) ●
1563(명종 18) 강원 강릉~1589(선조 22). 3. 19.
조선 중기의 시인.
본관은 양천(陽川). 본명은 초희(楚姬).
자는 경번(景樊), 호는 난설헌. 엽(曄)의 딸이고,
봉(篈)의 여동생이며, 균(筠)의 누나이다.
천재적인 시재(詩才)를 발휘하였으며,
특히 한시에 능하였다.
문한가(文翰家)로 유명한 명문 집안에서 태어나,
용모가 아름답고 천품이 뛰어났다 한다.
오빠와 동생 사이에서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집안과 교분이 있던 이달(李達)에게서 시를 배웠다.
8세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 廣寒殿白玉樓上梁文〉을
지어 신동이라고까지 했다.
15세에 김성립(金誠立)과 혼인했으나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다. 남편은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으나 기방을 드나들며 풍류를 즐겼고,
시어머니는 시기와 질투로 그녀를 학대했다.
게다가 어린 남매를 잃고 뱃속의 아이마저 유산했다.
친정집에는 옥사(獄事)가 있었고,
동생 허균도 귀양가버리자 삶의 의욕을 잃고
시를 지으며 나날을 보내다가 27세로 요절했다.
시 213수가 전하며, 그중 신선시가 128수이다.
그녀의 시는 봉건적 현실을 초월한 도가사상의
신선시와 삶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으로 대별된다.
후에 허균이 명나라 시인 주지번(朱之蕃)에게
시를 보여주어 중국에서 〈난설헌집〉이 발간되는
계기가 되었다. 유고집으로 〈난설헌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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