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이 충무공 귀선가〔李忠武公龜船歌〕 / 황현(黃玹)

淸潭 2024. 8. 11. 10:02

이 충무공 귀선가〔李忠武公龜船歌〕 / 황현(黃玹)

 

천구가 달을 먹으니 큰 바다가 말라붙고 / 天狗蝕月滄溟竭

만리 멀리 거센 바람에 부상이 꺾이었네 / 罡風萬里扶桑折

문경 새재 주흘산 웅장한 관문이 무너지자 / 主屹雄關已倒地

왜병 십만의 수군이 마구 쳐들어올 제 / 舟師十萬仍豕突

원씨 집 노장은 한낱 고기 자루에 불과하여 / 元家老將一肉袋

외로이 섬에 숨으니 개미 구원도 끊어졌네 / 孤甲棲島蚍蜉絶

국토방위의 중대한 위임 너 나 할 것 없거니 / 封疆重寄無爾我

거룻배를 어찌 진이 월 보듯 할 수 있으랴 / 葦杭可秦視越

전라 좌수영 남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 左水營南門大開

둥둥둥 북 울리며 거북선을 발진시키니 / 淵淵伐鼓龜船出

거북 같으나 거북 아니요 배 같으나 배도 아니요 / 似龜非龜船非船

판옥은 푹 솟은 데다 큰 물결을 소용돌이쳐대네 / 板屋穹然碾鯨沫

네 발은 수레바퀴처럼 빙글빙글 돌게 하고 / 四足環轉爲車輪

양쪽 옆구리엔 비늘을 펼쳐 창 구멍을 만들고 / 兩肋鱗張作槍穴

스물네 개의 노를 물속에서 춤추듯 저어라 / 二十四棹波底舞

노 젓는 수군은 수면 아래서 앉고 눕고 하였네 / 棹夫坐臥陽侯窟

코로는 검은 연기 내뿜고 눈은 붉게 칠하여 / 鼻射黑烟眼抹丹

펴면 헤엄치는 용 같고 움츠리면 거북 같은데 / 伸如遊龍縮如鼈

왜놈들 하늘만 쳐다보며 통곡하고 애태워라 / 蠻子喁喁哭且愁

노량 한산 대첩에서 붉은 피가 넘쳐흘렀지 / 露梁閒山漲紅血

적벽의 소년은 때를 만난 게 요행이었고 / 赤壁少年逢時幸

채석의 서생은 담대한 결단을 과시했지만 / 采石書生誇膽決

누가 바다를 횡행하며 백전을 치르면서 / 孰能橫海經百戰

고래 악어를 베고도 칼날이 여전할 수 있으랴 / 截鯨斬鰐不缺

그로부터 이백 년 이후 지구가 터지고 찢겨 / 二百年來地毬綻

화륜선이 동으로 와서 화염이 태양을 가려라 / 輪舶東行焰韜日

범 같은 놈들이 양 같은 동토를 압박 침략해 / 熨平震土虎入羊

화기가 천지를 뒤흔들며 살기를 발하누나 / 火器掀天殺機發

돌아간 충무공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 九原可作忠武公

주머니 속에 응당 신묘한 전술이 있을 테니 / 囊底恢奇應有術

새로운 지혜로 거북선 만들어 승리하듯 한다면 / 創智制勝如龜船

왜놈들은 목숨 빌고 양놈들은 사라지련만 / 倭人乞死洋人滅

매천집 제1 / ()○갑신고(甲申稿

 

[-C001] 갑신고(甲申稿) :

1884(고종21), 매천의 나이 30세 때 지은 시이다.

[-D001] 이 충무공 귀선가(李忠武公龜船歌) :

조선 선조(宣祖) 때의 명장(名將)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왜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제작한 거북선을 두고 노래한다는 뜻인데, ()는 시체(詩體)의 하나이기도 하다.

[-D002] 천구(天狗) …… 말라붙고 :

천구는 살별의 일종인데, 달을 먹었다는 것은 매우 큰 재변(災變)이거니와 달은 태음(太陰), 즉 물〔水〕의 정기(精氣)인바, 천구가 달을 먹어서 바다가 마르게 되는 재변이 따른 것이다. 전하여 여기서는 단지 왜란(倭亂)의 큰 변고를 의미한다.

[-D003] 부상(扶桑)이 꺾이었네 :

부상은 동해(東海)의 해 돋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 이름으로, 전하여 일본을 가리키기도 한다. 부상이 꺾이었다는 것은 왜변(倭變)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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