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시커먼 바다 보시유. 우린 끝났시유….”
9일 오후 충남 태안반도 의항리 해변. 이곳에서 굴 양식을 하는 문형배(76)씨는 수평선까지 시커멓게 변해버린 바다를 보고 넋을 잃은 듯 담배만 벅벅 피워댔다.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9일, 태안 앞바다는 마치 ‘검은 지옥’처럼 참혹했다. 조개와 물고기들이 걸쭉한 기름을 뒤집어쓴 채 갯벌에 널려 있었고, 기름 덩어리를 흠뻑 뒤집어쓴 겨울 철새들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죽어갔다. 어민들이 끌어올린 양식어망의 전복과 해삼에서는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이날 오후 사고 유조선으로부터 남쪽으로 근흥면 가의도까지 30㎞, 북쪽으로 가로림만까지 20㎞, 해안선을 따라서는 북쪽 원북면에서부터 남쪽 삼도 부근까지 약 33㎞ 길이로 거대한 기름띠가 형성됐다.
기름띠는 이날 밤까지는 태안 앞바다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안과 접해 있는 서산, 보령 어민들은 기름이 몰려올까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태안 지역은 양식어장 170여 곳, 만리포 등 해수욕장 10여 곳이 기름으로 뒤덮였다.
◆백(白)사장이 흑(黑)사장으로
태안반도 앞바다는 시커먼 ‘죽음의 바다’였다. 바다와 해변에서 수천 명이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펼쳤지만, 그들은 기름에 물든 시커먼 도화지에 드문드문 박힌 작은 점들에 불과해 보였다. 역겨운 기름 냄새는 상공까지 올라와 취재 헬기 안에서도 코를 찌를 정도였다.
이날 오전 11시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길이 2.5㎞, 너비 100m, 총면적 20만㎡에 달하는 백사장은 온통 기름투성이였다. 이곳에서 횟집을 하는 김인숙(여·40)씨는 “이게 파내도 파내도 끝이 없당께요”라며 연방 큰 삽으로 기름을 퍼냈다. 모래에 삽을 꽂아보니 기름 두께가 10㎝는 족히 넘었다. 기름 파도가 밀려오자 장화 신은 다리의 발목까지 기름에 푹 묻혔다.
만리포관광협회 국응복 회장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혀 여름이면 관광객과 파라솔이 뒤덮던 서해안이 ‘기름 벌’로 변했다”고 한숨지었다.
만리포 입구 해변에선 기름을 뒤집어쓴 채 축 늘어진 새 두 마리가 발견됐다. 서산대한환경운동연합 김신환 공동의장(수의사)은 “한 놈은 바다쇠오리 같고, 한 놈은 뿔논병아리 같다”면서 “그야말로 해안 생태계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사고 유조선이 육안으로 보이는 천리포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는 “사고선 주변에서 기름 유화제를 과도하게 살포하고 있다”며 “기름이 당장 분해될지는 몰라도 기름이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아 바위 등에 들러붙으면 결국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겨울 굴 장사 망친 어민들
어민들은 점점 퍼져가는 검은 갯벌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오후 3시쯤 태안군 신두리 해변 양식장. 어민 한 명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름 사이로 양식 어망 하나를 끌어올렸다. 굴인지 전복인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물체에서 기름이 줄줄 흘러내렸다. 어민은 기름범벅이 된 양식망을 도로 바다로 던졌다.
인근 천리포 해변도 마찬가지였다. 어민 권석조(67)씨는 “바다만 보고 살아왔는디, 바다가 이리 돼서 어짠다요. 지금이 한창 굴 뽑아 올릴 때인데 1년 먹고 살 것을 완전 망쳤시유”라고, 화를 버럭 내며 시커먼 모래밭을 발로 찼다.
이곳에서 해삼과 전복을 양식하는 김명선(60)씨는 “(정부가) 그저께 아침에는 기름 냄새만 났지 이렇게 된다고는 안 했는디. 어제 오후부터 북서풍 때문에 갑자기 기름이 몰려왔당께”라고 울먹였다. 이곳은 육지 쪽으로 해안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데다 서해안치고는 바다가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다. 국경호(62) 만리포 어촌계장은 “기름들이 떡시루처럼 층층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경(36) 의항리 어촌계장은 “기름이 떠내려온 걸 처음 발견해 도움을 청했는데 이쪽에는 지원 손길이 부족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횟집을 하는 김인구(50)씨는 “IMF(외환위기) 때 직장 그만두고 일군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며 가슴을 쳤다.
9일 오후 충남 태안반도 의항리 해변. 이곳에서 굴 양식을 하는 문형배(76)씨는 수평선까지 시커멓게 변해버린 바다를 보고 넋을 잃은 듯 담배만 벅벅 피워댔다.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9일, 태안 앞바다는 마치 ‘검은 지옥’처럼 참혹했다. 조개와 물고기들이 걸쭉한 기름을 뒤집어쓴 채 갯벌에 널려 있었고, 기름 덩어리를 흠뻑 뒤집어쓴 겨울 철새들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죽어갔다. 어민들이 끌어올린 양식어망의 전복과 해삼에서는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이날 오후 사고 유조선으로부터 남쪽으로 근흥면 가의도까지 30㎞, 북쪽으로 가로림만까지 20㎞, 해안선을 따라서는 북쪽 원북면에서부터 남쪽 삼도 부근까지 약 33㎞ 길이로 거대한 기름띠가 형성됐다.
기름띠는 이날 밤까지는 태안 앞바다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안과 접해 있는 서산, 보령 어민들은 기름이 몰려올까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태안 지역은 양식어장 170여 곳, 만리포 등 해수욕장 10여 곳이 기름으로 뒤덮였다.
- ▲ 살 수 있을까… 8일 오전 충남 태안군 신두리사구 보호구역. 홍콩 선적 유조선‘허베이 스피리트3호 원유 유출 사고로 겨울철새 뿔논병아리가 기름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원유는 1만500㎘에 이른다. /환경운동연합
◆백(白)사장이 흑(黑)사장으로
태안반도 앞바다는 시커먼 ‘죽음의 바다’였다. 바다와 해변에서 수천 명이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펼쳤지만, 그들은 기름에 물든 시커먼 도화지에 드문드문 박힌 작은 점들에 불과해 보였다. 역겨운 기름 냄새는 상공까지 올라와 취재 헬기 안에서도 코를 찌를 정도였다.
이날 오전 11시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길이 2.5㎞, 너비 100m, 총면적 20만㎡에 달하는 백사장은 온통 기름투성이였다. 이곳에서 횟집을 하는 김인숙(여·40)씨는 “이게 파내도 파내도 끝이 없당께요”라며 연방 큰 삽으로 기름을 퍼냈다. 모래에 삽을 꽂아보니 기름 두께가 10㎝는 족히 넘었다. 기름 파도가 밀려오자 장화 신은 다리의 발목까지 기름에 푹 묻혔다.
만리포관광협회 국응복 회장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혀 여름이면 관광객과 파라솔이 뒤덮던 서해안이 ‘기름 벌’로 변했다”고 한숨지었다.
만리포 입구 해변에선 기름을 뒤집어쓴 채 축 늘어진 새 두 마리가 발견됐다. 서산대한환경운동연합 김신환 공동의장(수의사)은 “한 놈은 바다쇠오리 같고, 한 놈은 뿔논병아리 같다”면서 “그야말로 해안 생태계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사고 유조선이 육안으로 보이는 천리포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는 “사고선 주변에서 기름 유화제를 과도하게 살포하고 있다”며 “기름이 당장 분해될지는 몰라도 기름이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아 바위 등에 들러붙으면 결국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겨울 굴 장사 망친 어민들
어민들은 점점 퍼져가는 검은 갯벌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오후 3시쯤 태안군 신두리 해변 양식장. 어민 한 명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름 사이로 양식 어망 하나를 끌어올렸다. 굴인지 전복인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물체에서 기름이 줄줄 흘러내렸다. 어민은 기름범벅이 된 양식망을 도로 바다로 던졌다.
인근 천리포 해변도 마찬가지였다. 어민 권석조(67)씨는 “바다만 보고 살아왔는디, 바다가 이리 돼서 어짠다요. 지금이 한창 굴 뽑아 올릴 때인데 1년 먹고 살 것을 완전 망쳤시유”라고, 화를 버럭 내며 시커먼 모래밭을 발로 찼다.
이곳에서 해삼과 전복을 양식하는 김명선(60)씨는 “(정부가) 그저께 아침에는 기름 냄새만 났지 이렇게 된다고는 안 했는디. 어제 오후부터 북서풍 때문에 갑자기 기름이 몰려왔당께”라고 울먹였다. 이곳은 육지 쪽으로 해안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데다 서해안치고는 바다가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다. 국경호(62) 만리포 어촌계장은 “기름들이 떡시루처럼 층층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경(36) 의항리 어촌계장은 “기름이 떠내려온 걸 처음 발견해 도움을 청했는데 이쪽에는 지원 손길이 부족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횟집을 하는 김인구(50)씨는 “IMF(외환위기) 때 직장 그만두고 일군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며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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