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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난병 암·당뇨, 한국이 연구 주도할 것

淸潭 2006. 11. 27. 09:15

`국가 재난병 암·당뇨, 한국이 연구 주도할 것` [중앙일보]

 

`가천 암·당뇨연구소` 내년 10월 개원
미 국립보건원 종신연구원직 버리고 오는 김성진 소장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과 ‘가천 암·당뇨연구소’ 소장을 맡게 될 김성진 박사가 연구소 운영 방안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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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미국립보건원(NIH) 암연구소 종신연구원인 김성진(53) 박사가 내년 10월 개원하는 '가천 암.당뇨연구소'에 둥지를 튼다. 최근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이서구(이화여대 석좌교수) 박사에 이은 NIH 종신연구원의 두 번째 귀거래다. 현재 NIH 암유전자 조절연구실장인 김 박사는 2002년 호암 의학상을 받아 우리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세계 의학계의 화두인 TGF-β의 작용기전을 밝히고,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 1994년 종신연구원이 됐다. 그를 소장으로 유치한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과 함께 연구소 운영과 암.당뇨 극복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훌륭한 연구환경을 버리고 한국에 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김성진 박사: 솔직히 한국행을 결정하기 힘들었다. 몇 년 더 근무하면 종신연구원으로서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했다. 평소 고국에서 연구 결실을 보고 싶던 차에 이길여 회장님의 연구소 설립 의지를 듣고 결행했다.

▶이길여 회장: 연구소 설립 구상을 한 지 10여 년 된다. 하지만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과나무를 심는 것보다 이미 열린 사과를 이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50여 차례 접촉을 했다.

-왜 암.당뇨연구소인가.

▶이: 암과 당뇨병은 막대한 치료비가 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국가 재난병이다.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또 임상시험센터 등과의 연계를 통해 진단.치료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김: 미국엔 25개 암센터가 있다. 국가 연구비 27조원 중 8조원이 암 연구에 쓰인다. 당뇨를 포함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 미국 등 의료선진국의 암.당뇨 연구 경향은.

▶김: 암환자는 대부분 전이 때문에 사망한다. 최근 TGF-β가 암의 전이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암 전이 억제물질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TGF-β의 신호전달 과정을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 이와 관련된 암.면역질환.섬유증 질환의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우리 연구소도 이 연구에 중점을 둘 것이다. 암 전이억제 연구뿐 아니라 TGF-β나 뼈형성 인자(BMP)를 이용해 간경화.사구체 신염.폐섬유화 와 같은 염증 질환, 퇴행성 관절염이나 골절 치료제 등도 개발한다.

▶이: 당뇨 연구의 흐름은 크게 두 가닥이다. 하나는 혈당조절에 관련된 인슐린 정보전달 체계와 대사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는 당뇨 신약의 개발과 직결된다. 다른 하나는 뇌의 시상하부에 어떤 신경세포가 당 대사에 관여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동물 모델을 개발, 당 대사에 관한 시상하부의 역할을 분석하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고해상도 PET.MRI 영상기기가 완성되면 가능해진다. 뇌를 열지 않고 분자생물학적 원인을 정량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사 초유의 일이다.

-연구소 내에 국내에 없는 여러 센터가 생긴다고 들었다.

▶김: 대표적인 것이 대사기능형질 연구센터다. 사람의 유전적 질병을 가진 생쥐를 만들어 각종 약물 반응과 기전(메커니즘)을 연구한다. 요즘 이 분야의 연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2000년부터 미국 내 4개 대학에 당뇨병.비만을 포함한 대사성질환 연구를 하는 형질연구센터가 만들어졌다. 아시아엔 아직 하나도 없다. 한국에 이 센터가 만들어지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관련 연구는 물론 대학.연구소와 함께 생체 내 유전자 기능 분석을 주도할 것이다.

▶김: 유전성 혈관확장증(HHT)센터도 만들어진다. 이 병은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혈관벽이 얇아지는 유전병으로 8000명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병이다. 국내엔 환자 보고도 없을 정도로 연구 불모지다.

▶이: 동물 모델을 이용해 HHT 환자의 혈관이 기형화하는 원인을 밝히고, 기형 혈관을 복원시키거나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약품 개발 연구도 수행한다.

-환자를 위한 실용화 연구는.

▶김: TGF-β 수용체의 발현과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아 암 치료제, 염증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당뇨연구는 이미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주를 만들어 쥐와 개에서 성공한 상태다. 앞으로 캡슐로 싼 이 세포주를 영장류의 콩팥에 넣어 인슐린을 분비케 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진행.정리=고종관 기자


세계가 탐내는 해외 두뇌 18명 합류

암.당뇨연구소에는 김성진 박사를 중심으로 18명의 우수한 해외 두뇌가 참여한다. 모두 세계 의학계가 주목하는 석학들이다.

미국 시카고 로살린드 프랭클린의대 당뇨연구팀 전희숙 교수는 당뇨 연구의 대가인 고 윤지원 교수의 수제자. 김 박사와 연구에 합류키로 했던 윤 교수가 지난 4월 암으로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전 교수에게 고국에 돌아가기를 유언으로 남긴 일화가 있다. 그는 1형 당뇨병 치료의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인물. 전 박사팀은 시험관 내에서 사람의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이곳에서 인슐린이 생산됨)를 배양,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의 연구 목표는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세포주(어미세포)의 개발이다. 이 세포주를 사람 몸에 이식해 거부반응 없이 인슐린이 생산된다면 당뇨병 치료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하버드의대 교수인 김영범 박사는 비만과 관련된 2형당뇨의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그는 비만과 당뇨를 조절하는 로키나제라는 효소를 밝혀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체내에서 로키나제 활성을 방해하면 근육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 당뇨 전 단계인 대사증후군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함께 고국을 찾는 최철수 박사와 인슐린 정보전달 및 포도당 대사 연구에 필수적인 동물 모델을 개발, 2형 당뇨병 치료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최 박사는 현재 예일대의대 대사기능 형질연구센터 통합생리연구실장으로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오석 교수는 HHT 동물 모델을 만든 이 분야 최고의 연구자다. HTT 연구소는 세계적으로도 20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에 연구소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 HTT 연구가 세계 수준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국내에는 현재 HTT로 인한 동.정맥 기형 연구가 전무한 형편이다.

국내 유치 연구원 중에는 일본인도 있다. 류머티스 분야의 석학인 일본 쓰쿠바대 교수인 마무라 미즈코 박사다. 그는 면역과 암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등 많은 업적을 냈다.

TGF-β는
암·염증 억제하는 인자
요즘 의학계 최고 화두



'모든 길은 TGF-β로 통한다!' 그만큼 TGF-β는 요즘 의학계의 화두다. 김성진 박사를 석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도 바로 TGF-β다. 암과 관련된 논문 대부분이 TGF-β를 주제로 쓰여지고, 이 분야 연구가 미국내 의학논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TGF-β는 우리 몸의 세포가 증식하거나, 염증을 만드는 데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성장조절 인자다. 예컨대 TGF-β의 신호 전달과정이 잘못되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지 못해 암으로 발전한다. 김 박사는 TGF-β의 암억제 과정을 규명했고, TGF-β 수용체의 유전자가 결손됐을 때 위암은 물론 유방암.전립선암.대장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TGF-β는 강력한 면역조절 물질로 항염증 반응을 돕는다. 김 박사는 TGF-β 수용체의 양이 적어질 경우 염증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동물 모델을 만들어 증명했다.

따라서 연구의 초점은 TGF-β의 신호전달 체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는 데 모아진다. TGF-β 수용체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물질이 개발되면 암은 물론 각종 염증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