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27일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 도심
시민과 승려 수만 명이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였다
군경이 총을 쏘며 이틀째 유혈 진압에 나서 9명이 또 희생됐다
그 중에는 현장을 취재하던 일본인 기자 나가이 겐지도 포함됐다
로이터의 카메라는 나가이 기자의 사망 전후 순간을 포착했다
28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린 사진은 나가이 기자의 사망 직전 시위대 모습이다
(아래 두 장 중 위의 사진)
시위대가 군경의 발포에 놀라 흩어지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는 나가이 기자가 부상을 입고 쓰러진 채
캠코더로 시위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그 앞에 총을 든 군인이 나가이 기자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 군인이 기자에게 총을 쐈는지는 확인이 안 됐다
#27일 밤 12시 경 편집국
야근의 징크스는 여지 없이 재현된다
늘 '일'은 마감 직전에 벌어진다
벌써 원고, 기사 마감은 훨씬 지났다
사진부 선배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편집부 쪽으로 달려온다
위의 사진 복사본을 뽑아 들고...
이미 최종판 1면에 선택된 사진의 부분 확대 사진이다
총 맞고 쓰러진 희생자의 신원이 일본인 사진기자로 밝혀졌다
최후의 순간에도 기록을 남기기 위함일까(?)
캠코더를 쳐든 장면이 고스란히 로이터의 렌즈에 찍혔다
동료의식 때문인지 투철한 프로정신에 공감한 때문인지
사진부 선배는 1면 사진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마음 속으로 잠시 망설인다 (괜찮지 않을까?)
편집부 야근조장은 시신을 1면에 쓸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아침에 신문을 받아볼 독자들에 대한 신중한 배려다
이번엔 그쪽으로 흔들린다(그렇지, 좀 부담스럽지!)
야간국장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시위대 전체 사진을 쓰되 사진설명을 자세히 쓰자는 것이다
2~3분 짧은 겨를에 벌어진 일이다
매일 틀에 박혀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을 하다보면 동료의식과 직업정신을 진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어젯밤 야근도 그런 경우다
나가이 기자의 사망 직전 클로즈업 사진이
비록 1면에 실리지 못 했지만
그것을 들고 온 사진부 선배의 생각이나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싣지 못하겠다는 편집부 선배의 생각이
모순 같지만, 모두 똑같이 옳았다고 할 수 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자기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런데서 동료의식과 직업정신을 느꼈으니까
사망 직전 나가이 기자가 쓰러진 채 캠코더로 시위대를 찍는 모습
나가이 기자가 캠코더를 오른쪽 배 위에 올려 놓은 채 숨져 있다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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