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그냥 닭잡아먹은 얘기

淸潭 2007. 2. 4. 17:47



      ♠ 닭잡아 먹은 얘기 ♠ 날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날이지만. 1월 1일 해돋이의 의미가 틀리듯이 오늘의 기다림은 틀리다. 이 가을의 간절한 마지막 잎새가 가고나면 어느새, 첫눈을 기다린다. 가을 나무가지 끝에 걸린 나뭇잎은 아직도 실바람에 살랑거리지만 바닦에 떨어진 낙엽들은 고요속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한적한 공원속의 단절된 고요... 가을이 뒹굴다 멈춰진 자리... 같은 풍경속에 전혀 다른 풍경이 있다. 죽은 풍경이 살아있다. 기다림은 결국 과거로 흘러간다. 그 옛날 시골길에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버스는 풍요로운 소식들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이 쏟아진다. 유난히 때만 되면 마을 어귀 어둑어둑해진 논둑길로 객지 손님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올 때면 어느 아무게 집에 손님들이 많이 올 때면 우리 집은 친척이 별로 없어 왕래도 없어 무척 부러워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리집에도 친척 한 분이 찾아오게 되었다.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오는 날로 기억되는데 내 어머니에게는 남자형제는 없고 위 아래로 이모가 계시는데 객지생활을 전전하기로 유명하신 큰이모부님이 찾아오셨던 것이다. 큰이모부님을 한 두번 본 기억은 있지만 낮설었었다. 어머니는 손님대접을 할려고 닭장에 가서 젤 실한 놈으로 닭을 잡으려 하였으나 닭이 얼마나 쌩쌩한지 매번 헛손질로 잡지를 못하시고 온 닭장을 오리털 파카를 터쳐놓듯이 닭털만 날리며 헤메고 있는 것이였다. 그러는 와중에 이것을 보고 계셨던 이모부께서 익숙한 솜씨로 단 번에 그 놈을 잡아서는 칼로 모가지를 따서 마당에 내놓았다. 내가 매일 모이를 주었던 그 놈은 죽어가는줄도 모른채 비가 오는 마당을 피를 질질 흘리며 처마밑에 눈만 껌벅거리고 있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이모부는 방문을 열어놓고 처다보며 "그놈 참 빨리 안죽는다"고 했다. 닭에도 얼굴이 있다. 닭을 키우다 보면 얘가 얘구나 하는 정도로는 알고있는데 오늘 잡힌 놈은 정말 토실토실하고 기운이 젤 센 놈이였다. 불쌍해서 차마 더이상 처다보질 못하고 나는 골방에 쳐밖혀 울었다. 저녁을 먹으라는 소리에 나와 밥상에 앉으니 좀전까지만 해도 쌩쌩하게 돌아다니던 그 놈이 국그릇에 분산되어 김이 올라 오는 것을 보노라니 차마 먹을 수가 없어 다른 반찬으로 대충 밥을 먹고 닭고기를 처다보지도 않았는데 어렴풋한 기억으론..이모부는 나는 닭고기를 싫어하는가보다고 했고 내 어머니는 눈치를 챘는지 못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넘어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닭을 그렇게 잡아야 맛이 더 있다고 그랫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안됐지만...아무리 맛있어도 내 씁쓰름한 맛이란 남의 고통이 내게는 더 고소하고 맛이 있나보다. 그 이후로 나는 닭고기는 잘 먹질 않았다.. 그리고 잊혀져 가던 중.. 나는 성년이 되어서 한 동안 닭도리탕을 즐겨 먹게 되었는데 닭도리탕을 먹고 크게 체한 적이 있다. 미련한 나는 위장까지 미련해서 닭도리탕을 먹고 체한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연거퍼 닭도리탕을 또 먹게 되고 또 체해서 자다말고 숨이 막혀 죽을래다 겨우 일어나.. 얼굴이 벌겋게 토하고.. 사색이 된 몰골에 손과 발을 따고.. 겨우 진정이 되었었는데...갑자기 옛날 그 닭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리곤 쭈욱 또 나는 닭고기를 못먹는다.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줄 아는 순발력이 필요한 시대인데... 여지껏 살고 있는 것만도 신기하다..ㅎ 하긴 모 닭은 그렇다치고... 오데가서 살아있는 대하를 후라이팬에 고아먹는데.. 뜨거워서 죽겠다도 퍼덕이는 새우를 보고는 조금 안됐지만 잠시 뚜껑을 열고..노랗게 잘 구워진 대하를 보니 입안에 군침이 흘렀다... 그 닭을 잡았던 이모부님도 어느덧 세월속에 뭍혀 가시고... 그러고 보니 요즘에 부쩍 늘은 초상집에 가서 보면 화투판은 오리발이 난무하고... 육계장에 밥말아 먹는 것이 왜그리 맛있는지... 출처;존재의 의미(허벌대사) ♬ La Playa (안개낀밤의 데이트)/Ngoc 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