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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짐 체인지로는…

淸潭 2013. 2. 21. 17:51

김정은 암살? 군사개입? 레짐 체인지로는…

 

[북핵 딜레마에 빠진 한국]<4> ‘레짐 체인지’의 한계
‘뾰족수’ 못찾는 北정권교체론… “核포기 압박” 공허한 메아리

“북한의 위협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뿐이다.”

미국의 보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사설을 통해 “북한은 로켓 실험을 핵실험처럼 협박도구화할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북한 핵 위협은 더이상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2일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체제와 정권을 바꾸는 레짐 체인지가 북핵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란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 논리는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20년간의 대화와 협상도, 어떤 대북제재도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태도,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 지도부의 태도를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만큼 지금의 체제와 정권을 통째로 흔들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문제는 그 구체적 방법과 실현가능성이다.


○ 미국의 오락가락한 레짐 체인지 정책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대표적 인물은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분류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처럼 북한의 체제도 바꾸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정책방향이 확고했다. 기독교에 정신적 바탕을 둔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은 독재자를 없애는 것만큼이나 민주주의 확산을 통해 정권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레짐 트랜스포메이션(regime transformation·정권 전환)’이라는 용어를 즐겨 썼다.

그러나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역설적이게도 부시 행정부는 정권 전환 정책을 사실상 버렸다. 그동안 ‘불량국가와 마주앉지 않겠다’며 거부했던 북-미 양자회담에 응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피가 마르는 것 같다’며 고통스러워하던 대북 금융제재(BDA 금융계좌 동결)도 해제해줬다.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정권 전환 방침에 꾸준히 비협조적이었던 상황 요인도 반영된 조치였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 정가에서는 ‘외교적 성과가 거의 없었던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서만이라도 치적을 남기기 위해 태도를 돌변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핵실험 도발을 강행한 북한의 전략적 성과만 높여주는 상황이 됐다.





○ 레짐 체인지의 방법과 한계

대표적 레짐 체인지 방법은 북한 지도부 제거다. 청와대는 1월 발간한 ‘이명박 정부 국정 성과’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무인항공기(UAV)에 무장이 가능토록 해 표적을 식별함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고 적었다. ‘북한 지도부를 찾아내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공공연하게 암시한 것이라고 안보 부처의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그러나 암살은 범죄행위여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작전이 노출되거나 한국군이 포로로 잡히면 북한의 외교적 역공에 휘말릴 수도 있다.

탈북자를 중심으로 해외에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만들었듯이 해외에 북한 정권교체 운동의 거점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도 ‘활동의 중심은 대한민국이어야지 외국에 근거를 둬서는 안 된다’며 이 방안에 반대했다. 김정남(김정일의 장남)을 망명시켜 북한을 동요시키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한 정보 당국자는 “김정남이 북한 주민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도 아니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데려올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민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ion)이란 개념을 토대로, 북한에 대한 군사개입 필요성을 말하는 목소리도 높다. R2P는 정권이 자국민 보호라는 제 역할을 못 할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2011년 미국이 리비아 사태에 군사개입을 하면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민간인 학살을 막기 위해’라며 R2P 명분을 내세웠다. 군 연구기관 관계자는 “한반도 상황은 다르다. 중국이 미국의 일방적 개입에 반발해 군사력을 북한에 투입하게 되면 한반도에서 미중 간 심각한 군사충돌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한, 레짐 체인지에 격앙된 반응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에서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레짐 체인지’라는 말을 기피했지만 아이를 키울 때도 좋다 좋다만 하면 점점 버릇이 나빠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15일 ‘국민원로회의’에서도 “(북한)정권이 무너지기 전에 핵 포기를 기대할 수 없다”며 레짐 체인지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민족반역자의 최후 발악” “만고역적” “대결병자”라며 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북한은 레짐 체인지와 관련된 언급을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량 난민 발생 등 급변사태 관련 발언이나 보도만으로도 대화 중단을 선언하며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 2004년 10월 급변사태 대비계획인 ‘충무계획’의 존재가 국회에서 거론되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겉으로 화해니 협력이니 하는 남조선이 뒤에서 우리의 체제에 도전하면서 딴 꿈을 꾸는 게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2010년 1월 ‘북한붕괴론’에 근거한 비상계획(부흥계획)을 이명박 정부가 수립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도 북한 국방위는 “이 계획을 주도하고 뒷받침해 온 남조선 당국자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거족적인 보복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실제로 이런 위협은 북한의 도발로 이어졌다. 같은 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잇달아 터진 것이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정부는 북한의 점진적·급진적 변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겠지만 어느 한 방법만으로 정권을 교체시키기는 어렵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전략적 접근방안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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