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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찹쌀떡 장수는 간첩이었다?

淸潭 2013. 1. 15. 15:18

 

 

“찹쌀떡 사~~~려...” “찹~~~쌀떡 사~~~려.....”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밤에 들려오는 소리는 추녀밑의 고드름에 부딪치며 한적한 시골마을의 일찍 잠든 사람들을 깨웁니다. 창호지 한 장으로 겨우 안과 밖을 경계하던 문틈으로 북풍은 슬금 슬금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와 버리고 하이얀 목화송이를 한 겹 두 겹 쌓아올려 만든 어머니의 목화솜 이불속에서는 발가락싸움으로 겨울밤은 깊어갑니다. “이거 누구 발이야?” “언니 발 치워. ..빨랑....” 아랫묵에 발을 묻을려고 동생들하고 보이지 않게 이불속에서는 전쟁을 합니다. “어...이거는 막내딸 발이네...” 어머니의 사랑스런 표정에서 막내는 벌써 두어 점을 두고 시작하는 바둑이 됩니다. 이 때 저멀리에서 다시 들려옵니다. “찹쌀~~~~떡...사려....” “메밀 ~~~~묵 ....사려....” “으으우....간첩이다. 숨자 ...” 나는 이불속으로 얼굴도 안 내놓고 엉덩이만 내어놓고 숨는 꿩처럼 아니지요. 엉덩이도 내어 놓지 않는 완벽한 겨울잠 곰처럼 이불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동생도 나를 따라서 목화솜이불속으로 숨도 죽이고 들어옵니다. 살며시 이불을 들어 올리면 귓전에 다시 들리는 그 소리에 우리는 다시 반공호 속 같은 이불속으로 꼬옥 들어가 버립니다. 언제부터인가 찹쌀떡 장수는 간첩이라고 어머니가 하셨습니다. 아니 위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둘째 언니도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오십여년 전의 그 어렵던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겨울이면 하루에 한 끼 먹던 집도 있었고 하루 세끼를 다 먹던 집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대게는 점심에는 고구마를 삶아서 먹기도 하고 김치를 넣은 김치죽을 먹으면서 짧은 낮을 보내곤 하였습니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화룻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는 것이 유일한 간식이던 그 겨울밤에 먹는 찹쌀떡은 얼마나 맛이 있을까요? 그런데 단 한 번도 겨울밤에 찹쌀떡을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찹쌀떡 장수의 외침은 찹쌀떡을 팔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간첩이 접선을 하려 소리치고 다니는 것이라고 어머니가 하셨습니다. 동생하고 나는 찹쌀떡소리만 나면 찹쌀떡 먹고 싶은 생각은 십리 밖으로 달아나고 무서워서 빨리 저 아저씨가 지나가기를 바랄뿐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그것은 어머니의 거짓말이었습니다. 아니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눈물겹도록 현명하신 어머니의 사랑의 하얀 거짓말이었습니다. 찹쌀떡을 매일 밤 사 줄 수 없는 가난한 부모로서 어머니는 잠시나마 아이들을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먹고 싶은 마음을 잊어버리게 하셨던 것입니다. 눈물겹도록 현명하지 않으십니까? 초등학교 시절은 간첩이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자수하여 광명찾자‘ 라던 붉은 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학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몇 년전에 찹쌀떡 장수가 간첩이 아니라 어머니의 서글픔 거짓말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단 한 번도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둔한 것이거나 아니면 그 옛날에는 부모님의 말씀은 절대 거짓이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골목 골목에 쌓인 눈을 밟으면서 밤 길을 걸어오면서 옛추억에 잠겨봅니다.. 오늘은 달도 없는 섣달 초하루입니다. 도시에서의 달은 있는지 없는지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존재 가치도 부여받지 못하지만 아직도 고향에 가면 겨울밤에 하이얗게 부서지는 달빛은 도시의 가로등 불빛에서 싸늘하게 빛나는 빛이 아닙니다. 그 달빛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포근히 숨어있고 그 달빛에는 내 어릴 적 동생들의 꼼지락 거리던 발가락 같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추억들이 옥토끼가 방아 찧던 달에 숨어 있습니다. 아직은 이 세상에 함께 살아계신 어머니께 맛있는 찹쌀떡을 사다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 추억이야기를 하면서 검은 버섯 낀 손을 살며시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어머님처럼 현명하신 분은 없으십니다.’ 그 사랑에 감사드리면서 내 아이들에게도 어머니의 그 현명함을 전하여주겠습니다. “찹쌀 ~~~~ 떡 ...사려..” 아련한 추억이 허공에서 들려옵니다.

가져온 곳 :
카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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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맨날먹는밥|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