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신분 안맞다" 사우디 부부의 '기막힌' 파경

淸潭 2008. 1. 22. 13:46
이슬람법에 짓눌린 사우디 부부의 사랑과 행복
연합뉴스

 

 

 
“당신 남편이 당신보다 신분이 낮으니 이 결혼은 무효다. 당장 헤어져라.”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젊은 부부에게 내린 판결 내용이다.

컴퓨터 기술자인 파티마(34)는 만수르 알-티마니와의 사이에 두 살 난 딸과 4개월 짜리 아들을 둔 평범한 사우디 주부다.

이 부부는 2006년 2월25일 난데 없이 집으로 찾아온 경찰관으로부터 결혼 무효 결정을 내린 법원 판결문을 건네받았다. 판결 요지는 만수르가 파티마보다 신분이 낮은 부족 출신이기 때문에 결혼은 무효라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파티마의 친지들이었다.

파티마에 따르면 2003년 이들의 결혼 후 몇 달도 되지 않아 배다른 오빠 등 친지들이 파티마의 아버지에게 결혼무효 소송권한을 넘겨 달라고 요청했고 그 사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결혼 전 만수르는 파티마의 아버지를 찾아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고, 자신의 아들로부터 만수르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둘의 결혼을 승낙했다.

아버지는 만수르의 신분을 알았지만 “사람 자체 만을 평가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고 파티마는 설명했다.

법원 판결로 가정해체 위기를 맞은 파티마는 친정에 잠시 머물다 도망쳐 서부 해안도시 제다에서 만수르와 재회했다. 그러던 중 경찰에 소재가 노출된 이들 부부는 ’불법 동거’ 혐의로 검거돼 두 아이와 함께 모두 교정시설에 수감됐다.

이 와중에도 만수르는 지난해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했지만 리야드항소법원은 이를 기각, 1심 판결을 확정했다.

파티마는 “나는 만수르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는 내 옆을 지켜준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이 문제는 압둘라 국왕 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만수르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흐느꼈다.

앞서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친지가 아닌 남성과 같은 차 안에 있었다는 혐의로 징역형 등을 선고받은 한 여성을 사면한 바 있다.
 
입력 : 2008.01.22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