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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18- 최항 (崔恒)편

淸潭 2007. 9. 8. 21:43
 
몽유도원도 18- 최항 (崔恒)편

 

최항(崔恒) : 태종 9년 ~ 성종 5년(1409 - 1474)

자는 貞父, 호는 太虛亭, 동량, 본관은 朔寧.

贈領議政 士柔의 아들로 세종 16년(1434) 謁聖文科에

급제하여 集賢殿副修撰이 되었다.

세종의 명으로 훈민정음의 창제와 [龍飛御天歌]의

창제에 참여했으며, [東國正韻]과 [訓民正音解例]의

편찬에도 참여했다.

문종조에는 [世宗實錄]의 찬수에 참여하고,

정인지 등과 함께 [高麗史]를 改撰했으며

[通鑑訓義]도 편찬했다.

이어 [文宗實錄]의 찬수에 참여하고, 단종 1년(1453)

계유정난에는 수양대군을 도와 靖難功신에 책록되고

이듬해에 寧城君에 봉해졌으며,

세조가 즉위하면서 佐翼功臣으로 대사헌이 되었다.

세조 7년(1461)에는 양성지의 [蠶書]를 국역하고

[經國大典]의 편찬에 착수했다.

이어 [東國通鑑]의 편찬과 [御製論將說]의 주해에

참여하였으며, [四書五經]의 구결을 달기도 했다.

좌찬성, 우의정, 좌의정, 등을 거쳐

세조 13년(1467)에는 영의정에 올랐으며,

예종 2년(1470)에는 寧城府院君에 봉해졌다.

성종 2년(1471)에는 佐理功臣에 책록되고,

監春秋館事로 [世祖實錄]과 [睿宗實錄]의

撰修에 참여했다.

조선 초기 대학자로서 문물제도의 정비에

크게 공헌했으며, 특히 문장에 능하여

명나라에 보내는 사신의 表箋文을 대부분

그가 작성하였다.

시호는 文靖이며, 저서로 [太虛亭集]과

[觀音現相記]가 있다.

 

 

 

[작품 해설]

 

아득한 도원이 동한과는 멀고 멀거늘

매죽이 어찌 갑자기 보았는가.

베개맡 단꿈 속에 나를 잊고 하늘에서 노닐었고

해가 세 홰 오르도록 훨훨 자유롭게 돌아다녔네.

 

높은 회포 아득히 신기한 경치 찾아가고

표일한 생각 너울 너울 우주를 휘돌았네.

그러다가 무릉으로 가서 잠시 방랑하면서

몇몇 사객들과 함께 올라갔네.

 

산신령이 어찌 외부인 찾아옴을 마다하였으랴

조물주가 워낙 장난을 즐겼던 것.

동구에서 망연히 돌 길에 헤매다가

숲을지나 우연히 산관을 만났네.

 

조금가니 천지가 새로 활짝 열리는데

들어서자 곧 세월이 한가함을 느꼈네.

백 구비 붉은 벼랑은 병풍을 둘러친 듯

천 구비 푸른 시내는 옥이 쟁강 울리는 듯.

 

높낮은 대밭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멀고 가까이 복숭아나무 숲에는 붉은 노을이 꽉 찼네.

사립문 반쯤 닫은 채 노목에 의지했고

일엽 어주가 앞 물구비에 띄워 있네.

 

구름 속 집은 어느 대에 푸른 벼랑에 지었으며

달맞이하는 다락은 뉘 집에서 푸른 봉우리 깎아 내었나.

말이 강을 건너 시세야 변하건 말건

뱀이 토막난들 험난한 세상 아랑곳할 것인가.

 

 


 

도끼 자루 썩힌 것은 옛 일인데 공연히 눈 돌리고

골짜기 뚫는단 시 있으니 우연히 웃어보네.

범골(凡骨)로서 신선세계 찾기 부당하나

조그만 내 몸도 금안을 따라 갔네.

 

천 구슬 신 신으신 분들 뒤에 따라 청유를 함께 하니

구전 연단 아니라도 신선처럼 날았다네.

이 몸이 나비된 줄 뉘라서 알았으리

이 곳이 정녕 선계라고 서로들 놀라와 하였네.

 

백학을 타고 함께 후령에 올랐던 듯

청우(靑牛)로 관(關) 지남을 부러워하지 마소.

참에서 깨어나 꿈에서 본 사슴인가 했거니와

끊어진 꿈 계속 꾸자니 난교를 얻을 길 없어라.

 

오똑 앉아 생각하니 기억이 역력하고

되짚어 상상하니 흥이 또한 다하지 않네.

수구(繡口)가 이를 훌륭한 글씨로 써 내고

호두(虎頭)가 이내 서리발 비단 위에 붓 놀렸네.

 

제가 본 듯 단청으로 그려낸 솜씨

우리 모두 울긋 불긋 숲속에 거니는 듯하여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듯 꿈이 실경되고

글과 그림이 다 묘하니 마음 더욱 아리네.

 

세상살이 비와 구름 두 손에 엎치고 뒤치기 몇 번이며

번개 같은 한평생 무엇으로 묶어 둘 수 있으랴.

 

맘 못 놓은 벼슬 길은 참새 무서운 말똥굴레

분분한 세상 꼴은 달팽이 뿔의 두 나라

선경으로 가는 길 어찌 다시 찾을 것이며

출렁이는 세파에서 어떻게 몸을 빼어낼까.

 

자주 인끈 금장은 어허 참 위태한 것

 



 

 

푸른 짚신, 베 버선으로 은거하기도 어려운 일

자갈 밭 초가집은 유인(幽人)의 높은 의취요

뜬구름 흐르는 물이 달사(達士)의 인생관이라.

 

풍월 즐기는 넓은 흉금 아니라면

꿈이 어찌 훨훨 호산(湖山)으로 갔으리

부용당의 행락도 모두 자랑의 말씀

매화 밑에 거니심도 또한 허랑한 기쁨일세.

 

이 중의 어느 것으로 높은 아치(雅致)라 할까?

지초(芝草) 낭간 캐기를 길이 생각하게 하누나.

 

동량 최 항.

 

<참고 사항>

 

소유동(小有洞) : 신선이 거쳐하는 동천

 

사분(蛇分) : 한고조가 일찌기 사상정장으로 있을때

술에 취하여 밤에 가는 길에 큰 흰뱀을 만나

칼을 빼어 뱀을 베니 두 동강이 되었다고 함.

이는 그가 秦을 멸하고 漢帝가 될 前兆라 함.

 

주천리(珠千履) : 전국 때 春申君의 문객들 중에 상객들은

 모두 구슬로 장식한 신을 신었다고 함.

여기서는 작자가 평소에 안평대군 문하의 상객이었음과

안평대군 꿈에 함께 도원에 놀았음을 뜻함.

 

연단(煉丹) : 신선의 丹藥을 煉하는데 아홉번의 단계를

경과하여야 완성된다 함.

 

호두(虎頭) : 晋 명화가 고개지(顧愷之).

그의 小子가 호두(虎頭)이므로 세칭 고후두.

여기는 안견을 가리킴.

 

우운상수(雨雲雙手) : [손을 뒤치면 구름이 되고 엎치면 비가 된다]는 옛말이 있는데 변하는 世態를 말한 것임.

 

호천(壺天) : 費長房의 고사를 인용하여 "병속의 천지"라

 말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