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舍廊房

삼신 아씨

淸潭 2014. 9. 24. 11:02

삼신 아씨

 

        - 서정범

 

 갓난아기의 궁둥이는 멍이 들어 있듯 시퍼렇다. 흔히 삼신할머니가 어서 바깥세상으로 나가라고 해서 궁둥이를 쳐서 멍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강원도 강릉 지방에서 무당이 시준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巫歌)는, 삼신할머니의 유래에 대한 것이다. 그 노래가 곧 하나의 낭만성을 띤 서사시라 하겠는데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새도 기는 쥐도 못 들어오는, 열두 대문 큰 기와집 안에 당금아씨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금강산의 스님이 시주하러 아씨네 집에 나타난다.

 아씨는 문구멍으로 스님의 거동을 살피다가 얼굴을 곱게 단장하고 나선다. 스님은 예쁜 아씨를 보자 싱글싱글 웃으면서 시주를 하란다.

 아씨는 아버지의 자시던 쌀을 퍼서 시주하겠다고 하자 스님은 그 쌀은 땀내 나서 못 받겠다고 한다. 어머니가 먹던 쌀은 비린내가 나고, 오라버니 먹던 쌀은 인내와 구린내가 나서 못 받겠다고 하면서 아씨가 먹던 쌀을 시주하라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아씨가 쌀독을 열어 왕거미 줄을 한 껍데기 걷어서 던지니 흰 구름이 일고, 두 껍데기 걷어서 던지니 누런 구름이 일고, 세 껍데기 걷어서 던지니 푸른 구름이 일며 청룡·황룡이 훨훨 날아간다.

 

 아씨는 서 말, 서 되, 세 홉을 퍼서 스님의 자루에 넣었는데 자루 밑으로 모두 새 버렸다. 스님이 일부러 구멍을 뚫었었다. 아씨는 빗자루로 쓸어, 키로 까부르겠다고 했다. 스님은 비 끝, 키 끝을 거친 쌀을 어떻게 먹겠느냐고 하면서 그냥 손으로 줍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시간을 끌자는 수작이다.

 

 스님과 아씨가 함께 줍는 동안 날이 저물었다. 아씨는 날이 더 저물기 전에 어서 돌아가라고 했다. 스님이 이렇게 날이 저물었는데 어떻게 가겠느냐고 하면서 하룻밤을 자고 가자고 했다. 아씨는 펄쩍 뛰면서 부모님과 오라버님이 나들이 가서 혼자 집을 지키고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이 사정하자 아버지 쉬던 방에서 자라고 했다. 누추하고 냄새 나서 못 자겠다고 한다. 오라버니 방도 역시 싫다고 하며 아씨방에서 병풍을 치고 함께 자게 해 달라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아랫목에는 아씨가 자고, 병풍을 친 윗목에는 스님이 자기로 했다.

 

 스님은 자는 척하다 일어나서 병풍 너머로 아씨를 보았다. 젖가슴을 벌리고 자는 게 아닌가? 스님은 도술을 부려 왕거미로 변하여 병풍을 넘어 아씨의 가는허리를 아드답싹 끌어안고 좋아했다.

 

 잠에서 깬 아씨는 스님의 무례를 나무라며 비수로 찌르려 했다. 당황한 스님은 벌거벗은 채 방안을 왔다갔다하는데 불알은 오뉴월 소불알 늘어지듯 흔들흔들, 스님의 연장이 얼마나 컸던지 똬리 열두 죽을 걸어도 남을 정도였다. 아씨는 이를 보고 기절했다.

 

 스님은 아씨의 벽장에서 사주책을 꺼내 보자고 했다. 책장을 넘겨보니 스님과 인연이 있는 날이었다.

아씨는 입었던 옷을 다 벗어 던지고 스님의 품안으로 쏙 들어갔다. 삼세번의 일을 치르고 꿈 이야기를 한다.

 

 아씨의 어젯밤 꿈에, 오른쪽 어깨에는 달이 뜨고, 왼쪽 어깨에는 해가 뜨고, 세 낱의 별이 떨어져 입으로 들어가고, 세 낱의 구슬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는 꿈이었다. 세 쌍둥이를 잉태할 태몽이다.

 해몽을 마친 스님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 씨 세 낱을 아씨에게 주었다. 아이들이 커서 아버지를 찾으면 이 박 씨를 심어 그 넝쿨을 따라나서게 하라고 이르고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석 달 만에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돌아왔다. 얼마가 지나 아씨는 몸져누웠다. 어머니가 점을 쳐보니 세 쌍둥이를 배에 가졌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오라버니는 크게 노하여 시집도 안 간 양반집 처녀가 가문을 더럽혔다고 하며 당장 칼로 목을 베어야겠다고 아씨를 마당으로 끌고나갔다.

 

 칼로 목을 베려고 내리치는데 칼이 동강이 나고 말았다. 또 다른 칼로 치려고 하니까 이번에 칼자루가 빠져 달아났다.

 

 어머니는 딸을 부둥켜안고 아들에게 뒷동산에 있는 굴에 가둬두자고 했다. 굴 안으로 끌고 가 돌 함에 가두어 놓았다.

 

 밤에 벼락 치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는 깜짝 놀라 딸이 갇혀 있는 굴로 달려 올라갔다. 돌함에는 세 쌍둥이가 태어나 있었다. 학들이 날개로 덮어주고, 딸은 옆에서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아기를 업고 내려가자고 했다. 아씨는 오라버니가 무서워 못 가겠다고 한다. 별당에서 몰래 키우자고 했다. 함께 아기를 업고 내려오는데 손자를 본 것이 기뻐서 노래를 부른다.

 

"둥둥둥/ 내 손자야/ 두리 둥둥 내 손자야/ 요리 보아도 내 손자로구나/ 저리 보아도 내 손자로구나/ 아장아장 걸어라 뒷맵시 보세/ 방긋 웃어라 입모습 보세/ 둥둥둥 내 손자야/ 둥둥둥 내 손자야."

 

 이래서 세 쌍둥이는 별당에서 몰래 키웠다. 나날이 자라 어느덧 일곱 살이 되어 공부하겠다고 한다. 세 쌍둥이는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다. 다른 아이들이 신기해서 아비 없는 자식이 벼슬도 못할 텐데 공부는 해서 무엇하냐고 빈정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찾아내라고 졸랐다. 너희 태어날 때 뒷동산에 올라 대나무 곁에서 오줌을 잠깐 누웠는데, 그때 태기가 있어 낳았으니 대밭에 가보라고 했다.

 

 대밭에 가 아버지를 부르니 대나무가 제가끔 나타나며 어떻게 대나무가 네 아비가 되느냐고 하면서 다만 너희 아버지가 죽으면 상주가 짚는 지팡이가 된다고 하며 건너편 밤나무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한다.

 

 밤나무도 너희 아버지가 죽으면 신주 구실을 하지만 아버지가 아니라고 했다.

삼 형제는 시퍼런 칼과 관솔불을 켜들고 어머니께 가서 아버지를 찾을 수 없다면 다시 뱃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위협했다. 그때야 어머니는 스님이 주고 간 박씨 생각이 나서 꺼내 주었다. 박씨를 심었더니 그 넝쿨이 끝없이 뻗어 나갔다.

 

 삼 형제는 박넝쿨을 따라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넝쿨이 멎는 데 절이 있었다. 삼형제의 얼굴을 닮은 듯이 보이는 스님을 만나 아버지, 하고 불렀다. 그랬더니 너희가 내 자식들인가를 알아보자고 하며 종이 버선을 신고 내를 건너갔다 올 동안 종이에 물이 먹어 들지 않으면 내 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그대로 했더니, 스님 이번엔 저 건너편의 소 안에 있는 붕어를 잡아서 뭉청뭉청 씹어 먹고, 강안 가득히 산 붕어를 토해내라고 했다. 그대로 했더니 이번엔 뒷동산에 올라 죽은 소뼈를 모아서 살아있는 소를 만들어 타고 내려오라는 것이다.

그대로 했더니 짚으로 닭을 만들어 홰에 올려 울게 하라고 했다. 또 그대로 했다. 그랬더니 거미줄 위를 다녀도 거미줄이 다치지 않게 해보라고 했다. 그대로 해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하라는 것이었다.

칼로 손을 끊어 혀로 핥아 보라고 했다.

삼형제가 모두 그렇게 했더니 구름이 일어나며 한데로 똘똘 뭉쳤다.

 

그대로 했더니, 스님 이번엔 저 건너편의 소 안에 있는 붕어를 잡아서 뭉청뭉청 씹어 먹고, 강안 가득히 산 붕어를 토해내라고 했다. 그대로 했더니 이번엔 뒷동산에 올라 죽은 소뼈를 모아서 살아있는 소를 만들어 타고 내려오라는 것이다. 그대로 했더니 짚으로 닭을 만들어 홰에 올려 울게 하라고 했다. 또 그대로 했다. 그랬더니 거미줄 위를 다녀도 거미줄이 다치지 않게 해보라고 했다. 그대로 해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하라는 것이었다. 칼로 손을 끊어 혀로 핥아 보라고 했다. 삼형제가 모두 그렇게 했더니 구름이 일어나며 한데로 똘똘 뭉쳤다.

 이때 스님도 손을 끊어 혀로 핥으니 구름이 아들들의 것과 합쳐졌다. 그때야 내 아들이 분명하다고 얼싸안았다.

 


 이리하여 아버지는 맏아들은 금강산 산신령의 직분을 주고 둘째는 태백산 문수님이 되게 하고, 셋째는 대관령 국사당을 주관하게 했고, 세 쌍둥이 어머니는 아들 딸을 점지하는 삼신의 직분을 맞게 되었다.

 

 삼신의 유래가 담긴 노래는 오랜 시일에 걸쳐 내려오면서 불교적으로 윤색된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삼신의 삼은 삼줄(탯줄). 삼터(出生地). 삼밥·삼바라지 ·삼바가지 등 태·생명·출산(胎·生命·出産)의 뜻을 지니며 삼신은 생명의 신, 출산의 신 등의 뜻을 지닌다. 새 생명의 탄생이 너무 기뻐서 삼신이 두들긴 손매에, 궁둥이가 시퍼런 멍이 드는 아픔을 겪고 우리는 태어나는 것이다.
 
 

 출처 :효소건강다이어트 원문보기   글쓴이 : 익명회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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