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송천필담 1.

淸潭 2010. 1. 29. 13:48
‘중인은 높고 양반은 낮다’ 동요 유행… 북인 집안, 글공부 틈틈이 바둑 수업
 

18세기 생활상 담긴 ‘송천필담’ 완역

 



‘중인은 높고 양반은 낮다’는 의미의 동요가 길거리에 떠돌고, 절친하던 친구와 당쟁으로 절교한 뒤 결국 죽이게 되던 시대. 18세기 조선은 당쟁이 격화되고 신분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던 사회였다. 명, 청과의 교역을 통해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의 사회상을 담은 ‘송천필담’(보고사)을 신익철 조융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종서 한국학중앙연구원 강사, 한영규 성균관대 수석연구원이 최근 완역했다. 18세기 후반 문인인 심재(/·1722∼1784)가 편찬한 것으로 총 837편의 짤막한 글에 자신의 체험이나 독서편력, 관심사, 세태풍속 등을 기록했다.

18세기 초 한양의 도로가 눈으로 진창이 되자 관청에서는 도로 양편의 진흙을 깎아 모아 가운데를 높였다. 이 일로 ‘중간 길은 높고 양쪽 가는 낮다( )’는 동요가 유행했다. 중로(), 즉 중인의 힘은 커지고 가난한 양반()은 몰락하던 당대를 빗댄 노래이기도 하다.

당시는 조정이 노론과 소론, 소론은 또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갈라지던 시대였다. 심재가 기록한 일화를 보면 당파마다 자녀교육법과 독서법까지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인 집안에서는 ‘장자’ ‘사기’ 등 다양한 글을 읽힌다면 북인 집안에서는 글을 가르치는 틈틈이 바둑을 반드시 두게 해 집안사람들이 모두 수준급의 바둑 실력을 갖췄다는 식이다.

 

심재는 말년에 함경남도로 귀양을 간 뒤 이 지방의 세태와 풍속도 책 속에 담았다. “관북()의 여러 고을은 모두 큰 바다에 임해 있어서… 이따금 죽은 고래를 잡게 되면, 팔아서 이익을 남긴다”며 당시 고래잡이 풍경을 기록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한 길 남짓한 나무판으로 앞부분을 뾰족하게 하여 발의 좌우에 묶어 두니 ‘썰매()’라고 하는 것이다”라며 일종의 ‘현대판 스키’가 당시 겨울철 사냥에 사용됐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미술사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있다. 역대 명필의 글씨를 모은 ‘대동서법’을 보고 각 명필의 글을 평한 글이나 궁궐 각 현판에 글씨를 쓴 인물을 기록한 대목 등이다. 이항복, 송시열 등 당대의 유명한 문인에 관한 일화, 종들이 주인을 저주해 죽이자 그 자식이 다시 종들을 벌한 사건, 세간에 화제가 됐던 살인사건 등의 전모, 기녀나 칼 만드는 장인 등 하층민 중에서도 기이한 인물들에 관한 기록도 등장한다.

신 교수는 “심재는 중국의 최신 서적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독서 폭이 넓고 함경도부터 남해 지역까지 두루 구경해 견문이 풍부했던 인물”이라며 “‘어우야담’이 17세기 초를 전후한 조선 사회상을 담았다면 ‘송천필담’은 18세기 조선 사회가 변모하는 양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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