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밤에 드는 생각
농암집 제1권 / 시(詩)
질서 정연 크나큰 도 / 秩秩大猷
군자 이를 실천하고 / 君子是迪
성큼 성큼 가는 세월 / 厭厭日月
어진 선비 아끼건만 / 良士是惜
어허 나를 돌아보면 / 越余小子
학문 일찍 뜻 두고서 / 夙懷于學
힘을 아니 들였기에 / 曾是不力
소득 아직 못 보았네 / 晩未有獲
남들 또한 하는 말이 / 人亦有言
하면 모두 이룬다나 / 靡求不得
김을 매고 북돋우면 / 相彼藨蓘
오곡 백과 풍성한데 / 則有黍稷
나는 어찌 뜻 두고도 / 嗟爾有志
그와 같이 못하는고 / 曷不彼若
높은 덕을 더 안 쌓고 / 德不增崇
너른 공을 더 못 이뤄 / 業不增廓
허물 많은 몸가짐을 / 威儀之愆
반성 경계 아니 하고 / 不顧不飭
쭝긋 쭝긋 욕망의 싹 / 嗜欲之萌
제어 단속 못했어라 / 不戒不塞
책을 펴고 읽더라도 / 爾誦爾書
깊은 속뜻 몰랐으며 / 曾莫思繹
벗과 서로 사귀어도 / 爾交爾友
도움 전혀 찾지 않아 / 曾莫求益
무지 몽매 즐기면서 / 樂是童昏
놀고 먹길 좋아했네 / 宴爾居息
지각 어찌 없었으랴 / 豈其罔知
젊은 완력 믿었을 뿐 / 恃爾膂力
머리 땋은 총각 때도 / 昔爾總角
또한 노인 깔보았네 / 亦傲黃髮
나는 아직 어린 시절 / 謂我婉孌
장차 여가 많다 하고 / 則多暇日
마음 절로 풀어놓아 / 廣心自放
실컷 놀고 즐겼나니 / 盤于游樂
마치 준마 멍에 얹어 / 如駕良駟
이랴 채찍 팽개친 듯 / 不驅不策
길을 따라 오락가락 / 遵路彷徉
서산 일몰 설마타가 / 罔畏日昃
장년 문득 다가오니 / 壯年奄及
지난 세월 잠깐일레 / 忽若朝夕
늙지 않다 하지 마라 / 莫謂未耄
닥칠 날이 머잖은데 / 幾何其卽
개나 말의 일생처럼 / 犬馬有齒
그저 먹이 찾아서야 / 則惟求食
인생 진정 어려우니 / 人生實難
어이 아니 두려울까 / 胡寧不惕
근심 걱정 이내 마음 / 我心憂傷
가는 해가 애닯나니 / 載悲歲易
아아 지금 이 순간도 / 慨念斯辰
한번 가면 다시 안 와 / 逝不云復
깊은 밤중 잠 못 이뤄 / 中夜不寐
햇살 퍼진 아침까지 / 至于明發
긴긴 시간 공자 생각 / 永思象尼
서른 살에 굳게 섰네 / 三十有立
성인 어이 특별하리 / 聖豈異人
힘써 하면 될 수 있어 / 企其可及
높은 산을 쌓을 때도 / 譬彼高山
처음 흙은 한 삼태기 / 始于簣覆
가득 찼다 하지 말고 / 罔曰旣盈
아니 된다 하지 말라 / 罔曰弗克
새벽 밤중 할 것 없이 / 夙興夜寐
노력 정진 기울여서 / 勉勉翼翼
나가 놀기 자제하고 / 愼爾出游
방안 공부 집중하여 / 敬爾在室
성인 현인 본받으며 / 先民是則
옛적 교훈 받들어서 / 古訓是述
밝은 덕성 가다듬고 / 聿新厥德
도와 함께 나아가리 / 與道偕極
아아 위의 다짐들을 / 於乎小子
길이 길이 생각하세 / 念哉無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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