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蓮의 신비…진흙서 피지만 더럽혀지지 않는다

淸潭 2007. 4. 9. 20:30

蓮의 신비…진흙서 피지만 더럽혀지지 않는다

 

연꽃에는 여느 꽃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물에서 피어나지만 절대 물에 잠기는 일 없고,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자 동양문화의 상징이다.

부처가 강림할 때 걸음 걸음마다 피어났다는 연꽃은 불자들에게 해탈의 꽃이고, 그 신비스럽고 고고한 자태는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심재분의 사진집 '연(蓮)'(한길아트 펴냄)은 연꽃이 지닌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2년 동안 거의 매일 부여 궁남지를 찾아 연꽃과 만난 심씨는 1000컷이 넘는 사진 중 110컷을 가려뽑아 사진집을 꾸몄다.

동양에서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10가지로 분류한 사자성어가 전해 내려온다.

10개의 사자성어 모두 단순히 연꽃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하나씩 음미해보자. 가장 먼저 연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이제염오(離諸染汚)'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면서도 진흙에 젖는 법이 없다.

진정한 현자는 어떤 조건에 처해도 고고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연꽃은 '생이유상(生已有相)'하다.

날 때부터 다른 꽃과 다르다는 것. 장미와 찔레는 피어봐야 알고, 백합과 나리도 피어봐야 구별이 되지만 연꽃은 싹부터 다른 꽃과 다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 수 있다는 우리 격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연꽃은 '면상희이(面相喜怡)'가 특징이다.

모양이 둥글고 굵어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연꽃은 꽃만 고결한 게 아니라 잎과 줄기도 고결하다.

이것이 '본체청정(本體淸淨)'이다.

연꽃은 얼굴만 맑고 몸은 더러운 것들과 구별된다.

연꽃은 한번 피었으면 필히 열매를 맺는 '개부구족(開敷具足)'이다.

세상에 나왔으면 반드시 뭔가를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다.

'계향충만(戒香充滿)'도 연꽃의 매력. 연꽃이 만발하면 아무리 시궁창이라도 그 악취가 사라지고 연꽃 향기만 남는다.

한 명의 현자가 온 세상을 밝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고 굴러 떨어진다.

'불여악구(不與惡俱)'다.

자기 스스로 깨끗함을 뛰어넘어 다른 곳에서 오는 더러움도 곁에 두지 않는 완전무결한 고고함이 연꽃이 지닌 힘이다.

연꽃의 줄기는 '유연불삽(柔軟不澁)'하다.

강직하게 진흙을 뚫고 올라오지만 줄기 자체는 유연하기 그지없다.

사진집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이 10가지 사자성어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마치 내 옆에 피어 있는 것처럼 연꽃 하나하나가 살아서 다가온다.

연꽃처럼 맑고 고결하게 살 일이다.

[허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