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은 일상에서 멈춰 내려놓는 것”
- 동국대서 힐링캠프 아잔 브람 스님
‘빨리빨리’만 있는 현대인들에
명상은 삶 새롭게 여는 ‘투자’
자비심 갖고 스스로에 관대하면
행복과 기쁨 저절로 찾아올 것- 2013.01.11 10:22 입력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발행호수 : 1178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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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가만히 고요하게 있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빨리빨리’만 있고 ‘천천히’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잠시만 멈춰 명상을 하세요. 그러면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명상 수행자로 알려진 아잔 브람 스님이 1월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1월16일까지 동국대에서 열리는 ‘세계명상힐링캠프’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스님은 힐링캠프에서 대학생과 일반 초심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명상 수행을 지도할 예정이다. 또 조계사를 비롯해 봉은사, 불광사, 구룡사 등에서 대중법문을 한다.
스님은 기자간담회에서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뜸 물컵을 들어 보이며 “명상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내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컵을 오래 들고 있으면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팔이 아파 컵을 들지 못할 지경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려놓아야
하죠. 30초만 쉬었다가 다시 물컵을 들면 훨씬 가볍게 느껴질 겁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일상에서) 내려놓고 명상을 할 줄
모르면 피곤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스님은 “명상은 (삶에 있어) 투자”라고 말했다. 피곤할 때 단 5분의 명상을 하면 1시간에 해야 할 일을 단 15분
만에 마칠 수 있는 것처럼 명상을 하게 되면 마음의 긴장을 완화시켜 삶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수많은
과학적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런 명상에 대한 체험은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스님을 출가의 길로 이끈 계기가
됐다.
아잔 브람 스님은 1951년 영국 런던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탓에 스님은 기독교 학교에
다니며 성가대 단원으로 활동했다. 17세 되던 해 우연히 불교서적을 읽으면서 비로소 불교에 대해 눈을 떴다. 그러나 불교에 귀의할 정도의 각성은
아니었다.
이후 캠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스님은 종교에 대해 깊이 탐착하게 됐다. 종교에 관한 수많은 서적을 읽었고, 그 결과
자신에게 맞는 종교가 불교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님은 “물리학이 어떤 법칙들을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발견해 나가듯 불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불교의 과학적 요소가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스님이 불교명상을 체험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명상을 처음 접한
스님은 알 수없는 환희심에 빠졌다. 이때의 느낌에 대해 스님은 “솔직히 여자 친구와 섹스를 한 것보다 명상이 더 좋았다”고 고백했다.
자연 출가로 이어졌다. 스님은 무작정 태국으로 건너가 삭발을 하고 출가수행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스님은 태국의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던 아잔 차(1918~92)스님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비로소 불교의 수행체계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게 됐다.
“스승님과는 언어적 소통이 잘 되지 못했죠. 그러나 웃음이나 행동,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스승님은 내가 봤던 그 어떤 사람보다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캠브리지에 있을 때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봤지만 스님은 그분들보다 더 똑똑하고 지혜로운
분이었습니다.”
아잔 차 스님 밑에서 9년간 수행법을 배운 아잔 브람 스님은 이후 호주로 건너가 최초의 사찰을 세웠다. 또 보디나야 수행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불교명상법을 전파해 나갔다. 스님의 명상수행법과 법문을 담은 동영상은 매년 수백만 명이 접속해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명상에세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와 ‘성난 물소 놓아주기’ 등의 책을 발간하면서 서구에 불교명상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스님은 “서구에서 불교와 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깊이 진행되고 있다”며 “몸과 마음의 건강에 불교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스님 역시 지난해부터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불교와 심리학, 의학’이라는 주제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스님은 명상이 건강에 미친 효과에 대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단적인 예를 들었다.
“제가 알고 있는 죠지라는 친구는 폐암 말기 환자였죠. 의사조차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명상을 한 이후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어요. 암 덩어리가 모두 사라진 거죠. 죠지는 물론 의사도 모두 놀랐습니다. 죠지와 같은 사례는 제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아잔 브람 스님은 선정 체험을 중시하는 수행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동국대에서 진행하는 힐링캠프의 주제도 ‘선정 체험과 실제
깨침’으로 정했다. 스님은 “선정 체험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올챙이가 개구리가 된 뒤 뭍으로 나온 뒤에야
늘 자신이 생활하던 물이 없어진 걸 발견하게 되듯 우리 주변에 있던 그 무엇인가가 사라져야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며 “깊은 명상
경험인 선정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게 해 준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머리에 당근을 매단 당나귀에 빗대 현대인들이 왜 명상을
체험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당나귀는 계속 당근을 따라가지만 아무리 빨리 가도 당근은 머리 앞에서만 맴돌게 됩니다. 인생의 성공과 쾌락을 좇는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은 모습일 것입니다. 아무리 쾌락을 갈구해도 그것은 우리 눈앞에서 조금도 가까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나귀가 달리던 것을 갑자기
멈추면 그 반동 때문에 당근이 입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스님은 “달리던 당나귀를 갑자기 멈추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명상”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머리에 당근을 단 당나귀처럼 행복은
결코 좇는다고 얻을 수 없다”며 “현대인들의 가장 큰 문제인 조급증을 해결하는 방안도 명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현대인들은 ‘빨리빨리’만 있고 ‘천천히’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서둘러 일을 하려다 보면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럴 때 명상을 하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이어 한국불자들에게도 “중요한 것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할
때는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쉬는 것을 아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은 일하는 것은 아주 잘 아는 데 쉴 때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스님은 “바쁜 일상에서 멈춰 명상을 하고 스스로에 대해 평화롭고 관대하게 대하라”며 “자비심으로 가슴을 열고 멈춰 기다리면 행복과 기쁨은
저절로 우리에게 온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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