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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남편 못잊어 13년을 눈물로 부른 노래

淸潭 2006. 12. 20. 12:12



“남편의 비극 그 이후…노래가 내 삶의 이유”…소프라노 유현아



《그날은 밸런타인데이였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던 그는 결혼 2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남편과 교회에 갔다. 그는 성가대 지휘를 위해 안으로 들어가고 남편은 차안에서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재우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차량을 훔치려던 10대 청소년이 쏜 총을 가슴에 맞고 목숨을 잃었고, 2시간 후 뒷골목 쓰레기통 옆 카시트에 앉은 채로 버려져 울고 있는 아들이 발견됐다.》

○ 데뷔앨범은 바흐-모차르트 아리아

그로부터 13년 후. 19일 서울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소프라노 유현아(37) 씨를 만났다. 의사가 되려 했던 유 씨는 세계적인 음반사인 EMI클래식에서 데뷔앨범을 낸 성악가가 되었고, 아들 다니엘(14) 군은 미소년으로 훌쩍 컸다.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이었어요. 제 목숨을 살려준 것은 음악이었어요. 노래를 했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희망을 찾았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했어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中
‘이 약으로 치료하면 곧 나아요’ - EMI제공

너무 많이 울어 혼절하던 유 씨에게 언니는 노래를 권유했다. 어릴 적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유 씨는 1993년 피바디음대에 입학했다. 비극은 잊혀진 재능을 일깨웠다. 유 씨는 1999년 가을 말버러 뉴잉글랜드 바흐 페스티벌에서 ‘마태 수난곡’으로 데뷔했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미쓰코 우치다와 리처드 구드의 추천으로 2003년 영국 BB트러스트상을 받았다. 올해는 뉴욕 런던 빈에서 막이 오른 모차르트 오페라 ‘차이데’에서 주역을 맡았다.

‘EMI클래식 아티스트’로 선정된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장영주(사라 장), 장한나, 정경화, 임동혁 씨에 이어 5번째, 성악가로서는 유 씨가 처음이다. 첫 앨범은 모차르트의 ‘편히 쉬어요, 내 사랑’(차이데), 바흐 ‘사라져라, 슬픔의 그림자여’(결혼 칸타타), 바흐 ‘부드러운 위로, 나의 예수가 오셨도다’(칸타타 151번) 등으로 구성했다.

○ 27∼30일 서울시향과 송년무대


“데뷔 앨범인데 조용하고, 화려하지 않은 곡들을 고른 걸 의아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내 마음을 치유해 준 곡들이니 많은 사람이 위로받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바흐의 음악은 굉장히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신성하지요. 깊은 고통과 아픔, 갈망이 있으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구원, 용서, 평화가 담겨 있어요.”

고교 시절 ‘나의 손이 되어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느낀 후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그는 “성악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음악으로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27, 28,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정명훈 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송년 음악회에 선다. 공식적인 국내 데뷔무대다.

“음반을 내고, 오페라에 출연하고 큰일을 해낼 때마다 제일 아쉬운 게 남편과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에요. 아직도 남편이 너무도 그립고 보고 싶어요. 그래서 원래 이름인 ‘박현아’가 아니라 남편의 성을 딴 ‘유현아’로 남아 있고자 합니다.”

인터뷰 내내 유 씨는 쾌활한 목소리와 웃음을 보여 주었다. 가끔씩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아직도 운다고 했다. 그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음악으로 치유받아야 할지 모른다. 유 씨는 “고통은 신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게 해 준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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