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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데리고 `아프리카서 6개월`

淸潭 2007. 4. 7. 09:08

아이 둘 데리고 `아프리카서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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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학교
구혜경 지음, 한겨레출판
335쪽, 1만3000원

해외여행 경험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이었던 한 '용감한' 엄마가 다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을 데리고 아프리카 체류 6개월을 계획한다. "내 아이들에게 자연의 축복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에서였다. 주변의 반응은 '황당하다'였다. "캐나다.뉴질랜드.호주도 아니고 하필 영어연수도 할 수 없는 아프리카라고?" 비상약품을 얻으러 들른 병원에서 만난 어느 의사는 당장 비행기표를 취소하라며 펄펄 뛰었다.

그래도 엄마는 떠났다. 아프리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것과 달리 녹록치 않았다.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하자 트렁크가 터져나갈 정도로 집어넣었던 여름 옷들이 말짱 소용없게 됐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뒤 양말을 신고 이불을 친친 감고도 모자라, 시장에 두꺼운 옷을 사러 나가야 했다. 그래도 모자라 온풍기까지 샀다. 온풍기를 밤새 틀었더니 나중에는 전기가 나가버렸다. 아프리카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오해'로부터 시작됐다.

이 책은 그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유쾌하고도 진지한 과정이다. '뽈리뽈리(천천히, 천천히)'로 대표되는 '아프리카 타임'도 그 중 하나. "(…) 바쁘다고 빨리 달라거나 절대 급하게 뭔가를 보채서는 안된다. 그래봤자 한국에서처럼 주인이나 담당자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조급한 마음에 나만 힘들다. 성급한 마음이 들 땐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기다리다 보면 '지치거나 포기할 때'쯤 무엇이든 된다."

아이들은 '초원학교'에 머무는 동안 빈곤문제와 동물보호 등, 학교에서 배워야 하지만 실상 배울 기회가 없는 내용을 하나씩 깨우치기 시작한다. 호기심 많은 엄마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이 문장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하다. 목욕탕에 사는 민달팽이, 가끔 집에 놀러왔던 줄무늬 도마뱀, 쑥쑥 잘도 자랐던 바오밥나무, 흰 바탕에 검은 줄인지 검은 바탕에 흰 줄인지 알쏭달쏭했던 얼룩말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에필로그만으로도 아프리카가 이들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