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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십리포 기름유출 현장 자원봉사 체험기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원유제거작업에 동참해야 겠다는 생각에 부산하게 움직였다. 작업에 앞서 방제복과 마스크, 면·고무장갑, 장화 등 장비를 보급받았다. 녹색천막 한쪽에 마련된 물품보급소에서는 물량이 달리는 관계로 미리 신청한 명단과 갯수를 확인해 나눠줬다. 그중 장화는 사이즈도 모두 제각각이어서, 대충 작지 않은 것을 골라 신고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한편 흡착포도 부족해서 자원봉사자들이 기증한 헌옷가지나 재활용 현수막이 담긴 봉지 몇묶음 건네받았다. 방제복을 두툼하게 껴입고 바닷가로 나가자 이미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이 흡착포를 이용해 바위에 묻은 원유찌꺼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삽을 이용해 기름 묻은 모래를 퍼내어 포대에 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주말동안 태안을 찾은 봉사자 수는 전국적으로 5만여명이라고 하지만, 이곳 충남 태안군 의항2리 십리포 해수욕장은 만리포 해수욕장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인적이 드물어 구조의 손길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한 30분 쯤 지났을까? 저 멀리 방파제 둑에서 이쪽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래사장은 별로 안 심각하니깐 그만 닦고 이쪽으로 와주세요!” 처음에는 무슨영문인지 몰랐지만, 다급한 손짓에 바로 자리를 옮겼다. 갯바위에 뒤덮인 원유 손으로 일일히 걷어내 도착한 곳은 이전과 딴세상이었다. 바위색깔부터가 확연히 달랐다. 얼핏 보기에도 기름이 많이 묻어있는게 눈에 띌정도로 새까맸다. 또 바위가 산을 따라 쭉 드러선 해안가에는 사람들이 인간띠를 형성하고 원유가 담긴 양동이를 열심히 옮기고 있었다. 수천 명은 더 됨직한 그 줄을 따라 계속 들어가 보니 안쪽에서는 바가지와 쓰레받기, 맨손으로 바위 뜸뜸히 쌓인 원유를 퍼나르고 나머지는 통을 밖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한 1시간 30분~2시간쯤 작업을 하니, 점심식사를 하라는 방송이 들려왔다.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는 평소 같았으면 점심시간이 되면 누가 먼저날것도 없이 식당으로 향할텐데 이날만큼은 모두들 발검을 쉽사리 옮기지 못했다. 특히 고된 작업이 익숙지 않은 청소년들은 오랫동안 허리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원유제거작업을 계속 한 턱에 허리도 아프고 기름냄새에 머리도 어지러울텐데 “이걸 두고 어떻게 나가요”, “흐름이 끊길 것 같은데 계속하면 안되요?” 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밀물 전까지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점심식사를 빨리 마치고, 오후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점심식사는 시민단체나 자원봉사 나온 회사 등에서 밥과 라면 등 간식을 제공했다. 급식도 봉사로 이뤄지고 있어 배급이 어렵다는 뉴스를 보고 모두들 도시락을 준비해왔지만,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으라는 배려에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날 반찬은 제육감자볶음, 마늘쫑, 파김치, 쇠고기무국, 김 등이었고 간식으로는 빵과 우유가 나왔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깊숙한 곳은 초콜릿 시럽을 뿌린것처럼 바위에 원유가 걸쭉하게 뒤덥혀 있었다. 손으로 몇번만 퍼남으면 양동이가 꽉 찰정도로 심각했다. ‘먹을수라도 있다면’, ‘이 기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덜 아까울텐데 하는 마음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 일처럼 쉴틈없이 일을 했고, 기름통을 나르는 행렬에서도 ‘으�’ 소리를 내면서 사력을 다했다. 작업을 마친 임수연(고3)양은 “부모님이 너 한명 간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하셨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왔는데 참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인봉(고3)군도 “알바를 할까, 봉사활동을 올까 많이 갈등했는데 이런 경험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마음먹고 왔는데 잘 한 것 같다”며 “기회가 되면 또 와서 방제작업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태안에서도 이 같은 기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2007년 연말을 각종 송년회에 술로 지새우기 보단 태안 주민을 위해 우리의 깨끗한 바다를 위해 피해복구에 동참하는 것을 어떨까? 또한 따뜻한 구조의 손길이 끊이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물품과 식량 지원등의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원본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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