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수사모

수덕사 주지 옹산스님 원담대종사 추모사

淸潭 2008. 3. 20. 18:42
수덕사 주지 옹산스님 원담대종사 추모사





 “어느 생에 다시 뵈올까”



방장스님이 사바세계와 인연이 다하셔 가셨습니다. 비록 오고 감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출가사문의 도리이지만 방장스님과 이별해야 하는 제자의 마음은 무너지는 듯합니다.

이제 스님의 자상한 모습과 천진한 미소를 다시 뵐 수 없지만 어른의 손길과 숨결이 깃들어 있는 덕숭산은 언제나 여여(如如)할 것입니다. 웅장한 범종소리와 법고소리뿐 아니라 도량 곳곳의 돌 하나 풀 한포기도 스님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스님은 밭에서 일 하시다 달려와 법상에 오르셨고, 서울에 다녀오시다 시간이 넘어도 법상에 오르셨습니다. 일상의 순간순간이 바로 법문이셨으며, 어떤 자리든 ‘바른 길’을 일러주실 수만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당신의 가르침을 흔쾌히 나누어주셨습니다.

정진하는 이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시며 용기를 주셨던 스님이 그리워집니다.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따뜻하게 맞이하셨으며, 시자의 시봉도 번거롭게 생각하셨던 은사스님.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리에서 덕숭산 선풍(禪風)을 일으키고 한국불교의 방향을 일러주신 그런 어른이셨습니다.

수연(隨緣) 중생에게 늘 온정을 베푸시어 안심입명(安心立命)하게 하시고 법좌에 구속됨 없이 방(捧)을 휘두르고 할(喝)을 하시면서 양보와 주장으로 자비 방편을 보이셨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 꽃이 피었지만 ‘꽃의 웃음’을 볼 수 없듯 방장스님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진면목과 법력(法力)은 후학에게 밑거름이 되고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가르침을 바르게 계승하여 나무가 열매가 맺는 것처럼 소홀함 없이 정진하겠습니다.

봄이 왔지만, 스님이 가신 봄을 맞이한 후학들의 마음은 다시 겨울로 가고 있습니다.

불기 2552년 3월22일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옹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