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는 한 곳에 모여 공부에 집중하는 불교 고유의 수행법이다. 불기 2552년 하안거 결제를 맞아 영축총림.고불총림.조계총림 방장스님들은 납자들의 수행정진을 당부하는 하안거 결제법어를 냈다.
삼세제불의 본원 가는 길, 눈앞 펼쳐질 것
원명 /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相逢誰問還家路
山自高兮水自深
누구를 만나 가는 길을 물으면
산은 스스로 높고 물은 스스로 깊더라.
이 도리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존비귀천(尊卑貴賤)도 없으며, 초학(初學)과 구참(久參)이 따로 있지 않으며, 출가와 재가도 없고 오직 당인의 결정심(決定心)에 있습니다. 이것을 굳게 믿어 정진해 나간다면 보리화가 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대중들은 각자 하나씩 화두를 꿰차고 생사를 판가름하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한 가지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어떤 수좌가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없다’고 한 이 한마디만을 간절히 들어야 합니다. ‘일체 모든 중생이 불성이 있건만 어찌하여 개에게도 불성이 없는가?’ 라고 하는 분별심의 화두를 들어서는 안됩니다.
사량분별(思量分別) 이전의 화두를 간절히 들어야 하겠습니다. 언제나 끊어지지 않게 들되 고요하거나 시끄러운 속에서도 분명하게 들어야 할 것이요, 자나 깨나 매(昧)하지 않아서 일부러 들려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들어지게 될 때까지 해야 합니다.
만약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유무(有無)의 견해에 떨어지면 결코 이 집안의 소식과는 점점 멀어져 버리게 된다고 선지식들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굳은 확신을 가지고 공부를 지어가기만 하면 삼세제불의 본원으로 통하는 길이 눈앞에 훤히 펼쳐질 것입니다.
了了明明不覆藏
靑者靑兮長者長
的的無疑飜一擲
驀然點頭自還鄕
뚜렷하고 훤히 밝아 덮거나 감출 수 없나니
푸른 것은 푸르고 긴 것은 길도다.
분명하게 의심없어 한 번 되돌려 버리면
문득 고개 끄덕이며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사부대중은 반드시 철저하게 화두를 타파해 목전에서 한 물건의 무애자재(無碍自在)한 도리를 분명히 밝혀야만 부처님과 역대조사와 시은(施恩)에 보답하는 길입니다. 생사를 판단하는데에 있어서 범부와 성인의 구별도 없고 선후차별도 없습니다. 다만 뼈에 사무치는 몸부림을 쳐 본 사람만이 비로소 파안대소(破顔大笑) 하게 될 것입니다. 정진하고 또 정진하기 바랍니다.
只今聽說何煩問
雲在靑天水在甁
지금 어떻게 분명히 말하고 있건만 어찌 번거로이 또 묻는가?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에 있도다.
참구에 화두의 우열 있으랴
보 성 /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우리 부처님께서는 二千六百年前에 벌써 大覺을 이루셨는데 우리는 아직도 生死에 沈輪하고 있으니 이번 여름 安居 中에는 더욱 奮發해야 되지 않겠는가.
放下着 莫妄想하라
卽是如來大圓覺이로다.
모두 다 놓아버리고 다른 생각내지 말라
그 자리가 바로 부처님의 큰 깨달음이니라.
古祖師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나라에 九鼎이라는 禪師가 계셨는데 중이 되려고 가서 스승의 말씀에 따라 솥을 아홉 번이나 아무 불평없이 고쳐 걸었다는 스님인데 스승께서 卽心이 佛이라고 法門하시는 것을 듣고 집세기불로 잘못듣고 왜 집세기가 부처인고 하는 話頭를 熱心히 參究해서 크게 깨달았다고 하니 話頭의 優劣에 상관이 없고 얼마나 어떻게 參究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此道不可有心求요
亦不可以無心得이라
一箭石虎見赤血하야사
方知父母未生前이로다.
이 공부는 유심으로도 안되고
또한 무심으로도 안된다.
한 화살에 돌호랑이를 쏘아서 붉은 피를 보아야만
父母未生前 마음을 알수 있을 것이다.
杖子로 法床을 한번치고 下座하다.
생사 초월해 선기 발휘하라
수 산 /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上堂 良久云
방장스님께서 상당에 오르시어 잠시 계신 뒤에
透出生死
생사를 초월하여
撥轉機關
선기를 발휘하면
等閑截鐵斬釘
손쉽게 무쇠도 못도 뚝뚝 끊고
隨處蓋天蓋地
천하 어디에서든지 자유로이 활동하게 된다.
且道, 是什人行履處
자 말해보라. 어떤 사람이 그런 편한 곳에 있을 수 있는지를.
擧, 門問僧
화상이 찾아온 중에게 묻되
近離甚處
요즘 어디 있다 왔나?하고 물었더니
僧云, 西禪
서선 화상에게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門云,
화상이 다시 묻되
西禪近日 有何言句
서선화상이 요즘 무슨 말을 했는가? 하니
僧 展兩手
중이 말 대신 두 손을 불쑥 내밀었다.
門, 打一掌
곧 화상이 한대 때렸다.
僧云, 某甲話在
중이 제게도 할말이 있습니다. 하니,
門, 展兩手
이번에는 화상이 두 손을 불쑥 내밀었다.
僧, 無語
중이 아무 대꾸도 못 하므로
門, 便打
화상이 다시 한 대 때렸다.
頌.
虎頭虎尾一時收
호랑이를 단숨에 사로잡아
凜凜威風六大洲
위풍을 온 세상에 떨쳤네
問不知太嶮
묻노니 어디가 그토록 험준한가?
師云, 放過一著
그 다음 한마디는 너희가 하라!
喝!
일할(一喝)하시고 편하좌(便下座) 하시다.
[불교신문 2428호/ 5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