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면 오리는 물속으로, 닭은 횃대로…”
"만유의 생명체는 뜻과 욕망이 같을 수 없어"
조계종 지관스님 신년회견
“날이 저물고 추워지면 오리는 물 속으로 들어가고, 닭은 횃대로 올라갑니다. 오리와 닭이 차가운 물 속과 횃대로 가는 것은 무엇을 뜻하느냐, 만유의 생명체는 뜻과 기호(嗜好)와 욕망, 희망이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희망에 맞춰 상대를 비판하거나 남을 끌어오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 공존, 화합이 올 수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智冠) 스님이 23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오리와 닭’의 비유를 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 비유는 이날 미리 배포한 회견문에는 없던 내용. 지관 스님은 즉석 연설을 통해 대통령선거를 맞는 정치권과 국민의 화합을 강조하며 “올해는 자기위주로만 생각하지 말자”며 이 비유를 들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종교지도자를 방문, 종교계 표심(票心) 얻기에 부심하는 데 대한 일종의 ‘중립’ ‘거리 두기’ 선언으로 해석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勝源)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이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기보다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각계 각층이 화합하자는 뜻에서 사용한 비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또 “국가를 책임지고 통치할 후보자도, 국민들도 모두 명경지수(明鏡止水), 맑은 거울처럼, 맑은 물 같은 마음으로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며 훌륭한 지도자를 찾자”고도 했다. “대통령은 나라를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인데 그 선거에 무슨 종교가 개입되고, 종친이다, 동창이라고 해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입력 : 2007.01.2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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