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줄기세포 국제가이드라인 제정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최초의 국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전세계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모임인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은 ‘사이언스’ 1일자에 14개국의 과학자들과 윤리학자, 법학자들이 마련한 인간 배아 줄기세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제 규모로는 처음 제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동일한 규칙 하에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가이드라인은 인간복제와 같이 과학적 근거가 없고 심각한 윤리적 논란을 제기할 연구와, 동물세포와 인간 생식세포의 이종(異種)교배를 금지했다. 또 인간 배아가 형성된 후 14일 이전까지의 배양과 연구는 허용하되, 14일 이후의 배양은 금지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수정 후 14일 이전까지는 배아를 독립적인 생명체로 보기 어려우므로 연구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후 14일이 지나면 배아에서 인체의 각 기관이 분화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연구용 난자와 체세포 제공 시 금전적 보상에 대한 문제였다. 일부에서는 금전적 보상이 자칫 무분별한 기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쪽에서는 기증을 위한 시간과 위험부담을 보상하기 위한 적절한 금전보상을 주장했다.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난자채취에 따르는 의료비 등 직접비용만 보상하도록 하고, 난자제공에 따른 보상은 하지 말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연구자가 난자나 정자 등 생식세포 기증자로부터 동의서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감시 감독하는 방법으로는 별도의 특별기구를 설치하기 보다는 기존의 연구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를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이는 미 국립과학원이 별도의 줄기세포연구 감독기구를 설치하도록 한 규정보다 완화된 형태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배아줄기세포로 연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별도의 IRB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더 엄격해 불임시술과정에서 남은 냉동배아로 줄기세포를 만들 때도 반드시 IRB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ISSCR은 이번에 제정된 가이드라인의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과학저널 편집자와 연구비 지원기관 등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 우리나라 같은 나라에는 관련 법률이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상당수의 국가에는 아무런 규제 수단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윤리적 논란이 예상되는 연구를 관련 규정이 없는 국가에서 시도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세계 과학계에서 널리 수용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은 미 하버드대 조지 데일리 교수가 주도했으며 한국인으로는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과 미국 케이스웨스턴대 현인수 교수가 참여했다.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