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눈물로 찢어버린 대학 합격증

淸潭 2007. 2. 8. 10:20
눈물로 찢어버린 대학 합격증
  • 정혜진기자 hjin@chosun.com
    입력 : 2007.02.08 00:34 / 수정 : 2007.02.08 06:17
    • 경기도 성남시 야탑고 3학년 조화진(18)양의 손가락은 물집과 화상(火傷) 자국투성이다. 성남의 한 고깃집에서 날마다 8㎏이 넘는 뜨거운 화로와 불판을 나르다가 생긴 상처다.

      조양은 이 식당에서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일하고 한 달에 50만원을 번다. 이 돈으로 10평짜리 반지하방 월세(5만원)를 내고 생활비로 나머지를 쓴다. 몸매를 꾸미고 싶은 나이지만 변변한 옷 한 벌, 화장품 하나 사 본 적이 없다. 친구들은 다 있는 휴대폰도 없다.

      3년 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로 생계는 줄곧 조양의 몫이었다. 하지만 조양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아 학교에서 얻은 별명이 ‘지화자’였다.

      하지만 조양은 지난 6일 서럽게 울었다. 어렵게 공부해 충남 선문대 일어일본학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 370만원을 내지 못해 합격이 취소된 것이다.

      그날 아침 조양의 담임선생님은 이 대학에 전화해 “등록 마감을 연기해 달라”고 사정했다. 선생님 옆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학교의 대답을 기다리던 조양은 결국 “안 된다”는 통보를 듣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 지난달 23일 반지하방으로 대학 합격 통지서와 등록금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 이미 조양은 자신이 대학에 못 갈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조양에게 동생 아름(16)이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엔 패스트푸드점에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때묻은 만원 지폐 50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등록금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였다.

      조양은 대학 합격증과 등록금 고지서를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그리고 동생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이제 조양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려고’ 일본어 관광가이드가 되고 싶다던 꿈을 접었다. “우선 음식점에서 불판을 열심히 날라야죠. 저는 이제 예비 대학생이 아니랍니다.” 아버지의 뜻대로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조양의 눈은 아직도 젖어 있는 듯했다.
    • ▲ 찢어버린 대학합격증 / 정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