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卜居(복거) - 朱子(주자)

淸潭 2024. 12. 10. 10:00

卜居(복거) - 朱子(주자)
살곳을 정하다


卜居屛山下(복거병산하) : 병산 아래쪽에 살 곳 정한지가
俯仰三十秋(부앙삼십추) : 그럭저럭 삼십년이라네.
終然村墟近(종연촌허근) : 마침내 마을 가까워서
未愜心期幽(미협심기유) : 그윽한 기약 마음에 차지 않았다네.
近聞西山西(근문서산서) : 요즘 듣건데 서산 서쪽은
深谷開平疇(심곡개평주) : 깊은 계곡이 평평한 밭 되었다네.
茆茨十數家(모자십수가) : 띠집이 십여 채에,
淸川可行舟(청천가행주) : 말근 시내에는 배 띄울 수 있다네.
風俗頗淳朴(풍속파순박) : 풍속 자못 순박하여,
曠土非難求(광토비난구) : 넓은 땅 구하기 어렵지 않다네.
誓捐三徑資(서연삼경자) : 세 오솔길 닦을 경비 마련코자 맹세하여,
往遂一壑謀(왕수일학모) : 가서 마침내 한 골짜기에서 살 계획 세웠네.
伐木南山巓(벌목남산전) : 남산 꼭대기에서 나무를 베어서,
結廬北山頭(결려북산두) : 북산 어귀에 오두막 얽었다네.
耕田東溪岸(경전동계안) : 동쪽 시내 언덕 위에 밭을 갈고,
濯足西溪流(탁족서계류) : 서쪽 시내 물에 발 씻는다네.
朋來卽共懽(붕래즉공환) : 친구 오면 함께 기쁨 나누고,
客去成孤遊(객거성고유) : 벗 가고 나면 혼자서 노닐게 되네.
靜有山水樂(정유산수락) : 고요하여 자연의 즐거움은 있어도,
而無身世憂(이무신세우) : 신세의 근심은 없다네.
著書俟來哲(저서사래철) : 책 지어 후세의 현자 기다리고,
補過希前脩(보과희전수) : 잘못 보완하여 전현 바라리.
玆焉畢暮景(자언필모경) :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지내려니,
何必營菟裘(하필영토구) : 어찌 반드시 은퇴할 곳 경영하리오.
 
이 시의 제목이 題武夷卜居로 된 판본도 있음.
俯仰(부앙) : 몸을 굽혔다가 또 우러르다. 곧 세상을 살아간다는 뜻으로 쓰임.
茆茨(모자) : 茅茨와 같은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