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스님과 본적스님의 게송에 부침
임제(臨濟)스님은 임종하면서 「법을 전하는 게송〔付法偈〕」을 남겼다.
흐름따라 머물지 않는 도리를 묻는다면 참다운 관조는 끝없는 것이라 말해주리라 ‘모습’과 ‘이름’을 떠난 것 본래 성품 없으니 예리한 칼날 쓰고서 얼른 갈아 두어라
沿流不止問如何 眞照無邊設似他 離相離名如不稟 吹毛用了急須磨
그러나 이 게송은 구전자에 의하여 ‘얼른 갈아 두어라〔急須磨〕’라는 귀절이 ‘얼른 다시 갈아라〔急還磨〕’로 바뀌었다. 또한 조산 본적(曹山本寂: 804~901)스님은 ‘고목나무 속에 용이 울부짖는다〔枯木龍吟〕 ’와 ‘해골 속에 눈동자니라〔髑髏無識〕’한 이야기에* 대해 풀이하는 게송을 지었다.
고목에 용이 울부짖을 때 바야흐로 도를 보고 해골 뼈다귀에 ‘식’이 없어야 바야흐로 눈이 밝아지네 기쁘다는 생각이 다할 때 소식이 없어지니 사람들이 어떻게 혼탁한 가운데 맑음을 알랴.
枯木龍吟方見道 髑髏無識眼方明 喜識盡時消息盡 當人那辨濁中淸
이 또한 구전자에 의하여 ‘소식이 없어진다〔消息盡 〕’라는 귀절이 ‘다하지 않는다 〔消不盡〕’로 바뀌었다. 이 두 분 큰스님의 게송에는 매우 은밀한 뜻이 담겨 있는데 그 본의를 잃으면 해는 매우 크므로, 내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임제스님의 ‘용료급수마(用了急須磨)’란, 바로 선자(船子)스님이 말씀하신
모름지기 몸을 감춘 곳에 종적이 없고 종적이 없는 곳에 몸을 감추지 말라.
眞須藏身處 沒蹤跡 沒蹤跡處 莫藏身
라는 뜻이다. 또한,
기쁘다는 생각이 다할 때 소식이 없어지니 사람들이 어떻게 혼탁한 가운데 맑음을 알랴.
喜識盡時消息盡 當人那辨濁中淸
라는 것은 바로 달관(達觀)스님이
‘편’과 ‘정’이 자재하니 초연히 벗어나 십성(十成)을 꺼린다 용문을 모름지기 꿰뚫어야 하나 험한 길 어찌 갈 수 없네 석녀는 차가운 서리 속에서 베를 짜고 진흑소는 불 속에서 밭갈이하네 두 가지 길을 모두 벗어난다면 메마른 고목나무가지에 꽃이 피리라.
偏正互縱橫 迢然忌十成 龍門須要透 鳥道不堪行 石女霜中織 泥牛火裏耕 兩頭如脫得 枯木一枝榮
하신 뜻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 한 스님이 향엄 지한(香嚴智閑)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고목 나무 속에서 용이 우짖느니라.” "무엇이 이 도 가운데 사람입니까?" "해골바가지 속의 눈동자이니라." 그 스님이 석상(石霜)스님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무엇이 고목 나무 속에서 용이 우짖는 것입니까?” 하니 석상스님이 “아직도 기쁜 빛이 있구나” 하였다. 이어서 “무엇이 해골 속의 눈동자입니까?” 하니 “아직도 헤아리는 〔識〕빛이 있구나”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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