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보증금 500만원 전셋집 살면서…'5천 그릇'의 기적
# 노숙자 위해 '사랑의 오찬' 김정식·김역 부부 "선행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지금껏 살아있는 게 다 이웃의 도움인데,그것을 조금 갚는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부끄럽죠." 오전 11시30분 이삿짐센터 주차장이 변신했다. 용달차로 가득 찼던 마당은 한순간에 하늘빛 차양의 야외 식당이 됐다. 뷔페 음식이 들어오고 영양사와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곧이어 노숙자와 어르신들이 찾아 들었다. 식객의 행렬은 오후 1시까지 계속됐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역 앞 동원익스프레스 주차장은 매주 수요일 노숙자·어르신을 위한 '사랑의 오찬 파티'를 연다. 벌써 9개월째다. 동원익스프레스 대표인 김정식(46)·김역(41) 부부가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통상 120~150인분. 지난 여름에는 최대 200명을 치렀다. 월평균 160만~200만원을 썼다. 지금까지 쓴 돈만도 3천만원을 훌쩍 넘었다. 수익을 물었다. "월 매출이 5천만원 남짓 되죠. 이 중 10분의 1인 500만원가량이 순수익입니다." 부부 품삯치고는 결코 많지 않다. 결국 순수익 500만원에서 200만원을 뚝딱 떼어내 노숙자 식사비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었다. 부부는 15년째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보증금 500만원의 단독주택이다. 경남 밀양 출신의 정식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는 그보다 훨씬 전에 돌아가셨다. "친척도 없었죠. 고아로 살면서 이웃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그가 '사랑의 오찬 파티'를 갖게 된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빚을 갚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지만 실행을 못했죠." 그러던 차에 지난해 광안대교 위에서 새해를 맞으면서 부부가 다짐했다. 다행히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한 이삿짐센터 사업도 잘 풀렸다. "그동안 신발공장에도 다니고, 택시운전사도 하고, 과일 도매상도 했지만 신통찮았습니다." 부부는 지금까지 제대로 '새것'을 사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충분히 쓸 만한 옷이나 가구, 전자제품 등을 쉽게 구하죠." 중 고교에 다니는 두 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도 이제 단련이 됐는지 불평하지 않습니다." 부부는 이제 새로운 기획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두 아들도 합세하기로 했다. "사랑의 음악회죠". '윙카'를 타고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 음악회를 가질 겁니다." '윙카'는 트럭 선반받이를 날개처럼 양옆으로 펼쳐 놓은 선전용 차량을 뜻했다. 이를 위해 김씨는 3개월째 기타를 맹연습하고 있다. 그의 작은아들인 영빈(14·해운대중 1년)군도 지난달부터 드럼 연습에 돌입했다. 다행히 큰아들 영욱(18·동천고 2년)군은 오래전부터 신시사이저를 익혔다. "지금처럼 '부자(?)'가 되지 않았을 때 돈이 없어도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뭘까를 고민했는데, 그것이 가족 음악회였죠." 백현충기자
'글,문학 > 감동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애 아들-딸 구하고 숨진 故권혁금씨 가족 ‘다시 일어서기’" (0) | 2006.12.27 |
---|---|
'얼굴없는 천사' (0) | 2006.12.23 |
죽은남편 못잊어 13년을 눈물로 부른 노래 (0) | 2006.12.20 |
과자 가방에 감춰 넣은 1천만원 (0) | 2006.12.10 |
시장 뒷골목 0.7평 골방…자매는 꼭 껴안고 잠든다 (0) | 2006.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