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건강,의학

초기 폐암·간암 수술 않고 고친다

淸潭 2007. 4. 10. 10:55
`초기 폐암·간암 수술 않고 고친다` [중앙일보]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기` 도입 … 암 치료 새 장
암세포 콕 집어 제거 … `부작용 적어`
10~20회 1500만~2000만원으로 비싸
 
전립선암 2기 환자인 유승열(74)씨는 요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예전처럼 친구도 만나고 나들이도 다닌다.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양성자 치료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네 번 병원을 찾는 유씨는 준비 과정까지 합해도 한 시간이면 치료를 마친다. 입원할 필요도 없다. 유씨는 "보통 방사선 항암 치료를 받으면 머리도 빠지고 토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암 치료 분야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국립 암센터는 지난 5년간 480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양성자 치료기를 가동,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료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양성자 치료기는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과 MD 앤더슨 암센터, 일본 국립 암센터 등 전 세계 28개 기관만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고가 장비다. 국립암센터는 양성자 발생기를 설치하기 위해 4층짜리 건물을 별도로 만들었다.

국립암센터 의료진이 360도 회전하는 양성자 치료기를 이용해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하고 있다. 양성자를 몸 밖에서 쏘아주면 정상세포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강한 에너지를 발휘한 뒤 소멸돼 종양만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고양=조문규 기자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를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시킨 후 인체에 투사해 암 조직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X선을 이용한 기존 방사선 치료와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X선 치료는 신체를 통과할 때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에 불가피한 손상을 입혀 합병증을 유발한다.

반면 양성자선은 정상 세포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강한 에너지를 발휘한 뒤 소멸된다.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센터 조관호 센터장은 "전이가 없는 초기암의 경우 치료 효과가 높다"며 "보통 10~20회 치료를 거치면 암 조직이 제거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자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암은 특정 부위에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초기 폐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전립선암 등이다. 조직 손상이 적으므로 안(眼).뇌신경계 종양 환자나 체력이 약한 소아암 환자에게도 최적의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조기 폐암.간암이나 전립선암은 수술하지 않고 양성자 치료만으로 완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이되는 암의 경우 양성자 치료를 해도 재발할 수 있고 백혈병.림프종 등 혈액암이나 전신암에는 사용할 수 없다. 국립암센터의 유근영 원장은 "획기적인 치료법이지만 모든 암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신기술이라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증상에 따라 수술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한 주기(10~20회 치료)당 1500만~2000만원의 치료비도 환자에겐 부담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최희주 복지부 보건정책관은 "저소득층의 치료비를 경감해주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insight@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