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 줄기차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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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제줄기세포포럼(ISCF) 회원국 가입을 승인합니다.” 지난달 3일 싱가포르 팬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6차 ISCF 위원회에서 의장인 영국 의학연구원(MRC) 콜린 블레이크모어 박사는 이렇게 공표했다. ISCF는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고 지식재산권이나 윤리 문제 등에 대한 국제 합의를 도출하는 범세계적 연구조직이다. 이번 가입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이후 한국이 국제 줄기세포 무대에서 연구 활동을 공식적으로 재개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연구재개 상징적 의미…국제사회 신뢰도 상당히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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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CF는 1일부터 ‘줄기세포 이니셔
브’ 2단계에 착수했다. 올해 가입한 한국과 스페인을 포함한 19개 회원국은 이를 위해 총 200만 달러의 연구기금을 조성한다.
ISCF 연구진은 2004∼2006년 진행된 1단계 사업에서 11개국의 17개 연구실에서 59개의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받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비슷한 특성을 가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재 생명공학 분야 국제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이 결과에 대한 논문을 투고한 상태다. 2단계 사업에서는 증식할 때의 유전자 변화, 효율적인 배양조건, 등록 절차 등에 대한 국제표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ISCF 가입을 주도한 김동욱(연세대 의대 교수·사진)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은 “그동안 한국은 꾸준한 연구 성과를 냈는데도 황 전 교수 논문조작 사건으로 가입이 늦어졌다”며 “지금은 국제적인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연구 결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6월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에 현재까지 제출된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초록 수는 학회 참여국 중 3위다. 논문 발표자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한국인 과학자도 이례적으로 7명이나 된다. 지금까지는 잘해야 한두 명 초청받는 정도였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 ‘새판짜기’… 연구건수 작년 3배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국내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은 연구는 황 전 교수 사건 이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14개 연구가 새로 시작돼 현재 41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현재 44개의 연구용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확보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이 배아줄기세포를 각종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척수손상, 파킨슨병, 우울증에 걸린 실험 쥐에 주입해 증상이 회복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한양대 김계성 교수와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팀은 배아줄기세포에서 세포기능 조절의 필수 물질인 마이크로RNA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달 일본에 수출했다.
고려대 김종훈 교수팀은 배아줄기세포를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로, 한양대 박장환 이상훈 교수팀은 뇌에서 기분이나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각각 성공했다.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소에는 최근 첨단 무균시설(GMP)이 들어섰다. 정형민 소장은 “동물 지지세포나 혈청으로 만든 배아줄기세포는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완전 무균 상태에서 사람 지지세포나 혈청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대 박세필 교수팀은 줄기세포연구센터 부설 미래생명공학연구소에서 불임 치료에 사용하고 남은 냉동배아로 새로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할 계획이다.
○정부 10년간 4300억 투자계획… 줄기세포은행 등 가동
줄기세포를 체계적으로 보관한 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지난해 9월부터 ‘줄기세포은행’ 설립에 나섰다. 현재 가동 준비를 마쳤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곧 공개할 예정이다.
사업단 측은 “줄기세포 보관뿐 아니라 분양과 검증, 교육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다”며 “국제 줄기세포은행 네트워크에도 참여해 국내 연구자들에게 외국의 중요한 연구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부는 원천기술 확보, 관리시스템 구축, 체계적인 임상연구, 생명윤리 정착 등을 위해 2006년부터 10년 동안 줄기세포 분야에 43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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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인간배아줄기세포 규제 여부 국가생명윤리위 이달말 결정▼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운명’은 생명윤리학계와 과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달 말께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해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체세포 핵이식 방법은 배아 파괴와 난자 기증 등 윤리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현재 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올린 ‘한시적 금지’와 ‘제한적 허용’ 두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시적 금지는 먼저 동물 난자에 동물 체세포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충분한 연구를 거친 뒤 인간 세포 연구를 허용하자는 것. 제한적 허용은 불임클리닉 등에서 체외수정을 할 때 수정되지 않아 폐기될 난자만 이용하도록 한정하자는 안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제한적 허용’은 사실상 연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제주대 박세필 교수는 “폐기 예정인 난자는 이미 죽어 가고 있는 상태인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이미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를 분양받아 하는 연구를 지나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세포는 일반적인 연구용 세포와 다르지 않다는 것. 23일 열릴 위원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체세포 핵이식 외에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한 대안 기술도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다.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역(逆)분화 기술, 정자를 만드는 정원줄기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뽑아내는 기술, 발생 초기 배아에서 일부 조각을 떼어내 줄기세포를 만들고 나머지는 그대로 살리는 기술 등이다. 그러나 대부분 아직 초기 단계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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