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생활상식

허영심인가, 옛날 못 살때를 망각했나.

淸潭 2008. 9. 19. 13:29

미(美)서 4만원 청바지, 국내에선 15만원에 팔려

 

소비자시민모임, 28개국 생필품값 52개 비교
5000원 하는 포도 한송이, 러시아에선 1400원
쇠고기·와인값도 세계 5위권에 들 정도로 비싸

신은진 기자 momof@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한국에서는 15만원대에 팔리는 리바이스 청바지가 프랑스에서는 13만원대, 홍콩에서는 10만원대, 미국에서는 4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국내에서는 1송이(약 500g)에 5000원하는 포도가 홍콩에서는 약 2300원, 러시아에는 1400원에 불과하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18일 세계 28개국의 식품,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에 대해 소비자물가를 조사한 결과다. 소시모는 이날 "국산 쇠고기, 포도, 와인, 청바지, 수입분유, 휴대전화기, 수입 돼지고기 등의 가격은 모두 세계 5위권에 들어 유독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품목은 이른바 'MB물가관리 품목'에 드는 것들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공통 조사가 가능한 52개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대상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베트남, 홍콩 등 모두 28개국인데, 이중 17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이다.

쇠고기, 와인, 청바지, 수입분유, 휴대전화, 돼지고기 등 모두 세계 2~5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칠레산 수입 와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2007년)의 소비자 가격은 러시아에 이어 한국이 3만5900원으로 세계 2위였다. 미국(2만3568원), 프랑스(1만4888원), 일본(1만4864원)보다 최소 1만~2만원 이상 비싼 것이다. 쇠고기의 경우, 안심 스테이크용 국내산 쇠고기(1㎏)는 일본이 9만5130원으로 가장 비쌌고, 한국(8만6600원)이 2위를 차지했다. 수입 쇠고기 역시 한국이 1㎏에 5만2600원으로 독일, 스페인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수입산 돼지고기(1㎏)는 한국이 1만1100원으로 조사대상 국가 중 4번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비슷한 수입 돼지고기를 일본과 프랑스에서 사면 각각 9000원, 3650원만 주면 됐다. 리바이스 청바지도 일본, 독일에 이어 한국의 소비자 가격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쌌다. 휴대전화기도 터키, 프랑스, 폴란드에 이어 한국이 65만7000원으로 28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가격이 높았다.
세금과 유통업체 판매 수수료가 '주범'

소시모는 가격 차이의 원인으로 세금과 유통구조를 꼽았다. 수입 와인은 관세와 주세, 교육세 같은 세금이 전체 가격의 55%에 달한다.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도 국내가 외국보다 비쌌다. 국내에선 와인을 잡화·사치품으로 분류해 수수료를 15∼30%를 붙이는데, 선진국에서는 식품으로 분류해 수수료가 15% 미만이다.

윤명 소시모 조사연구부장은 "여기에 브랜드별로 수입상이 한 곳뿐인 독점적 수입 구조와 복잡한 주류 판매면허제도 등도 비싼 가격 형성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산 청바지나 수입 분유의 경우, 수입업체가 한 곳뿐인 독점적 수입 구조에다 이들 업체들의 '고가(高價) 정책'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영세 수입업체들이 해외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수입 가격을 높이는 탓이 크다고 소시모 측은 밝혔다. 한우(국내산 쇠고기)나 포도는 인건비 등 생산단가가 비싼 국내 현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지하철 이용료(16위), 버스(16위), 상수도료(16위), 도시가스료(20위), 전기료(20위), 유선방송수신료(23위) 등 공공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자혜 소시모 사무총장은 "조사 대상 28개국 중 한국은 경제규모 면에서 10위 수준이었지만 5위 안에 드는 제품이 7개나 되는 것은 경제규모 대비로도 물가가 대체로 비싸다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적정 가격으로 물가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9.19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