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로 선정 바라밀을 살펴 보자.
선정이란 나를 조용히 생각하는 일이다.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아주 중요시 여기는 대목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현재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은 영겁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현재 나의 생각은 엄청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과거가 지금 현재의 나를 존재시키고 또 가늠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현재 그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지난 과거에 지어둔 수레바퀴에 실려 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지엄한 지상과제이다.
흔히 불교를 내세(來世)의 종교 또는 미래의 종교라고 외치면서 핍박하는 이들이 있는 모양인데 이는 불교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불교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종교요, 현실의 종교다. 그 현실 가운데에서도 지금 현재를 중요시 여긴다.
현재의 마음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자신과 더불어 태아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참선이 있다. 선(禪)은 생활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일 뿐더러 종교라는 범주를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선이 서방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선학자 鈴木大拙이 선을 젠(zen)으로 표기하여 소개하므로써 비롯되었다. 그 영향을 받아 프로이드가 심리학이라는 것을 집대성 하였고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선에 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많은 지식인들이 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근자에는 미 프로야구 아메리칸 리그의 스티브 가베이 선수가 참선을 한 덕분으로 타격왕이 되었다는 것이 메스컴으로 공개되었다. 선이 스포츠에까지 응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뉴욕타임즈 誌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의 선에 관한 칼럼이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서방에서는 선을 서방의 여명이라고까지 말하는 철학자들이 있을 정도이다. 흑자는 21세기를 지배할 수 있는 사상이 선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선이란 어두운 마음에서 밝은 마음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중국의 대혜(大慧) 스님은 "일상생활이 모두 선이다. 선이란 어느곳에 따라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자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선은 선대로 있고 생활은 생활대로 있다면 그것은 참다운 선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나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 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선을 너무 전문화하여 마치 출가인의 전유물인양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풍토라고 할 수 있다.
선을 밝히는 글 가운데는 "이 자리가 영원의 자리요, 이 순간이 영원의 순간임을 자각하라."고 삶의 긴박성을 강조 하기도 하였다.
선은 삶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다.
선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인 영혼의 세계를 찾게 해 준다.
선은 앎이라는 지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직접 실천, 수행함으로써 체득하는 체험의 세계이다. 그렇다고 하여 신비롭다거나 기특한 것도 아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선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앉은 자세나 호흡하는 법에 대해서는 이 책의 뒷부분 '명상하는 방법' 을 참조하기 바란다. 그 다음으로 호흡을 제대로 하여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때 '나 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한다. 숨을 내쉬면서 '무엇인가?' 하고 자연스런 호흡의 들숨과 날숨에 맞추어 '나 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계속 반복하여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꼭 어떤 회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된다.
'나 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나면 바로 벽을 만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이 오직 '나' 라는 이것이 무엇인가를 되풀이 하여 생각한다. 그러한 방법으로 삼십분이나 한 시간쯤 계속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화두 드는 일, 또는 화두 짓는 일, 참선하는 것이라도 하는데, 나 라는 이것이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처음 하게 되면 잡념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잡념이 일어나더라도 잡념은 털어버리고 오직 한 마음으로 이것이 무엇인가 만을 추구해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나라는 이것이 무엇인가를 계속 하다 보면 너무 단조롭고 단순하여 바로 졸음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 빨리 이 졸음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초보자들이 참선을 할 때 제일 힘든 것이 바로 잡념이요 또 졸음이다. 처음에는 잡념 속에서 화두를 하고 졸음결에도 화두를 하게 되지만 차츰 하다 보면 참선의 경지란 것을 스스로 체험하게 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참선을 할 때는 꼭 참선을 많이 하신 스님이나 스승을 모시고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참선은 번뇌를 녹이는 용광로이다.
'참선은 무량하게 지어둔 업보를 녹이는 최대의 열쇠다.'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선을 하면 나의 번뇌가 소멸되고, 지어둔 업장이 녹여지고, 그리고 지혜의 밝은 빛이 스스로 일어나게 된다.
선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영원한 희망이다.
이 마음에 행복이 있고
이 마음에 불행이 있다
마음 열면 행복의 문 열리고
마음을 바꾸면 운명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