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이 태평하여 모두들 의식주에 대한 걱정없이 잘 사는데 왜 여러분들은 나만 보면 얼굴을 찡그리오?"
이때 어느 대담한 마을 사람이 대답했다.
"세가지 해로움도 제거하지 못했는데 어찌 태평을 논할 수 있겠나?"
"세가지 해로움이라니요?"
주처는 이상히 여겨서 물었다.
"남산에 있는 호랑이, 장교(長橋)아래에 있는 교룡(蛟龍), 그리고 주처 자네를 합하여 세 가지 해로움이라 하는 걸세."
주처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는 더욱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굳혔다. 그리고 자신있게 다짐했다.
"제가 반드시 그 세가지 어려움을 제거할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주처가 삼해(三害)를 없애겠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제각기 경하해 마지 않았다. 두 호랑이가 싸우면 반드시 하나가 상하는 법인즉, 세가지 해로움을 다 없앨 수는 없을지라도 한두 가지의 해로움은 없앨 수 있을 것이므로 모두 그를 격려했다.
그리하여 주처는 칼을 차고 남산에 올라가 맹호(猛虎)를 잡아죽였고 다시 장교 아래의 물에 뛰어 들어 교룡과 싸움을 벌였는데,사흘 밤낮이 지나도 주처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주처가 교룡에게 잡아먹혔다고 모두 손을 들어 환호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나 주처는 악전고투 끝에 교룡을 죽이고 살아 돌아왔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별로 반갑게 여기지 않았다. 주처는 아직도 자기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이 미움을 품고 있음을 깨닫고 허물을 고쳐 착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각오를 더욱더 굳게 다졌다.
그래서 그는 정든고향을 등지고 동오에 가서 대학자 육기(陸機)와 육운(陸雲) 두 형제를 만나보고 솔직담백하게 말했다.
"전에 저는 나쁜 짓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뜻을 세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어 두렵습니다"
"자네는 나이가 아직 젊네! 굳은 의지를 가지고 지난 허물을 고쳐 새로이 착한 사람이 된다면(改過遷善), 자네의 앞길은 무한한 것일세." 하고 육운이 격려를 했다.
이때부터 주처는 뜻을 세워 동오에서 글을 배웠다. 이후 십여년 동안 품덕과 학문을 닦고 익혀 마침내 유명한 대학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