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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 도원도 23 - 四佳亭, 서거정 (徐居正) 편

淸潭 2007. 9. 8. 21:51
 
몽유 도원도 23 - 四佳亭, 서거정 (徐居正) 편

 

서거정(徐居正) : 세종 2년 ~ 성종 19년 ( 1420 - 1488 )

 

자는 강중(剛中), 초자(初字)는 子元, 호는 사가정(四佳亭), 정정정(亭亭亭). 

본관은 달성. 목사 미성(彌性)의 아들이자 권근(權近)의 외손자로서

세종 26년(1444) 식년문과(式年文科)에 급제하고 세조 2년(1456)

문과중시(文科重試)에 급제했으며, 이듬해에는

문신정시(文臣庭試)에 장원했다.

 

세조 6년(1460) 사은사(謝恩使)로 명나라에 가서

중국의 학자들과 시문을 담론하여 해동의 奇才라는 찬탄을 받았으며,

귀국하여 대사헌(大司憲)이 되었고 세조10년(1464)에는

조선 최초의 양관대제학(兩館大提學)이 되었다.

 

세조 12년에는 발영시(拔英試)에 장원하여 六曹의 판서를 두루 지내고,

성종 2년(1471)에 좌리공신(佐理功臣)에 책록되어

달성군(達城君)에 봉해졌다.

 

문장과 서예에 능했으며, 세조때 [경국대전(經國大典)]과

[동국통감(東國通鑑)]의 편찬에 참여하고,

성종때에는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의 편찬에도 참여하였다.

性理學을 비롯하여 천문. 지리. 의약에도 밝아 왕명을 받들어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을 국역하기도 했으며,

[동인시화(東人時話)]와 [동문선(東文選)]을 편집하여

조선 초기까지의 한문학(漢文學)을 집대성하였다.

 

대구의 귀암서원(龜巖書院)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며, 저서로는 <사가정집(四佳亭集)>,

<역대년표(歷代年表)>, <태평한화(太平閑話)>,

<필원잡기(筆苑雜記)>, <골계전(滑稽傳)> 등이 있다.

 

 

 

[ 작품 설명 ]

 

무릉의 어디쯤이 도원인지?

그 고을 입구에 다다를 수가 없구나.

 

사마(蛇馬)의 분쟁 있었던 것이 어느 해쯤이런가?

계잠(鷄蠶)이 자라서 벌써 자손이 늘었다네.

 

한줄기 시냇가에 꽃이 어울러져 언제나 봄이고,

사방 안벽에 구름조차 짙게 끼어 길을 분간할 수 없네.

 

원래 고기잡이들에게는 기이한 일들이 많지만,

이 곳 소식은 어찌도 그리 전해 듣기가 어려운지!

 

물시계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느린데,

사람은 단청칠한 높은 건물 속에 잠들고

북두성만 하늘에 싸늘하게 걸려 있네.

 

멋들어진 생각은 단구(丹丘)의 흥에 뒤질 바 없고,

기이한 세상풍경이 옥베개 머리맡으로 처음으로 �겨졌네.

 

깊은 골짜기 대나무 둘러싸인 집 마냥 조용하고,

흐르는 시냇가 복숭아꽃 그림자 비쳐 향그럽기만 하네.

 

꿈에서 깨어나니 모든 것 다 전과 같거늘

저 멀리 아득한 신선세상으로 누가 인도하여 주시던고?

 

우연히 세상 피하여 신선되었고,

작은 길 숨어 들었더니 딴 세상으로 통하였던 것.

 

 

 


 

 

골짜기 파헤치고 바위 틈에 집 지은 것 어느 시대 일이던고,

꽃잎 따고 열매주워 먹으며 해가 바뀌는 줄 몰랐어라.

 

희황(羲皇)때 세상같이 계절따라 세월 가고,

한나라, 진나라 왕조는 수없는 전쟁통에 바뀌었네.

 

천고의 신령스러운 땅기운 숨겨오던 것을,

청아한 꿈 인연되어 세상에 전하여졌구나.

 

신선을 찾음에 있어 근원까지 캐고들 것 무엇 있으랴,

축지법 사용하니 선경의 봄이 눈앞에 있는 것을.

 

꽃 그늘 바위 곁에 지은 집 문이 반쯤 닫혀 있고,

나룻터에 배 가로 놓여 있고 물 잔잔하네.

 

지초 캐러 갈 때 상산(商山)노인 따라 가고,

단약 제련함에 하늘 위의 진인(眞人) 탐낼 것도 없는 일.

 

인간세상과 소식 끊겼었음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진(秦)을 피한 것도 따지고 보면 풍진세상 피하려던 것.

 

지체도 높으신 분 맑은 생각 품으신 것 예전부터 믿어 왔던 터에,

무릉의 봄꿈이 이제 분명해졌네.

 

마을 어구 천 갈래로 얽힌 길목에서,

관 쓴 산 사람 만났는데 웃음으로 맞아주네.

 

옥 섬돌 붉은 담장에서 외계에서 온 사람 손가락질하는데,

돌밭에는 요초(瑤草)가 흐드러지게 자라 있네.

 

함께 어울려 노는 사람 모두 이야기 속의 신선이라,

마치 그림 속에서나 있었던 일만 같네.

 

 


 

 

 

신의(神意)를 전한다는 고개지(顧愷之) 솜씨련가,

신선 사는 마을 정경이 붓 끝에 살아 있네.

 

옥으로 다듬은 듯한 신선 하늘도 아끼던 모습 드러나고,

비단폭에 하늘과 땅 모든 것이 몽땅 옮겨져 있네.

 

멀고 가까운 산봉우리 서로 그림자 비치고,

높고 낮은 꽃나무들 지금을 한창으로 피어나 있네.

 

향 피우고 조용히 그림자 글 속에 앉았노라니,

창 밖으로 훨훨 나르던 일 더욱 생각나네.

 

이것 저것 만드렁진 물건들 어린아이 장난 같고,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 묘연하여 헤아리기 어려워라.

 

한단의 베개 위에 황량(黃梁)이 익었다던데,

화서(華胥)의 고을에 흰 해는 더디구나.

 

나비 훨훨 날음에 있어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고,

말고 염소도 생각에 따라서는 스스로가 도(道)의 본체가 되는 법.

 

꿈 속에 도원 마을 다녀온 사람 몇이나 될꼬?

매죽(梅竹)이 겪었던 일 천추에 전하여질 기이한 일이로세.

 

넓다란 방에 늘여트린 그림 족자,

훌륭한 솜씨로 이모 저모 세밀히 그려냈구나.

 

제기(題記)를 쓴 솜씨는 도연명의 묘함보다 훨씬 낫고,

시를 읊은 것 한퇴지의 호방함보다 뛰어났네.

 

그림 펼치니 나도 몰래 새로운 날개 돋는 듯한데,

붓으로 어떻게 출렁이는 파도 같은 정감 담았을까?

 

지팡이 짚고 짚신발로 맑은 놀이 뒤따르게 했더라면,

그 사람도 아마는 신선이 되었을 것을.

 

 

 



 

 

인간 세상 화덕 같은 불덩이는 날로 열기 더하며 타오르는데,

신선들 사는 마을 아득히 이 세상의 저 끝만 같아라.

 

옥을 갈아 먹는 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은둔을 하려 해도 산을 살 돈이 없으니 이를 어찌하랴?

 

두보(杜甫)의 청정반(靑精飯) 찾을 것 없고,

창려(昌黎)의 옥정련(玉井蓮) 생각도 부질없는 일.

 

선약 먹는 숟가락 얻어 나도 신선되어,

난새 학새 등에 타고 여러 신선들이나 찾아 나서려네.

 

머리맞을 스치는 세월 거침없이 흘러가는데,

사람들 동쪽 남쪽으로 분주하는 것은 무엇이 바빠서인가?

 

벼슬살이 이름 걸고 좋은 꿈 길 수도 없는 터라,

돌아가고픈 마음 물 흐리고 구름 떠가는 고장으로 먼저 가 있네.

 

오묘한 도에 귀의하여 조용히 살아감이 마음 편케 하는 약이요,

천지의 중앙에서 한가하게 살아감이 늙은 것 물리치는 좋은 방편이라.

 

조만간 나도 밭뙈기 한 필지 구하여 초가집 한 채 짓고,

봄 강에 배 띄우고 노나 저으며 살아가리라.

 

달성 서거정.

 

 

< 참 조 >

 

사마(蛇馬) : 한고조가 말을 타고 가다가 길에 가로 놓인 뱀을 칼로 베어

진이 망하였다는 고사.

 

희황(羲皇) : 복희씨(伏羲氏)

 

상산노인(商山老人 ) : 곧 商山四皓. 秦末 전란을 피하여 협서성 상산에

 은거한 4노인. 동원공(東園公), 하황공(夏黃公), 염리선생(염里先生),

기리계(綺里季) 등으로 후일 모두 한혜제(漢惠帝)의 스승이 되었음.

 

전신(傳神) : 사람의 초상을 그림에 있어 그 정신을 전하는 일.

 

감단침(邯鄲枕) 唐 沈旣濟의 傳奇小說<枕中記>의 주제고사.

감단땅의 여생(廬生)이란 청년이 도사여옹(道士呂翁)의 베개를 빌어

잠을 잤더니 메조밥(黃梁)을 한번 짓는 동안에 부귀공명을 다 누린

꿈을 꾸었다는 데서 부귀공명의 덧없음을 비유함.

 

화서향(華胥鄕) : 黃帝가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우연히 찾아갔던

이상적 정치가 행해졌던 나라.

 

두보청정반(杜甫靑精飯) : 식물명, 즉, 남촉(南燭).

仙家의 藥草로 葛洪의<神仙傳>에 [鄧伯元과 王元甫가 함께 곽산에서

청정반을 복용하였다]라는 귀절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