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31 03:03 | 수정 : 2013.12.31 09:55
집과 500m 거리서… 딸 특목고 학비 구하려 지인 찾아다녀
해직前엔 기숙사 생활… 가족에게 정리해고 사실 안 알려
크리스마스날 마지막 통화 "여보, 나 오늘 일찍 퇴근했어"
직장을 잃은 40대 가장이 가족에게 실직 사실을 숨기고 한겨울 폐가를 전전하다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피운 불에 타 숨졌다. 그는 특목고에 합격한 외동딸의 학비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오후 6시 55분쯤 부산시 동래구의 한 재개발 구역에 있는 2층 빈집에서 불이 났다. 재개발을 앞둔 이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였지만 방 안에선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발견됐다. 그는 이 방의 입구 쪽을 향해 엎드린 상태였다.
지난 28일 오후 6시 55분쯤 부산시 동래구의 한 재개발 구역에 있는 2층 빈집에서 불이 났다. 재개발을 앞둔 이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였지만 방 안에선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발견됐다. 그는 이 방의 입구 쪽을 향해 엎드린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 1일 일감 부족으로 정리해고를 당했다. 이 지역의 조선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김씨처럼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그는 이 하도급업체에서 11개월간 근무했다. 직장을 잃은 김씨는 차마 가족에게 자신의 실직 사실을 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소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2~3주에 한 번씩 부산 집에 들렀기 때문에 가족들도 가장의 실직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14일 부산 집에 왔다가 이틀 뒤인 16일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며 집을 나섰고, 이후론 가족들과 전화 통화만 했다.
경찰과 김씨의 직장 동료들에 따르면 김씨의 딸은 내년 특목고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김씨는 딸의 고교 학자금 마련을 위해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김씨의 부인(42)은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었지만, 경제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지난 25일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크리스마스여서 회사 일이 일찍 끝났다"는 마지막 통화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시 김씨는 실직 상태였다. 김씨는 강추위가 찾아오자 잠을 자기 위해 자기 집 부근 폐가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씨가 이곳에 4~5일 정도 머물면서 추위를 쫓기 위해 불을 피웠으며, 이날 자신이 피운 불이 갑자기 번지면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뒤늦게 입구 쪽으로 피신하려 했지만 끝내 숨진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숨진 폐가는 그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서 불과 500여m 떨어져 있었다. 김씨는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실업급여 32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동래경찰서 이창훈 경위는 "김씨가 가족에게는 출근한다고 말한 뒤 집을 나와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차마 실직 사실을 밝히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