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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다시 공부 하자.

淸潭 2024. 3. 23. 09:34

한국 쇼트트랙 충돌, 외국 선수들은 이미 알았다

김세훈 기자입력 2024. 3. 23. 08:19수정 2024. 3. 23. 08:24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황대헌(강원도청, 오른쪽)과 박지원(서울시청)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후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 코치가 결승전에서 내가 따라야 하는 매우 세부적인 전술을 세웠다. 그게 너무 좋았다. 우리는 최강인 한국이 충돌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We thought that it was possible that the leader, the Korean skater, would crash).” (쑨롱·1500m 금메달리스트)

“1500m는 내가 약한 종목이었다. 발목이 아파 훈련도 많이 빠졌다. 그런데 은메달을 따다니 믿기 힘들다. 나는 레이스 직후 은메달로 올라갈 줄 알았다. 한국 선수들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I kind of knew instantly that I would move up to a silver, because what the Korean guy did really was something that should not happen).” (젠스 반트 바우트·1500m 은메달리스트)

“한국 선수들은 서로에 대해 공격적이었다(Hwang and Park are aggressive with each other).” (윌리엄 던지노우·1000m 금메달리스트)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이 많은 충돌과 싸움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Before the race, I thought the Koreans could do a lot of crashes and fighting). 이번 시즌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은 내게는 금메달과 같다. (피에트로 시겔 1000m 은메달리스트)

최근 네덜란드에서 끝난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충돌로 인해 탈락하면서 메달을 따낸 선수들의 인터뷰다. 이들은 한국 선수들의 충돌을 예상했고 그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했다. 그래서 모두 예상밖으로 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자멸한 게 이들이 메달을 따낸 ‘비결’이었다.

국제빙상연맹(ISU) 홈페이지에는 이들이 레이스를 마친 뒤 소감 게재돼 있다. 연맹은 1500m 레이스를 마친 뒤 메달리스트들의 소감과 함께 한국 탈락에 대해 전했다. 연맹은 ”레이스 전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공격적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박지원, 황대헌이 1,2위가 예상됐다”며 “금메달을 향한 이들의 싸움이 벌어졌다. 황대헌은 박지원을 게임 밖으로 밀어냈고 황대헌은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다. 연맹은 “쑨밍은 우승자라는 타이틀로 미끌어져 들어갔고 젠스 반트 바우트는 은메달을 주머니에 넣었으며 코레이는 놀라운 동메달을 따냈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들의 탈락 덕분에 경쟁자들이 메달을 예상보다 쉽게 따냈다는 뉘앙스다.

1000m 레이스에도 황대헌, 박지원은 선두를 달리다가 충돌해 탈락했고 메달은 다른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금메달을 딴 윌리엄 던지노우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팬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서로에 대해 공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은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 피에트로 시겔은 월드컵보다도 높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행운의 은메달을 따냈다. 그도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이 많은 충돌과 싸움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달을 향한, 아니 금메달을 향한 한국 선수들의 과도한 경쟁은 이미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고 외국 선수들은 한국의 충돌을 예상하고 그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 메달을 딴 것이다.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작은 트랙 위에서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순위싸움은 늘 충돌과 탈락이라는 변수를 낳는다. 그래서 선수들의 작은 행동, 작은 반칙에 대해서도 판정이 무척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금메달을 향한 욕심 때문에 자멸했고 어부지리로 다른 선수들에게 예상 밖 메달을 안겼다. 한국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멸한 호구였고 멍청한 기쁨조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