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싸움 십운[蟻戰十韻]
계곡선생집
꿈틀꿈틀 벌레들도 생기(生氣) 품부 받았나니 / 蠢動均函氣
현구 역시 천지간에 생을 영위하는도다 / 玄駒亦攝生
누린내 좋아하니 먹고살기 쉬울텐데 / 慕羶求易足
알갱이 이고 다니다니 목숨을 가벼이 여기누나 / 戴粒命偏輕
군신 간의 의리를 대략 갖고 있을테니 / 略有君臣義
이해 관계 쟁탈전이 어떻게 없을손가 / 能無利害爭
봉토(封土)를 나눠 받고 전권(專權)을 행사하며 / 分封專國土
약자를 기만하고 서로 집어삼키나니 / 欺弱互兼幷
소 싸우듯 함성 소리 천지를 진동하고 / 牛鬪軍聲振
물고기 비늘처럼 군진(軍陣)을 횡으로 펼쳤도다 / 魚麗陣勢橫
티끌 날려 속사포 계속 쏘아대고 / 吹塵騰急礮
지푸라기 보루(堡壘) 삼아 만리장성 이뤘는데 / 壘芥作長城
삽시간에 나뉘어진 승자와 패자 / 歘爾分成敗
강하고 약한 형세 금방 눈에 들어오네 / 居然見脆勍
서로 버틴 것은 광무와 같고 / 相持同廣武
살육전 벌인 것은 장평과 비슷 / 鏖戰等長平
만촉의 전쟁 결코 허전(虛傳) 아니요 / 蠻觸傳非妄
괴안국(槐安國)의 고사 역시 놀랄 만한 일이어라 / 槐安事可驚
예나 지금이나 바람 불고 비 오는 곳 / 古今風雨地
어딘들 전쟁 놀이 그만둘 수 있으리요 / 何處可休兵
[주-D001] 현구(玄駒) :
개미의 별칭. 깜깜한 땅속을 치달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2] 누린내 좋아하니 :
《장자(莊子)》 서무귀(徐無鬼)에 “양 고기가 개미를 좋아하지 않아도 개미들이 좋아서 달려드는 것처럼[蟻慕羊肉] 순 임금이 노린내 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舜有羶行] 백성들이 좋아한 것이다.” 하였다.
[주-D003] 알갱이 …… 다니다니 :
개미들이 쉴새없이 머리에 짐을 이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동해의 별주부가 봉래산을 이고 떠 다니는 것을 보고, 개미들이 “저 놈은 어째서 알갱이를 이고 다니는 우리와 달리 산을 이고 다니는가.[彼之冠山 何異我之戴粒]”라고 말했다는 설화에서 대립(戴粒)이 개미의 별명으로 쓰이게 되었다. 《太平御覽 卷947》
[주-D004] 소 …… 함성 소리 :
진(晉) 나라 은중감(殷仲堪)의 아버지가 귀가 이상하게 잘 들리는 병을 앓았는데, 침상 아래에서 개미가 기어다니자 소가 싸운다고 했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殷仲堪傳》
[주-D005] 물고기 …… 펼쳤도다 :
어리진(魚麗陣)처럼 옆으로 늘어섰다는 말이다. 어리진은 전차 25승(乘)을 편(偏)으로 삼아 앞에 배치하고 갑사(甲士) 5인을 오(伍)로 삼아 뒤에 배치하는 진법(陣法)의 하나이다. 《春秋左傳 桓公 5年 注》
[주-D006] 광무(廣武) :
산 이름으로 초(楚) 나라 항우(項羽)와 한(漢) 나라 유방(劉邦)이 각각 이곳에서 몇 달 동안 대치했던 일을 가리킨다. 《史記 項羽本紀》
[주-D007] 장평(長平) :
성 이름으로 전국 시대 진(秦) 나라 백기(白起)가 조(趙) 나라 조괄(趙括)의 군사를 대파하고 항졸(降卒) 40여만 명을 땅에 파묻어 죽였다. 《史記 趙世家》
[주-D008] 만촉의 전쟁 :
달팽이 왼쪽 뿔에 있는 촉씨(觸氏)와 오른쪽 뿔에 있는 만씨(蠻氏)가 서로 땅을 뺏으려고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말한다. 《莊子 則陽》
[주-D009] 괴안국(槐安國)의 고사 :
술이 취해서 괴안국의 부마가 된 남가일몽(南柯一夢)을 꾸고 난 뒤에 보니, 괴목(槐木) 아래에 커다란 개미 구멍이 있었다는 고사를 말한다. 《南柯太守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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