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故事成語

不 朽 ( 불 후)

淸潭 2013. 5. 7. 10:31

不 朽 ( 불 후)
아주 옛날 중국에는 영혼이라는 개념 대신 오직 육체라는 개념만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중시했던 것은 '몸'이었다. 즉 영어의 Body일 뿐, Self라는 개념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人身(인신)의 개념만 있을 뿐 人格(인격)의 개념은 없었다.

人身이 곧 人格을 의미했다. 人身攻擊(인신공격)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人格攻擊(인격공격)까지도 포함한다.

그토록 중시하는 몸뚱이지만 죽으면 썩어 한줌의 흙이 되고 만다. 몸뚱이를 중시하는 중국 사람들에게 이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죽는다는 것은 곧 끝을 의미했다.

하지만 죽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어떻게 하면 죽음을 헛되지 않게 승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중요할 뿐이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오게 되었다.


儒家(유가)의 경우, 자신은 죽더라도 또 하나의 자신, 즉 자식만 있다면 永生(영생)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후손에 대한 개념이 남다르다. 孟子(맹자)는 자식의 커다란 不孝(불효) 세 가지를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후손이 없는 것을 제일 큰 불효라고 했다.

그런데 자식을 통한 永生은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이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자신이 永生하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立身(입신)이다.


한마디로 이름을 날리는 것이다. 그래서 말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 人死留名)."


이름을 날리는 것, 곧 '有名'이 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立功(공을 쌓음), 立德(덕을 쌓음), 立言(훌륭한 말을 남김)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사람은 죽되 썩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른바 三不朽(삼불후)인 것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진(晉)나라에서는 삼가분진(三家分晉)으로 나라가 쪼개져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서막이 되었다.

그 일이 있기 전 진나라에서는 신흥귀족인 육경(六卿)의 대표격인 범(范)씨와 구 세력의 대표격인 난(欒 나무이름 란)씨 사이에 내란이 벌어져 범씨 세력이 승리하였다.

이 일로 범씨는 기고만장하였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노(魯)나라에서는 대신 숙손표(叔孫豹)를 사절로 보냈는데, 범씨나 숙손씨 모두 '범 없는 골에서 여우가 대장 노릇하는' 터였다.

숙손표 일행을 맞이한 자리에서 범선자(范宣子)가 자기 가문을 뻐기면서 한 말이 매우 유명하다.

"옛날 사람들이 말하기를 '죽어서도 영원히 썩지 않는 것(死而不朽사이불후)'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어떤 것을 두고 한 말이지요?"

아무튼 숙손표가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자 범선자가 다시 말했다.

"우리 범씨 가문은 옛 선조 때부터 명망이 있었고, 지금은 진나라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죽어서도 영원히 남는 것'이란 바로 이럴 때 붙이는 말이겠지요."

이에 숙손표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대대손손으로 누리는 세록(世祿)일 뿐이오. 근본적으로 불후(不朽)와는 다른 것이지요. 우리 노나라의 경우 장문중(臧文仲)이란 대부는 죽은 지 이미 오래 되는데 그가 남긴 말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받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불후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불후의 업적에 들 만한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큰 덕을 세워 후세에 남기는 것이고(太上有立德), 그 다음은 큰 정치를 펼쳐 위업을 남기는 것이고(其次有立功), 마지막으로 일가지언(一家之言)의 학문을 수립해 후세에 남기는 것(其次有立言)이 있습니다."

숙손표가 범선자에게 한 이 말은 『춘추좌전』'양공(襄公) 24년 조(條)'에 기록되어 있다. 그가 남긴 말은 '입덕(立德), 입공(立功), 입언(立言)'으로 요약되어 후세에 삼불후(三不朽)로 자리 잡았고, 일반인들에게 세상에서 존경할 만한 업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유가 학문은 '삼불후'를 인간이 세상에서 성취해야 할 최고의 업적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유가 학파의 전통은 역대에 걸쳐 인간이 여하히 삼불후를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지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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