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시간 반 거리의 이천은 당일 여행도 가능하지만 부담 없는 1박 2일 여행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아이와 함께라면 먼 거리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데다 아이들에게 주구장창 풍경만 보여 주는 여행은 따분하기 십상. 봄내음 밀려오는 이맘때쯤 멀리 가지 않고도, 흙도 만져 보고 꽃향기에 취해 보는 주말 스케줄을 만들 수 있다.
임금님표 이천 쌀로 속부터 채우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천에 도착하면 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쌀밥집을 모른 척 할 수 가 없다. 이천에서는 작은 식당조차 서울서는 귀한 대접 받는 이천쌀로 밥을 짓는다. 예부터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이천쌀의 브랜드는 ‘임금님표’. 그래서일까. 굳이 이천 쌀밥집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밥맛이 꿀맛이다. 어디서 어떤 반찬으로 밥을 먹든 임금님표 이천쌀이라면 믿을 만한 밥맛을 보장한다.
신둔면사무소 바로 옆에 위치한 임금님 쌀밥집은 이천 사람이 손님 오셨을 때 대접한다는, 밥맛 좋기로 소문난 식당이다. 주인 최향란( ) 씨는 궁중음식 연구원에서 한복려 선생에게 궁중음식과 향토음식을 공부했고, 강의를 할 만큼 전통음식에 남다른 식견이 있다.
반찬 하나, 양념 하나 만드는 것에도 대충이란 없다. 1만원하는 쌀밥정식을 시켰는데 수라상이라도 내는 듯 20가지가 넘는 반찬을 정갈하게 상에 차린다. 반찬 가짓수만 봐도 벌써 배가 부르다. 늙은호박 김치, 부지깽이 나물, 가시오가피 나물, 북어 식해 등 흔히 먹을 수 없는 나물과 독특한 장아찌가 입맛을 돌게 한다. 나물에는 파, 마늘을 사용하지 않고 참기름과 들기름을 이용해 만든 양념으로 간을 한다.
식당에 들어설 때 먼저 깊고 구수한 향이 후각을 자극했는데 아마도 이 양념냄새였던 모양이다. 시래기무침과 간장게장은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조미료 맛은 적고 재료 맛이 풍부하다. 조개젓갈 맛 또한 일품. 젓갈인데도 짜지 않으면서도 싱싱한 바다 내음까지 품고 있다. 비결을 물으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짜지 않은 젓갈을 만들기 위해 바닷가에서 방금 깐 조개를 8가지 다른 염도의 소금에 절여 가장 알맞은 염도를 찾아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