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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消暑八事] / 丁若鏞

淸潭 2024. 8. 14. 15:10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消暑八事] / 丁若鏞

갑신년 여름

 

송단호시(松壇弧矢)

양쪽 계단 짝지어 올라라 살그릇 가운데 있고 / 兩階升耦當中

오얏 담그고 오이 띄워라 술동이도 가득한데 / 沈李浮瓜酒不空

깁 휘장으론 솔 틈의 햇볕을 가렸고 / 紗帳交遮松罅日

과녁의 베는 정히 밤숲 바람에 배가 불렀네 / 布帿正飽栗林風

들 자리 더 넓히어 길 가는 손을 맞이하고 / 增開野席容賓雁

서늘한 시렁 매어서 늙은 곰 흉내도 내나니 / 且設涼棚學老熊

모두 말하길 뜨거운 여름도 소일하기 좋은데 / 總道炎曦消遣好

하필 추운 때에 활쏘기를 과시하려고 하네 / 雪天何必詫鳴弓

 

괴음추천(槐陰鞦遷)

홰나무 큰 가지 방초 언덕에 가로로 누워라 / 槐龍一桁偃芳隄

그넷줄을 드리우니 두 가닥이 가지런한데 / 垂下鞦遷兩股齊

바위 틈을 번개처럼 스쳐 가는 게 두렵고 / 直怕巖中飛電

하늘 밖의 푸른 구름 나직함도 언뜻 보이네 / 忽看天外碧雲低

굴러서 올 땐 자못 허리 굽은 자벌레 같고 / 跼來頗似穹腰

세차게 갈 땐 참으로 날개 치는 닭과 같아라 / 奮去眞同鼓翼鷄

솔솔 부는 서늘 바람이 온 좌석에 불어 오니 / 習習涼吹四座

어느덧 뜨거운 해가 벌써 서쪽으로 기울었네 / 不知紅日已傾西

 

허각투호(虛閣投壺)

구리병의 두 귀가 자리 앞에 편평히 놓이고 / 銅壺兩耳席前平

물가의 대각엔 솔바람이 진종일 맑아라 / 水閣風松盡日淸

한점 한점씩 뚝뚝 누수 방울은 떨어지고 / 一點丁東銀漏滴

뭇 사람들 떠드는 소리는 죽루를 울리는데 / 衆聲鏜竹樓鳴

따라가는 두 말이 세 말을 이루기도 하고 / 從行二馬成三馬

모여 선 붉은 기에 푸른 기도 섞이어라 / 簇立紅旌雜翠旌

격효에 대한 점수는 갑절로 계산하면서 / 就把激驍要倍算

온 좌중이 떠들썩하게 태감생을 웃는도다 / 哄堂一笑太憨生

 

청점혁기(淸簟奕棋)

더운 날에 졸음이 와서 책 보기는 싫어라 / 炎天睡厭攤書

손님 모으고 바둑 구경 그 계책이 괜찮구려 / 聚客看棋計未疏

대추씨로 요기한단 건 해자의 괴담이거니와 / 棗核療飢諧者怪

귤 속에서 세상 피한 건 사실인가 거짓인가 / 橘皮逃世理耶虛

뜨거운 햇볕 잊었는데 어찌 주미를 휘두르랴 / 已忘火傘寧揮

생선회 생각 간절하여 또 고기 내기를 해라 / 思切銀絲且賭魚

대국자나 방관자가 똑같이 배부르니 / 對局旁觀均一飽

물욕 끊고 한담이나 나누는 게 어떻겠는가 / 息機閒話復何如

 

서지상하(西池賞荷)

수양버들 비 뒤의 바람이 푸른 못에 불어라 / 垂柳光風轉碧池

부용의 자태가 사람을 머뭇거리게 하누나 / 芙蓉顔色使人遲

막고의 빙설에다 생각은 세속을 뛰어나고 / 藐姑氷雪超超想

월녀의 치마 저고리에 자태도 얌전하구려 / 越女裙衫澹澹姿

술 마시기에 알맞은 코끼리코 술잔도 겸하였다네 / 一榼兼宜彎象鼻

온갖 꽃이 어찌 미인을 시샘할 수 있으랴 / 百花那得妬蛾眉

하늘이 이 아름다운 물건을 머물려 두어 / 天心留此娉婷物

더위로 고통받는 속인을 조용히 기다리었네 / 靜俟塵脾苦熱時

 

동림청선(東林聽蟬)

자줏빛 놀 붉은 이슬 맑은 새벽 하늘에 / 紫霞紅露曙光天

적막한 숲 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니 / 萬寂林中第一蟬

괴로운 지경 다 지나라 이 세계가 아니요 / 苦境都過非世界

둔한 마음 맑게 초탈해 바로 신선이로세 / 鈍根淸脫卽神仙

묘한 곡조 높이 날려라 허공을 능가하는 듯 / 高飄妙唱凌虛步

다시 애사를 잡아라 바다에 둥둥 뜬 배인 듯 / 哀絲汎壑船

석양에 이르러선 그 소리 더욱 듣기 좋아 / 聽到夕陽聲更好

와상 옮겨 늙은 홰나무 근처로 가고자 하네 / 移床欲近老槐邊

 

우일사운(雨日射韻)

구수의 해학으로 장마 염천을 지내노라니 / 窶藪詼諧度潦炎

미인의 안색이 겹친 주렴으로 막혀 있는데 / 美人顔色隔重簾

경병이 온전히 율격 따른 것만 알았는데 / 唯知競病全依律

갑자기 과파가 끝을 반쯤 드러냄이 놀랍네 / 忽訝戈波半露尖

생각을 할 땐 눈으로 천 리를 다 바라보고 / 思路望窮千里目

의심이 날 땐 두어 가닥 수염을 꼬아 끊나니 / 疑山撚斷數莖髥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시 천 수를 짓고서 / 不如自作詩千首

어려운 운자를 손 가는 대로 집어 내는 거로세 / 難字還宜信手拈

 

월야탁족(月夜濯足)

나직한 집에서 걱정 풀고 석양을 보내노니 / 矮簷排悶送殘陽

하얀 달빛이 낚시터에 비추어 서늘하구려 / 素月流輝釣石涼

노야의 어부가에는 물 흐린 것이 걱정되고 / 魯野漁歌愁水濁

진정의 계 닦는 일엔 난초 향기가 생각나네 / 晉亭禊事憶蘭香

빙 돌아라 물결 따르는 오리를 배우려 하고 / 回欲學隨波鴨

닦아 말림은 다시 물 싫어하는 염소 같아라 / 還如畏濕羊

친구들 서로 이끌고 모두 깊이 잠들었나니 / 社友相携渾睡熟

명아주 와상에 아침 해 비추는 것 안 부끄러워 / 不羞紅旭照藜牀

다산시문집 제6 / () 송파수작(松坡酬酢)

 

[-D001] 격효(激驍) :

투호(投壺)할 적에 병 안으로 세차게 던져 넣은 살[]이 튕겨서 다시 나오면 이를 손으로 받아 내는 것을 이름. 한 무제(漢武帝) 때에 곽사인(郭舍人)이 투호를 매우 잘 하였는데, 그가 살을 세차게 병 안으로 던져 넣어 그것이 튕겨 다시 나오는 것을 손으로 받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D002] 태감생(太憨生) :

귀여우면서도 어리석은 태도를 표현한 말이다.

[-D003] 대추씨로 …… 괴담이거니와 :

대추씨로 요기한다는 말은 곧 후한(後漢) 때 방술사(方術士)인 학맹절(郝孟節)이 대추씨만 입에 머금은 채, 밥을 먹지 않고도 5, 10년을 지낼 수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고, 해자(諧者)의 괴담(怪談)이라는 것은 《장자(莊子)》 소요위(逍遙遊)《제해(齊諧)》란 괴이한 말들을 적은 책이다.” 한 데서 온 말이기는 하나, 여기서는해자를 괴담을 잘하는 사람의 뜻으로 쓴 것이다.《後漢書 卷82

[-D004] …… 피한 건 :

옛날 파공() 사람이 자기 집 마당의 귤나무에서 귤 하나를 따다가 쪼개어 보니, 그 속에서 세 노인이 바둑을 두며 즐기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D005] 주미() :

고라니 꼬리로 만든 먼지떨이를 이름. () 나라 때에는 특히 청담(淸談)을 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손에 쥐고 휘두르면서 청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D006] 막고(藐姑)의 빙설(氷雪) :

막고야산(藐姑射山)에는 신인(神人)이 사는데, 그 살결이 마치 얼음이나 눈 같고 자태가 마치 처녀와 같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莊子 逍遙遊》

[-D007] 코끼리코 술잔 :

줄기가 붙은 연잎을 이용한 술잔. ()의 정시(正始) 연간에 정각(鄭慤)이 삼복 더위에 빈료(賓僚)들을 데리고 사군림(使君林)으로 피서를 가서 큰 연잎을 연격(硯格) 위에 올려놓고 술을 따른 다음 잎 가운데를 비녀로 찔러서 줄기로 술이 흘러내리게 하고는, 그 줄기를 마치 코끼리의 코 모양과 같이 굽혀서 이를 빨아먹었는데, 그 이름을 벽통배(碧筩杯)라고 하였다 한다. 《西陽雜俎 酒食》

[-D008] 애사(哀絲) :

슬픈 음조(音調)를 내는 현악기(絃樂器)를 이름.

[-D009] 구수(窶藪)의 해학 :

() 나라 때 동방삭(東方朔)이 해학에 매우 뛰어났는데, 한번은 곽사인(郭舍人)이 그를 시험하기 위하여, 나무에 붙어 있는 기생(寄生)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서 이를 동방삭에게 알아맞히라고 하자, 동방삭이 이를구수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구수는 곧 동이를 머리에 받쳐 이는 또아리이므로, 곽사인이 그에게 알아맞히지 못했다고 말하자, 동방삭이 말하기를, “나무에 붙어 있으면 기생이지만, 동이 밑에 받치면 또아리가 된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기생이란 곧 나무에 붙어 있는 버섯으로, 그 모양이 또아리처럼 동그랗게 생겼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漢書 卷65

[-D010] 경병(競病) :

이 글자들은 험운(險韻)에 해당하므로, 시를 지을 때 험운을 달아 짓는 것을 이른 말로, 자세한 설명은 앞의 주 312)에 나타나 있다.

[-D011] 과파(戈波) :

이 두 글자는 서법(書法)의 과법(戈法 : 丿)과 파법(波法 : )을 가리키는 말로서, 글씨 쓰는 것을 이른 말이다.

[-D012] 노야(魯野) …… 걱정되고 :

어떤 유자(孺子)가 어부가를 노래하기를,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르면 내 발을 씻을 것이다.” 하자, 공자가 말하기를, “소자(小子)들아, 들어 보아라. 맑으면 갓끈을 씻게 되고, 흐리면 발을 씻게 되는 것이니, 모두가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孟子 離婁 上》

[-D013] 진정(晉亭) …… 생각나네 :

진정은 진() 나라 때 회계(會稽)의 산음(山陰)에 있었던 난정(蘭亭)을 이르는데, 당시 명사(名士)들로 왕희지(王羲之)ㆍ사안(謝安) 41인이 3 3일에 이곳에 모여 계사(禊事)를 치르고 시부(詩賦)를 지으면서 풍류를 즐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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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더위를 씻는 여덟 가지 일[又消暑八事] / 丁若鏞

 

잔목통풍(剗木通風)

옹수의 오동 가지 안중을 가리어라 / 水梧枝翳眼中

고구의 악목 벨 때와 하례 소리 마찬가질세 / 鈷丘剷惡賀聲同

천 겹이나 막힌 번뇌를 탁 틔워 제거하고 / 塵勞豁去千重障

머나먼 길 열어서 만리 바람 개통시켰네 / 天路遙開萬里風

침상의 거문고 소리는 산악을 진동하고 / 動牀琴絲振嶽

처마 끝의 풍경은 구리쇠가 쟁글쟁글 / 鏘鳴簷鐸羽搖銅

오직 집 곁의 푸른 단풍나무만 남겨 두고 / 唯殘側畔靑楓樹

서리 앞서 만족히 붉어짐을 취하노라 / 看取霜前盡意紅

 

결거류수(決渠流水)

남은 비 남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한데 / 餘雨餘雲滿太虛

새벽에 삼태기 삽 갖고 맑은 도랑 쳐 놓으니 / 晨興畚鍤導淸渠

우릿간 진흙 속의 오리는 기꺼이 서로 따르고 / 欣趨欄圈泥居鴨

웅덩이에 넘쳐난 고기는 잘도 헤엄쳐 가네 / 好逝塘坳溢出魚

호리병처럼 통로 좁아 파내기 시름겹더니 / 窄口葫蘆愁下斧

잠깐 뒤에 달리는 수레처럼 물이 콸콸 흐르네 / 轉頭𡻱沛奔車

듣건대 사독도 구슬 꿰듯 연했다 하니 / 傳聞四瀆如珠貫

동유들의 하천 파내란 상소가 우습구려 / 長笑東儒諫鑿書

 

주송작단(拄松作壇)

드러누운 솔가지 괴어 높은 소나무 만들고 / 撐支偃蓋作高松

앞 처마 높이 올리니 푸른 그늘 짙기도 해라 / 軒起前榮積翠濃

마주 섰는 허공은 달맞이하는 들창이요 / 對立虛明迎月牖

꼭대기 검푸른 빛은 구름 덮는 봉우리로세 / 上頭紺碧冪雲峯

동쪽 걷힌 곳은 밝은 빛 통하기에 꼭 알맞고 / 東褰恰好通明庶

서쪽 늘어진 곳은 그늘 아래 방아 찧기도 좋네 / 西兼須蔭下舂

네가 단에 올라 맹주 된 것을 축하하나니 / 賀汝登壇做盟主

후일에 응당 대부의 봉작은 받지 않으리 / 他年不受大夫封

 

승도속첨(升萄續檐)

늙은 줄기 엇갈리고 약한 넝쿨은 섬세해라 / 老幹交舒弱蔓纖

푸른 그늘 바다 같아 긴 처마를 감쌌는데 / 碧陰如海長檐

꼬부랑 수염은 자주 감겨 바람에 안 흔들리고 / 虯鬚累綰風難動

말젖 같은 열매엔 즙 생겨 목을 축일 만하네 / 馬乳成漿渴可沾

빗방울을 가리는 데는 높다란 우산이 되고 / 雨點攔遮高捧傘

달빛이 새나온 건 가는 체에 소금을 친 듯 / 月光穿漏細篩鹽

누가 알았으랴 한나라 사신 떼 타던 힘으로 / 誰知漢使乘槎力

능히 산간 집 피서까지 겸하도록 할 줄을 / 解使山家辟署兼

 

조동쇄서(調僮曬書)

수수의 정자가 소유방을 임해 있는데 / 秀水亭臨小酉房

초가을에 다다라 서책들을 풀어헤치니 / 縹衣披拂趁微涼

수다한 책장 불어 넘겨라 멀리 부는 바람 기쁘고 / 吹翻亂葉欣風逈

수많은 찌를 두루 펼쳐라 낮이 긺을 알겠네 / 閱遍群籤覺晝長

책 속의 마른 개똥벌레는 오랜 세월이 지났고 / 卷裏乾螢多歲月

틈 사이의 살찐 좀은 처음으로 바람을 쐬네 / 穴中肥蠹始風霜

, 옛사람의 쇄복이야 내가 어찌 미치랴 / 前人腹嗟何及

기억력은 조금 있어 글이나 쓸 뿐일세 / 記性纔能寫硬黃

 

취아과시(聚兒課詩)

소미의 역사책은 더딘 것이 혐의스러워 / 少微塾史若嫌遲

더울 땐 으레 아이들에게 시편을 일과로 하니 / 暑月詩篇例課兒

지어 모은 글들은 백첩을 펼친 듯하고 / 萃書能披白帖

지고 이긴 계산은 각기 오사를 한계로 하네 / 輸贏算各界烏絲

때론 필묵을 나눠 주어 장원을 포창하고 / 時頒筆墨褒居首

소황의 시를 읽어 구태를 고치기도 하나니 / 且讀蘇黃要洗脾

이것이 바로 춘정의 새로운 체재인데 / 此是春亭新體裁

도도평장을 모두가 능히 알 수 있다오 / 都都平丈總能知

 

구선도어(句船跳魚)

낚시도 없고 그물도 없는 두 척의 어선을 / 無鉤無網兩漁船

직각으로 연결하여 맑은 강에 띄웠는데 / 直角相聯汎鏡天

절로 고기 있어 자리 가득 뛰는 게 기뻐라 / 自有喜魚跳滿席

주미 휘둘며 앉아서 물만 따라 내려간다오 / 不過揮坐隨沿

강물은 활등처럼 굽은 곳을 막힘 없이 흐르고 / 江流未礙彎環曲

달빛은 직각 삼각형으로 물 속에 잠기었네 / 月影仍涵句股弦

버들 가지에 고기 꿰어 매양 늦게 돌아올 적엔 / 穿取柳條歸每緩

콩밭에 이슬 흠뻑 내린 걸 걱정 않는다오 / 不愁多露豆花田

 

요요설육(凹銚爇肉)

북두성 자루가 남쪽 일본 냄비로 내렸어라 / 北柄南流日本銚

좋은 고기 잘게 썰고 더위 식길 기다리나니 / 倫膚細切待炎宵

가벼운 구름은 비로소 황매우를 빚어 내고 / 輕雲始釀黃梅雨

높은 물결은 이윽고 백마조가 달리누나 / 高浪俄騰白馬潮

좋은 요리 진수성찬이 이제는 담박해졌고 / 翠釜珍羞今淡泊

권세가의 호장한 일이 농부에게 이르렀네 / 朱門豪擧到漁樵

예로부터 이 일이 맑고 고요함을 꺼리기에 / 從來此事嫌淸寂

나물 먹는 사람들이 널리 초대되었네 / 肚藜腸廣見招

다산시문집 제6 / () 송파수작(松坡酬酢)

 

[-D001] 고구(鈷丘)의 악목 벨 때 :

고구는 중국 영주부(永州府)에 있는 고무담() 서쪽의 작은 언덕을 가리킴. () 나라 유종원(柳宗元)의 〈고무담서소구기(潭西小丘記)〉에 의하면, 고무담 서쪽에 조그마한 언덕이 있어 경치가 매우 뛰어나서 이곳을 구입하여 친구들과 함께 노닐면서, 예초(穢草)와 악목(惡木)을 모두 베어 버리고 가목(嘉木)과 미죽(美竹) 등을 구경하며 즐겼다고 하였는데, 곧 이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柳河東集 卷29

[-D002] 사독(四瀆) :

중국에 있는 네 개의 큰 강, 즉 양자강(揚子江)ㆍ황하강(黃河江)ㆍ회수(淮水)ㆍ제수(濟水)를 이름.

[-D003] 네가 …… 않으리 :

진 시황(秦始皇)이 태산(泰山)에 올라갔다가 소나무 밑에서 비바람을 피하고는 그 소나무를 오대부(五大夫)에 봉해 준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맹주(盟主)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 정도에 봉해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史記 封禪書》

[-D004] () 나라 …… 줄을 :

한 무제(漢武帝) 때 장건(張褰)이 사신 길에 뗏목을 타고 다녔다는 고사가 있는데, 여기서는 포도넝쿨을 올린 시렁이 마치 뗏목처럼 엮어져 있어 그 아래서 더위를 피할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D005] 소유방(小酉房) :

중국 소유산(小酉山)의 석혈(石穴) 속에 고서(古書) 천여 권이 소장되어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장서(藏書)가 많은 서실(書室)의 뜻으로 쓴 것이다.

[-D006] 옛사람의 쇄복(曬腹) :

쇄복은 햇볕에 배를 쬐는 것을 이름. () 나라 때 학륭(郝隆) 7월 칠석일에 남들은 모두 의물(衣物)을 꺼내서 햇볕에 쬐는데 그는 햇볕에 배를 내놓고 누워 있으므로, 누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나는 내 뱃속에 들어 있는 서책들을 볕에 쬐고 있다.”고 한 고사에서 온 말이다.

[-D007] 소미(少微)의 역사책 :

소미는 송() 나라 때의 은사 강지(江贄)의 호이고, 역사책이란 바로 그가 저술한 《통감절요(通鑑節要)》를 가리킨다.

[-D008] 백첩(白帖) :

서명(書名)인 《백공륙첩(白孔六帖)》의 준말로, 이는 당() 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육첩(六帖) 30권과 송() 나라 공전(孔傳)의 《속륙첨(續六帖) 30권을 합해서 이를 1백 권으로 나누어 놓은 것인데, 여기서는 곧 많은 분량의 서물(書物)을 의미한 것이다.

[-D009] 오사(烏絲) :

오사란(烏絲欄)의 준말로, 즉 책장의 검은 줄 그어진 선을 가리킨다.

[-D010] 소황(蘇黃) :

() 나라 때의 시인인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을 합칭한 말.

[-D011] 도도평장(都都平丈) :

속어(俗語)로서, 무식한 사람이 《논어(論語)》에 나오는 욱욱호문(郁郁乎文)의 글을 도도평장으로 읽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D012] 주미() :

고라니 꼬리로 만든 먼지떨이, 옛날 청담(淸談)을 하던 사람들이 이것을 많이 손에 가졌으므로, 전하여 청담을 나누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D013] 북두성 …… 내렸어라 :

북두성은 본디 길쭉하게 자루가 달려 있는데, 일본제(日本製)의 냄비 또한 길쭉한 자루가 달려 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D014] 황매우(黃梅雨) :

매실(梅實)이 익을 무렵에 오는 장마비를 이르는데, 여기서는 냄비에 고기를 삶을 때 물이 끓기 전에 한창 증기가 오르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D015] 백마조(白馬潮) :

하얀 물결이 세차게 일어나는 것을 흰 말에 비유한 말인데, 여기서는 냄비에 고기를 삶을 때 물이 한창 끓어오르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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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더위를 식히는 여덟 가지 일[又消暑八事] / 丁若鏞

 

잔목통풍(剗木通風)

조그만 정자가 무성한 숲 속에 묻혔는데 / 笠亭蓊鬱鎖林中

치씨는 허리에 낫 차고 작씨도 그렇게 하고 / 薙氏腰鎌柞氏同

성처럼 꽉 막혀 항상 더위가 쌓인 곳을 / 阻塞如城常蓄暑

환히 터서 길 만드니 바람 절로 이는구려 / 虛通爲隧自生風

동산 모양은 문득 겹겹의 비단 휘장을 걷은 듯 / 園容忽捲重幃錦

하늘빛은 금방 옛 구리 거울을 닦은 듯해라 / 天色新磨古鏡銅

때로는 약간 취하여 모자를 떨어뜨리고 / 小醉不妨時落帽

누워서 산꼭대기 저녁놀을 보는 것도 무방하리 / 臥看峯頂晩霞紅

 

결거류수(決渠流水)

세차게 흐르는 물 깊은 데로 치닫게 마련이라 / 澎湃奔流勢赴虛

산 마당 한쪽을 새 도랑으로 만드니 / 山庭一半畫新渠

수수밭엔 점차 진창 다니는 게를 보겠고 / 薥田漸見行泥蟹

연 방죽엔 물 마른 고기들을 전수 보내네 / 蓮蕩全輸漉水魚

며칠 동안 좁은 문엔 쾌마가 멈춰 있었고 / 幾日窄關停快馬

잠깐 사이 긴 언덕엔 경거가 굴러가누나 / 片時長阪碾輕車

문득 보건대 나무꾼이 아침에 붓 적시어 / 却看樵子朝濡筆

무슨 일로 멀리 태사공 하거서를 모방했나 / 何事遙摹太史書

 

주송작단(拄松作壇)

서른여섯 기둥으로 소나무 하나를 고이니 / 三十六柱一虯松

갈기가 널리 펼쳐져 푸른 그늘 짙도다 / 鬐鬣橫張疊翠濃

좁은 땅 넓히어라 채마밭을 깎아 내고 / 地寬平側圃

먼 하늘 나직하여라 뭇 봉우리 쭝긋쭝긋 / 遠天低小立群峯

바람 따라 간드러진 춤추긴 부끄러워하나 / 恥作顚狂舞

청량함은 폭포수 밑바닥보다 맑다오 / 淅瀝淸於瀑溜舂

태산의 현단은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요 / 岱嶽玄壇總閒事

산집의 금년 호칭을 원봉이라 하리라 / 山家今歲號元封

 

승도속첨(升萄續檐)

미쳐 간드러진 넝쿨 크고 가는 것 섞이어라 / 狂藤裊蔓雜洪纖

분수 밖에 한 길 처마를 더 달아냈나니 / 分外仍一丈檐

책상에 떨어진 먹구름은 책까지 물들이고 / 几落墨雲書共纈

쟁반에 담은 자줏빛 알은 술처럼 적셔 주네 / 盤捎紫乳酒同沾

바람 난간엔 온종일 용이 일산을 받쳐 주고 / 風欄盡日龍擎蓋

눈 내린 후일엔 엎드린 범 모양의 소금을 보리 / 雪窖他時虎伏鹽

열매는 비록 좌중의 손들을 놀라게 하지만 / 蘡薁縱爲驚座客

꽃밭 채마밭의 울타리도 겸할 수가 있다오 / 護花藩圃亦須兼

 

조동쇄서(調童)

서책 담은 상자들을 두 방에 벌여 놓고서 / 綺匣棕函列兩房

갠 날 산 집에서 서늘한 바람을 쏘이니 / 日晴山閣進風涼

그을음 낄까 봐 반딧불빛 짧은 게 미리 두려웠고 / 煙煤預怕螢芒短

조각을 했어라 좀의 영역 긴 것을 자주 놀라네 / 雕刻頻驚蠹界長

칠첩은 빛나게 번득여라 번갯불이 번쩍이듯 / 漆帖輝翻疑

말라서 떨어지는 태전이서리를 맞은 것 같구나 / 錢乾落似經霜

우리나라 탑본을 함께 포쇄하지 말라 / 吾東搨本休同

빛나는 다듬은 종이 누렇게 퇴색하리라 / 唾紙光光鈍帙黃

 

취아과시(聚兒課詩)

더운 바람 후덥덥하고 해는 길기도 한데 / 炎風翕翕日遲遲

용저를 알 수 없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 團聚龍猪未判兒

늑백을 능가할 좋은 시편 짓도록 신칙하고 / 飭作佳篇逃勒帛

잡담하며 담배 피우는 것 엄히 금하노라 / 禁訓語爇金絲

저녁에 읊은 건 뱀그림에 발 덧붙인 것 같고 / 夕吟似畫旋添足

아침에 읽은 건 의원이 매양 비위 보한 것 같네 / 朝讀如醫每補脾

모두들 이르길 높은 가문엔 이런 모임이 없고 / 總道高門無此會

앵삼부터 입히는 까닭을 모르겠다 하누나 / 鶯衫先著理難知

 

구선도어(句船跳魚)

과피선과 혁리선 한 쌍의 배를 띄우니 / 瓜皮革履一雙船

어두운 밤 하늘에 두 꼬리 서로 연했어라 / 兩尾相銜暝色天

은어는 떼를 나누어 뱃전 넘어 들어오는데 / 白小群分踰臬入

오건 쓰고 한가히 앉아 마을 안고 내려가네 / 烏巾閑坐抱村沿

배의 길은 촛불 없어 칠흑같이 어두우나 / 爾行無燭昏如漆

나의 도는 굽지 않고 활줄처럼 곧다오 / 吾道非鉤直似弦

정당하게 짐승을 몰아도 도시 속임수인데 / 範我驅馳猶詭遇

대포인들 어찌 유독 포위 않고 사냥했으랴 / 大庖何獨不圍田

 

요요설육(凹銚爇肉)

우묵함은 약절구 같고 작기는 냄비만한데 / 窪如藥臼小如銚

듣자하니 등심 삶아 이 밤을 즐긴다 하네 / 見說𦙫樂此宵

조각달은 중천에서 햇무리처럼 에워싸고 / 片月當中圍似暈

실바람 부는 곳엔 거센 조수가 이는구나 / 細風吹處怒成潮

먼저 돌아온 여자종은 촌 막걸리를 사 오고 / 先歸酒婢沽村釀

사리 아는 종아이는 차 끓일 나무를 주워 오네 / 解事茶僮拾澗樵

나물 먹던 창자에 고기를 먹지 말라 / 莫把蔬腸爲肉袋

곧 과사를 고증할 일로 다시 서로 부르리라 / 會徵瓜事更相招

다산시문집 제6 / () 송파수작(松坡酬酢)

 

[-D001] 치씨(薙氏) …… 작씨(柞氏) :

치씨는 주관(周官)의 이름으로 풀을 베는 일을 관장하는 관직이고, 작씨는 역시 주관의 이름으로 초목을 다스리는 일을 관장하는 관직인데, 여기서는 곧 낫으로 초목을 베는 사람들을 주관에 비유한 것이다.

[-D002] 태사공(太史公) 하거서(河渠書) :

태사공은 한() 나라 때 태사령(太史令)을 지낸 사마천(司馬遷)을 말하고, 하거서는 사마천의 《사기》의 편명으로서 천하의 강과 도랑에 대하여 그 하공(河工)과 수리(水利) 등의 일을 기록한 것이므로 이른 말이다.

[-D003] 현단(玄壇) :

천단(天壇)과 같은 말로, 하늘에 제사지내는 단()을 이름.

[-D004] 원봉(元封) :

한 무제(漢武帝)의 연호. 한 무제가 원봉 원년에 태산에 봉선제(封禪祭)를 지냈으므로, 여기서는 소나무를 괴고 그 밑에 단() 쌓은 것을 봉선에 비유한 것이다.

[-D005] 칠첩(漆帖) :

옻칠을 한 책갑(冊匣) 등을 이름.

[-D006] 태전() :

서물(書物)에 핀 돈 모양의 곰팡이를 이름.

[-D007] 용저(龍猪) :

용과 돼지. 즉 준수한 사람과 노둔한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D008] 앵삼(鶯衫) :

조선 시대에 나이 어린 사람이 생원시(生員試)나 진사시(進士試)에 급제했을 때 입었던 연두색 예복(禮服)이다.

[-D009] 대포(大庖) :

천자(天子)의 포주(庖廚)를 이르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그 포주에 있는 짐승의 고기를 가리킨 것이다.

[-D010] 과사(瓜事) …… :

() 나라 때 채유(蔡攸)가 비서성 제거(祕書省提擧)로 있을 적에 어느 여름날, 비서성 관원들을 도산(道山)에 모아 놓고 함께 오이를 먹으면서 채유가 좌상의 여러 사람에게 오이에 대한 고사를 고증하도록 하고, 고사한 조항을 고증할 때마다 오이 한 조각씩을 먹게 하였다. 이때 동유(董逌)가 연해서 여러 가지 고사를 고증하여 좌중으로부터 탄복을 받았던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 말한 과사(瓜事)는 곧 오이에 대한 고사를 뜻하는데, 전하여 다시 야채를 먹게 될 것을 의미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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