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움
- 청학(淸學),懷人
山川重隔更堪悲 回首天涯十二時
산천중격갱감비 회수천애십이시
寂寞山牕明月夜 一相思了一相思
적막산창명월야 일상사료일상사
산천은 가로막혀
다시 슬픔 견디며
열 두 때 하루 종일
하늘 가 바라보네
적막한 산창에
달빛도 밝은 밤
한 그리움 가시자
밀려드는 그리움
스님이 토로한
그리움이라 좀 뜻밖이다.
하기야 깊은 산 속 적막한 산사에서
사람이 그리운 것이야
스님이라 다르겠는가?
보고 싶은 그 사람은
산 넘고 물 건너 아득한 저편에 있다.
하루 열 두 때 어느 때고
그대 생각 지우지 못해
허물어진 가슴 한 켠을 가누지 못한다.
적막한 밤, 산 창에 달 떠오면
그리운 맘 더 간절하다.
겨우 한 생각 잠재우고 나면
다시 한 생각이 물밀 듯 밀려온다.
파도처럼 덮쳐온다.
보고 싶은 사람아!
이왕에 시작했으니
스님의 시 한 편을 더 보자.
"거짓은 무슨 모양인가"라는 시다.
眞何形狀妄何容 二物猶如空裡風
진하형장망하용 이물유여공리풍
出門不見絲豪虛 百鳥爭啼花亂紅
출문부견사호허 백조쟁제화난홍
참은 무슨 모습이며
거짓은 무슨 모양인가
이 두 가지
허공의 저 바람과 같네
문 나서자
한 티끌도 볼 수 없으니
온갖 새들 우짖는 속에
꽃은 붉게 피어 있네
한 줄 한 줄 짚어 읽으니
눈에 잡힐 듯 마음이 맑아오는
선시(禪詩)다.
다시 한 번 짚어본다.
"문 나서자
한 티끌도 볼 수 없으니.."
헛헛(虛虛)한 마음이
바람소리에 귀를 모운다.
훠어이,
훠이 ..
*
청학(淸學1570~1654):
조선 중기의 고승(高僧). 성은 홍씨(洪氏).
자 현주(玄珠). 호 영월(詠月).
장흥 출신.
13세에 출가
가지산 보림사(寶林寺)에서 승려가 되었다.
지리산 부휴선사(浮休禪師)를 찾아 도를 묻고,
다시 묘향산 청허선사(淸虛禪師)를 찾아 깨달음을 얻어
전법제자(傳法弟子)가 되었다.
만년에는 금강산에서 좌선,
지리산에서 후학들을 지도하였고,
나이 94세로 임종게(臨終偈)를 남기고
앉은 채 입적하였다.
사리를 거두어 보림사에 탑을 세웠다.
법맥을 이은 제자로는
무하자(無何子), 학순(學淳) 등
10여인이 있으며
저서로는 문집인
영월집(詠月集)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