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속에 숨어 있는 고대 신화
박지욱 지음, 한울, 230쪽, 1만1000원 의학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아스클레피안'에는 뱀이 한 마리 감겨 있다. 뱀이 풀잎으로 죽은 동료를 살리는 모습을 보고 그가 사람 살리는 법을 익혔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리스 신화에는 또 하나의 지팡이가 나온다. 뱀 두 마리가 감겨 있고 머리 부분엔 날개가 달려있는 헤르메스의 지팡이 '카두세우스'다. 국제보건기구.미국의사협회.영국의사협회.캐나다 의사협회는 뱀이 한 마리 감긴 '아스클레피안'을 표장으로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협회 표장엔 '카두세우스'가 등장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지은이는 뱀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짜리 지팡이가 의협의 상징으로 등장한 경로를 분석했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 주둔하던 미군 의무부대에서 잘못 사용한 휘장이 의학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도둑의 신, 상인의 신이자 전령의 신이면서 '죽은 이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신이기도 한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의학의 상징으로 쓰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이밖에도 지은이는 의학에 수많은 흔적을 남겨놓은 고대 신화를 추적한다. 하늘을 짊어지는 형벌을 받은 거인 '아틀라스'는 두개골을 이고 있는 제 1번 목뼈의 이름이기도 하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에서 태어난 단어는 '성욕(venery)' '성병학(venereology)' '최음제(aphrodosiac)' 따위다. 자식을 잡아먹은 크로노스에게 구토를 일으키는 즙을 만들어 먹인 요정 메티스(Metis)의 이름은 '구토유발약(emetics)'에 남아 있단다. 옛 서양 신들의 이야기도 듣고, 각종 병명의 유래와 의학의 역사도 살필 수 있어 유용하고 흥미롭다. 의학의 눈으로 신화를 읽으려는 시도가 신선하다. 이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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