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명상실

* 찾잔속에 뜨는 달

淸潭 2012. 3. 27. 12:52

 

 

 

 

 

 

                         

 

 

 

 

 

 

 재회 / 조병화(趙炳華)



고황산(高凰山) 눈부신 꽃 속에서

세상을 먼저 떠난 벗들이
하나하나
일년 한 번 다시 돌아와
여기저기서 숨가쁘게
여보게
여보게
나를 부른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라일락
벚꽃들로
활짝 피어난 벗들의 얼굴
풍기는
하늘의 비누 냄새

어지러운 햇살
벗들의 인사
허, 늙었군
자네도 이젠 늙는군
늙을 줄을 아는군
늙어야지
홈싹 늙어야지, 홈싹 늙어야
다시 피어날 땐 이렇게 환하지

세상 근심할 거 없네
자네 어머님 말씀대로 잠깐일세

허나 가시지 않는 이 불안
살아 있기 때문에 지녀진 이 근심
인간이기 때문에 동행하는
이 고독

오, 꽃이여
저승에서 이승에로
일년 한 번 다시 돌아와
여기저기서
분주히 나를 찾는
벗들의 얼굴

여길세
여길세

꽃.
꽃.
꽃.

 

 

 

 

 

 

* 찾잔속에 뜨는 달

 

 

 

 

'문화,예술 > 명상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상글] 외지게(혼자 놂)|  (0) 2012.03.29
[명상음악] 언제 오시려나   (0) 2012.03.28
[명상음악] 차가운 이별  (0) 2012.03.27
밤은 길고 산은 비어  (0) 2012.03.27
[명상음악] 연꽃위에 내리는 비  (0) 201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