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월급쟁이들 꿈의 정점이자, 자본주의 사회 신분의 꽃이다. 대한민국에는 이런 CEO가 최소 37만명 정도 있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전체 법인 수가 37만여개이기 때문. 하지만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미만인 법인이 95% 정도를 차지한다. 일군(一群)의 경영진을 보유한 규모 있는 회사에서 명실상부한 '최고경영자'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2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들 중에서도 재계를 대표하는 30대 그룹의 핵심 기업을 이끄는 CEO는 그야말로 '스타CEO'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자리를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 CEO들이 있다면 어떤 능력과 자질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을까? 민계식 부회장처럼 일반인이 쉽게 따르지 못할 생활을 해야 할까?
- ▲ (왼쪽부터) 이윤우·남용·김신배·민계식·박찬법·구학서 부회장, 배영호 사장.
◆ 장기 지속하는 '일관성'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눈길을 확 끄는 특징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CEO다. 삼성전자에 두루 포진했던 이기태 전 부회장, 진대제·황창규 전 사장과 비교하면 '카리스마'와 '스타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굳이 승자(勝者)를 꼽자면 이 부회장이다. 그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이 부회장은 남았다. 그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모든 상장사의 대표이사 가운데서도 최장수(16년째)다.
그는 삼성 반도체 사업의 산 증인이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때부터 사업 추진팀에 합류해 64KD램 반도체 개발에서부터 기흥공장 건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할 때까지, 시황의 출렁임이 심한 반도체 산업의 갖은 풍상을 최선두에서 겪었다.
그는 과장 시절부터 중요 업무와 회장의 지시를 기록한 수첩을 한 권도 빠트리지 않고 아직 보관하고 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일관된 성실성과 반도체 웨이퍼처럼 둥글고 원만한 리더십, 시황을 읽는 탁월한 분석력이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 희생을 감수하는 '결단'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LG텔레콤(LGT)과 LG전자를 거치며 12년째 CEO를 지내고 있다. 그는 과장 때 1000만달러 적자를 내고 위기에 빠져 있던 LG전자 미국 LA지사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고, TV가격이 폭락하기 전에 과감하게 재고를 처분해 LA지사를 정상화시키는 등 위기에 강한 수완을 보여주었다. LGT 사장 재직 때도 포화상태인 이동통신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 650만명을 돌파하며 업계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도 시련이 있었다. LGT가 추진하던 IMT-2000 사업허가가 취소되면서 사업권 취득에 관여한 사람은 해당 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려 2006년 명예롭지 못하게 LGT CEO에서 물러났다. 그런 '불명예'는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회사가 1조원대의 추가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단 때문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남 부회장은 그런 불명예와 시련이 오히려 큰 자산이 돼 LG전자 CEO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며 "최근 LG전자의 뛰어난 실적은 남 부회장의 멀리 내다보는 전략 능력, 끊임없는 고객과 사내 소통 덕분"이라고 말했다.
◆ 좌절을 계기로 삼는 '분발심'
스타 CEO들 중에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 적지 않다.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은 삼성그룹 재직 시절 첫 임원인사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좌절은 대부분 나에게 전화위복이 된 경우가 많았다"며 "승진 누락을 '겸손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후 구 부회장은 신세계로 옮겨와 비주력 부문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이마트에 집중 투자해 세계 유통업계 최강자인 월마트를 국내에서 패퇴시키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첫 임원 승진에서는 누락됐지만 그는 입사 동기들 중 가장 오래 CEO로 남아 있다.
배영호 ㈜코오롱 사장도 첫 임원 승진 때 탈락했다. 그는 당시 사장을 찾아가 따지기도 했으나, "당신은 충분히 임원 될 능력이 있다. 늦게 되면 오래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물러났다고 한다. 배 사장은 이후 외환위기 와중에 코오롱유화와 코오롱제약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한꺼번에 맡았고, 나중에는 ㈜코오롱 대표이사로 옮겨 그룹의 확실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박찬법 금호아시아나 부회장도 CEO가 된 비결을 물으면 "서울대 입시에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지원해 떨어진 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박 부회장은 "그때부터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맡은 일은 뭐든지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런 삶의 태도가 그를 CEO로 만들었을 것이다.
◆ 현재에 대한 '집중'과 '충실'
스타 CEO들은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었다. 구학서 부회장은 CEO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사원일 때는 사원으로, 과장이 돼선 과정으로 각각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CEO 자리까지 왔다고 한다. 그가 항상 새기는 말도 '부부자자군군신신(父父子子君君臣臣)'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하고,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배영호 사장도 "골프를 칠 때 목표만 쳐다보면 미스샷이 난다. 공만 똑바로 보고 쳐야 공이 똑바로 나간다"며 "지금의 순간, 사안마다 최선을 다해 일을 하다 보면 기회도 오고 인정을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 과감한 '도전'과 '승부수'
김신배 SK C&C 부회장은 두 번이나 인생을 건 도전을 했다. 한 차례는 삼성물산에 근무하다 집을 팔아서 미국 유학 길에 오른 것이고, 또 한 번은 삼성에서는 출셋길로 통하던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통신사업에 관심을 두고 제 발로 중견 건설회사인 대호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대호는 통신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졌다. 그의 도전은 처음엔 실패인 듯 보였으나, 결과는 성공이었다. 3년 정도 다른 회사를 떠돌다 결국엔 한국이동통신으로 옮겨가 후신인 SK텔레콤의 CEO에까지 올랐다. 스스로의 열망에 충실하기 위해 편한 길을 포기한 도전으로 이룬 성취였다.
[마라톤·메모광… 스타 CEO에겐 ‘독한 구석’이 있다]
'스타 CEO'라 해서 비범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한 가지씩 독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60대의 나이에도 마라톤 풀코스를 뛴다. 기록도 3시간대다. 완주 기록은 200회를 넘었다. '오전 6시 출근, 새벽 2시 퇴근'도 따라 하기 힘들지만, 그의 운동 생활도 따라 하기 쉽지 않다. 대신 그는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고 골프도 치지 않는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등산 실력이 남다르다. 보통 4시간 걸리는 관악산 등반을 2시간 만에 후딱 오른다. 그것도 함께 등산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봐준 것이라고 한다. 꾸준히 등산을 다녔기에 가능하다.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 부문 부회장은 메모광이다. 양복과 와이셔츠 주머니에 온갖 메모지가 수북하다. 각종 경영 지표와 아이디어, 회의 때 나온 말을 적은 것들이다.
배영호 코오롱 사장은 음담(淫談)을 많이 알기로 유명하다. 15년 정도 음담을 수집해 350여개를 줄줄 읊는 수준이라고 한다. 배 사장은 "어떤 모임이나 좌중을 이끌고 대화를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스타 CEO들의 이런 남다른 점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다. 지속적으로 단련하거나 노력하고 습관이 돼야 가능하다. 박찬법 부회장은 월급쟁이로서의 성공 비결을 '부지런함'과 '진지함' 두 가지로 꼽았다. "일시적인 성공은 지속될 수 없다. 성공은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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