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섣달 그믐날 밤에 드는 생각

淸潭 2025. 1. 6. 12:14

섣달 그믐날 밤에 드는 생각

농암집 제1 / ()

 

질서 정연 크나큰 도 / 秩秩大猷

 

군자 이를 실천하고 / 君子是迪

 

성큼 성큼 가는 세월 / 厭厭日月

 

어진 선비 아끼건만 / 良士是惜

 

어허 나를 돌아보면 / 越余小子

 

학문 일찍 뜻 두고서 / 夙懷于學

 

힘을 아니 들였기에 / 曾是不力

 

소득 아직 못 보았네 / 晩未有獲

 

남들 또한 하는 말이 / 人亦有言

 

하면 모두 이룬다나 / 靡求不得

 

김을 매고 북돋우면 / 相彼藨蓘

 

오곡 백과 풍성한데 / 則有黍稷

 

나는 어찌 뜻 두고도 / 嗟爾有志

 

그와 같이 못하는고 / 曷不彼若

 

높은 덕을 더 안 쌓고 / 德不增崇

 

너른 공을 더 못 이뤄 / 業不增廓

 

허물 많은 몸가짐을 / 威儀之愆

 

반성 경계 아니 하고 / 不顧不飭

 

쭝긋 쭝긋 욕망의 싹 / 嗜欲之萌

 

제어 단속 못했어라 / 不戒不塞

 

책을 펴고 읽더라도 / 爾誦爾書

 

깊은 속뜻 몰랐으며 / 曾莫思繹

 

벗과 서로 사귀어도 / 爾交爾友

 

도움 전혀 찾지 않아 / 曾莫求益

 

무지 몽매 즐기면서 / 樂是童昏

 

놀고 먹길 좋아했네 / 宴爾居息

 

지각 어찌 없었으랴 / 豈其罔知

 

젊은 완력 믿었을 뿐 / 恃爾膂力

 

머리 땋은 총각 때도 / 昔爾總角

 

또한 노인 깔보았네 / 亦傲黃髮

 

나는 아직 어린 시절 / 謂我婉孌

 

장차 여가 많다 하고 / 則多暇日

 

마음 절로 풀어놓아 / 廣心自放

 

실컷 놀고 즐겼나니 / 盤于游樂

 

마치 준마 멍에 얹어 / 如駕良駟

 

이랴 채찍 팽개친 듯 / 不驅不策

 

길을 따라 오락가락 / 遵路彷徉

 

서산 일몰 설마타가 / 罔畏日昃

 

장년 문득 다가오니 / 壯年奄及

 

지난 세월 잠깐일레 / 忽若朝夕

 

늙지 않다 하지 마라 / 莫謂未耄

 

닥칠 날이 머잖은데 / 幾何其卽

 

개나 말의 일생처럼 / 犬馬有齒

 

그저 먹이 찾아서야 / 則惟求食

 

인생 진정 어려우니 / 人生實難

 

어이 아니 두려울까 / 胡寧不惕

 

근심 걱정 이내 마음 / 我心憂傷

 

가는 해가 애닯나니 / 載悲歲易

 

아아 지금 이 순간도 / 慨念斯辰

 

한번 가면 다시 안 와 / 逝不云復

 

깊은 밤중 잠 못 이뤄 / 中夜不寐

 

햇살 퍼진 아침까지 / 至于明發

 

긴긴 시간 공자 생각 / 永思象尼

 

서른 살에 굳게 섰네 / 三十有立

 

성인 어이 특별하리 / 聖豈異人

 

힘써 하면 될 수 있어 / 企其可及

 

높은 산을 쌓을 때도 / 譬彼高山

 

처음 흙은 한 삼태기 / 始于

 

가득 찼다 하지 말고 / 罔曰旣盈

 

아니 된다 하지 말라 / 罔曰弗克

 

새벽 밤중 할 것 없이 / 夙興夜寐

 

노력 정진 기울여서 / 勉勉翼翼

 

나가 놀기 자제하고 / 愼爾出游

 

방안 공부 집중하여 / 敬爾在室

 

성인 현인 본받으며 / 先民是則

 

옛적 교훈 받들어서 / 古訓是述

 

밝은 덕성 가다듬고 / 聿新厥德

 

도와 함께 나아가리 / 與道偕極

 

아아 위의 다짐들을 / 於乎小子

 

길이 길이 생각하세 / 念哉無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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