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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취하면 미친년이 된다고 한다

淸潭 2016. 11. 6. 12:22

연경묘 봉표(延慶墓 封標)

 

경상북도 의성군 점곡면에 있는 연경묘 봉표에 대해 전해오는 이야기.

 

의성군 점곡면 명고리 지방도에서 북쪽으로 1쯤 들어간 길가에 높이 10m, 넓이 5m 정도의 검푸른 자연암(自然岩)이 깎아 세운 듯이 우뚝 서 있다. 모양이 기이하여 지나가는 사람이면 한 번쯤 쳐다보게 되는 바위이다. 그러나 그 바위에는 무심히 지나치면 볼 수 없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연경묘향탄암 계하성산옥곡암봉표(延慶墓香炭岩 啓下城山玉谷巖封標)’, 사연을 알 길 없는 나그네라면 무심코 지나치겠지만 이 글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오랜 세월 바람에 깎이고 비에 씻겨 글씨가 희미해졌지만, 지존한 임금을 사랑했던 한 처녀의 애처로운 사연은 바위의 글귀와 함께 여전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조선 세종 때의 일이었다. 이곳 옥곡(玉谷)에는 취란(翠蘭)이라 하는 아리따운 처녀가 있었다. 용모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시문(詩文)과 서화(書畵)에도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어 재색 겸비(才色兼備)의 가인이라 할 만하였다. 취란의 재색은 멀리까지도 소문이 나서 급기야 나라에서 구하는 궁녀로 발탁되었다. 궁궐에 들어간 취란은 약방에서 심부름을 하게 되었다. 영리하고 성실한 처녀인 취란은 약방에서도 자기가 맡은 바 일을 성심 성의껏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따운 취란의 모습이 젊은 세종(世宗)의 눈에 띄었다. 이후 취란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주 왕의 부름을 받았다. 왕의 사랑이 지속되었던 이 1년은 취란에게는 꿈같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1년이 막 지날 무렵에 취란은 왕자를 낳았다. 세종은 기뻐서 연경(延慶)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그러나 취란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취란이 아들을 낳자 궁중의 비빈(妃嬪)과 궁녀들이 취란을 시기하기 시작하였다. 취란이 왕의 사랑을 독점할까봐 급기야 취란을 모함하기에 이르렀다. 취란에게는 궁중 암투를 당해낼 권력도 배경도 없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갓 태어난 아들 연경을 안고 고향인 옥곡으로 내려왔다.

 

그날로부터 기약 없는 기다림의 날들이 이어졌다.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면 서울에서 자기를 데리러 사신이 오는가, 나무 위에서 까치가 울면 궁중에서 반가운 소식이 오는가,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눈물진 세월이 어느덧 4년이나 지났다. 환궁하라는 소식은 고사하고 처음 몇 해 동안 때때로 찾아오던 왕자 문후신(問候臣)조차도 끊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가슴 아픈 세월을 보내던 취란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목숨과도 같이 아끼고 사랑하던 아들 연경이 겨우 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는커녕 얼굴조차 다시 보지 못하고 먼 길을 떠난 아들 때문에 취란은 몸 져 눕게 되었다. 이제 취란이 궁으로 돌아갈 길은 더 이상 없어졌다.

 

왕자 연경의 죽음이 알려지자 궁중에서 시신(侍臣) 이정재(李政在)를 보내어 장례를 치르게 하고 연경묘를 수호하게 하기 위해서 성산(城山) 옥곡을 묘산(墓山)으로 내렸다. 이정재는 무덤 앞 향탄암(香炭岩)에 봉표(封標)를 새기고 오른편 바위에다 묘사비(墓史碑)를 세웠다고 한다. 아들을 잃은 취란의 그 후 생활은 전하는 바가 없다. 연경묘 봉표는 60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비바람을 맞고 서 있으면서 지금까지도 취란과 연경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술 이야기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 교촌리에서 술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스님과 미친 여자, 그리고 무당이 같이 길을 가다가 볼일을 봤는데 그곳에서 밀이 올라 왔다. 그 밀을 가지고 술을 만들었는데,

한 잔을 마시면 중처럼 젊잖다가

조금 더 취하면 무당처럼 기분이 좋아서 막 뛰고 놀고,

더 취하면 미친년이 된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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