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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날 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3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淸潭 2020. 10. 2. 14:50

[단독] “그날 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3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나는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이름을 안다. 이 정부는 그들의 이름을 모르고 있나?”

곽수근 기자

입력 2020.10.02 11:35

 

 

 

 

 

 

 

“나는 평생 그날 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눈물을 잊지 못할 겁니다.

김학송(57)씨는 지난 2018년 5월 9일, 북한 억류 1년 만에 풀려나던 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한 것을 계기로 북한이 석방한 3명의 미국인(김학송·김상덕·김동철) 가운데 한 명이다.

2018년 미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서 구출한 김학송씨가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6명 송환 요구해야”한다며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남강호 기자

“그날 아침 갑자기 짐을 싸라고 해서 ‘더 독한 곳으로 끌려가겠구나’는 생각에 두려웠어요. 저녁 7시쯤 어딘가로 데려가더니 ‘김학송은 조선인민공화국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하지만 미국의 강경한 요구에 추방한다’고 선언하고 내보냈어요. 꿈인가 싶었습니다.” 김씨 일행을 태운 밴은 평양 순안공항으로 진입해 활주로 인근에 대기중인 미 공군 전용기 앞에 멈춰섰다.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칠해져있는 비행기를 보고서야 진짜 풀려났다는 게 실감났죠. 비행기로 오르는 계단 앞에 덩치가 큰 남자가 서있더군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울고 있었어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었어요.”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눈물이 미국인 3명을 무사히 데리고 돌아가게 됐다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입국해 한 달 정도 지내고 30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인터뷰와 전화 통화를 통해 그의 얘기를 들었다.

◇새벽 2시42분에 만난 미국 대통령

"미국에 도착하니 다음 날 새벽 2시 40분쯤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기내까지 들어와서 우리 일행을 맞이했어요.”

2018년 5월 북한에서 풀려난 김동철(왼쪽에서 두번째) 목사가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군 기지로 마중 나온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이 함께 풀려난 김학송 선교사고 ,뒤에 이들을 평양에서 구출해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보인다./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들을 태운 전용기는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중간 급유를 받고 알래스카를 거쳐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온통 가족 생각뿐이었어요. 알래스카에서 도착한 뒤 다시 워싱턴을 향해 출발할 때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마중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 선교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기내까지 들어와서 북한에서 풀려난 우리 일행을 맞이했어요. 미국 국민을 대신해 고국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고 했어요. ‘당신은 영웅’이라면서 악수도 했다”며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부모·자녀 사이와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적만 미국이지 저는 미국을 위해 한 일이 없어요. 제가 북한에 간 것도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를 위해 간 거였어요. 그런데도 미국은 저를 구출해줬어요.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요. 뒤늦게 정착한 외국 이민자이고 영어도 잘못하는데도요. 미국은 국민을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이메일이 최고 존엄 모독죄

중국 옌볜에서 태어난 김씨는 농대를 졸업한 뒤 중국 투먼시 농업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1995년 미국 방문을 계기로 신학을 공부했고 10여년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선교 활동을 하며 북한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유식 등을 보냈다. 그는 2014년부터 평양과학기술대 농생명과학부 실습농장에서 근무하며 농업 기술을 가르치다가 2017년 5월 6일 느닷없이 체포돼 독방에 갇혔다. 한국과 중국의 지인들에게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을 문제 삼아 최고 존엄 모독죄, 공화국 비방죄 등의 혐의를 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