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나의 어머니

淸潭 2007. 1. 23. 16:28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한 달 여를 한국에 머물다 돌아오며
가장 진한 앙금 처럼 가슴 밑 바닥에 남는 아쉬움은
'어머니' 이다.

거기 도착한 다음 날도, 또 돌아오기 바로 전 날도,
어머니가 주도하시는 모임이 있던 날들 이었지만,
딸의 마음은 어머니 곁으로  달려 갔으되, 
며느리의 몸은 시댁에 머물러야 했다.

어머니는 방문 드릴 때 마다 뭐가 먹고싶냐...시며,
우리 네 식구를 여기 저기 좋은데로 데리고 다니셨는데,
다녀와서는 그 크신 어머니의 사랑으로만
포만감을  느꼈어야 옳은 일이로되,
음식 맛이나 식당의 분위기에 기분이 좌우되는
모자란 딸 이었다.


호주로 다시 훌쩍 날아오고 나니,
내 손으로 한 끼 밥상이라도 차려드리지 못하고 왔음이
너무나 큰  후회로 남는다.

어머니는 딸이 애들 밥 해주는데 지쳐 있음을 다 이해 해 주시며,
보통의 시어머니가 며느리 밥...
노래를 부르듯이 딸이 해주는 밥에 목숨을
걸지 않으시는  분이지......
우리 어머니는 자신의 며느리에게도 그런걸 바라지 않으시는
특별히 세련된 어머니시지......

그렇게 자위를 해보아도 역시 목에 걸린 가시 처럼
'어머니'라는 단어에 맘이 펺치 않다. 

어머니는 내가 짬을 내어 들를 때 마다
화장품이며, 책이며, 과일이며를
싸 주시고, 꾸려 주시고, 챙겨 주시고, 
찔러 넣어 주시거나, 손에 쥐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지난 해와 달리 이 번 해에는 여기서 사 간
녹색홍합 약 밖엔 특별한 선물도 드리지 못했다.

그나마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리도 노심초사 하시던
만화영화를 함께 보았기에 망정이지,
그 날 아침에 펑펑 내리던 눈발을 핑계로,
피곤한 몸을 구실로,
그 아름다운 내용의 영화에 함께 감동하지 못했더라면,
지금,
꿈에서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놓친 영화를 보러 달려가야만 발을 뻗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가슴 저리게도 감사하는
사랑의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내 아이들에게 먼 훗날 
'어머니' 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테지만,
나의 어머니는
내게 좀 더 다른 존재이시다.
어머니 그 이상의 분이시다.

내 딸이 나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면,
내가 내 어머니에 대해 쓸 수 있는 책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다.


 
 
   - Gustav Klimt 의 Mother and child -


그래서 늘  제일 마지막, 전화를 로밍하기 직전에 공항에서
드리는 전화가 어머니께... 이다.
그래서 떠나는 날 아침에 드렸던 전화에서도 절절한 인사를 생략했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짐검사 엑스레이를 통과 한 후,
아이들과 남편이 먼저 여권을 보여주고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간 후,
내 차례가 되었는데,  바로 그 때 핸드폰이 울린것이다.

어머니였다.
바로 그 시각, 공항에 와 계시다는것이 아닌가?
오후 4시 반, 아마 우리가 그렇게나 빨리 출국 수속을 하고
나갈 줄은 모르셨던 모양이다.
저녁 7시 반 비행기였으니까
...

아아아...
우리가 좀 더 꾸물댔어야 했거나,
공항가는 길이 좀 더 막혀서 늦어졌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먼길을 숨가쁘게 달려오셨을 어머니께
맛난 저녁이라도 사 드리고
좋아하시는 커피도 분위기나게 함께 마시며,
아이들도 한 번 씩 더 안아 보시게 할 수 있었을텐데...


그 곤란한 상황에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당황하고 우물 쭈물 하다가,
다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사정사정하여
사무실이라는 곳에서 도장을 받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날이 갈 수록 점점 작아지시는 어머니가
나 처럼 한 손에 핸드폰을 드시고
딸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며
거기 많은 사람들의 무리 속에 오롯이 서 계셨다.
키는 아주 작지만 내겐 가장 큰 분......

어머니는 며칠 전에 주셨지만 딸이 놓고 간
효소약 한 병을 다시 전해 주시기 위해
분당에서 인천 까지 오신것이다.
아니 그 약을 핑계로, 이제 떠나면
또 한 참이나  볼 수 없을 딸의 얼굴을
한 번 더 보시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밤 운전을 하시기 싫어하는 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않으시려고
처음 타 보는 버스를 물어 물어 타고 오신 것이다.

나는 그 길이 얼마나 먼지 잘 모르지만,
어머니 성격을 아는 나는
그 길이 아주 많이 멀거라고 생각한다.

몇 번이나 너무나 작아지신 어머니를 안아 드리고
딸은 아쉬워하며 아이들과 남편이 기다리는
출국심사장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어머니는 손을 흔들며 한참이나 아주 아주 오랫동안
딸이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거기 그렇게 서 계셨다.

출국심사장 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지금도 내 눈 앞에 계속 서 계신다.


어려선 아픈 자식으로 속을 썩인 딸.
기대도 많으셨지만 하나도 이루어 드리지 못한 딸.
이제는 제 가족 밖엔 모르는 딸.

그렇지만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주는게 효도라며
좋아하시는 바보 같은 어머니......

"엄마, 죄송해요.  어릴 땐 정말 크게 성공해서
그게 모두 다 저를 위해 희생만 하신
훌륭한 엄마 덕이라고
온 세상에 많이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돈도 많이 벌어서 다 엄마께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성공도 못했고 돈도 못 벌었네요.

그러면서도 뻔뻔스레,
내가 잘 살고 있으면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실 속 깊은 분이라고 믿고 있네요.

엄마. 
도착하자 마자
'맛있는 상도 직접 차려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 전화를 하셨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먼저 해야했던 말이었는데......

떠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또 다시 약을 부쳐주시겠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나 제 자신이 미웠어요.

어머니,
그 시대에 최고 학부를 나오시고
여장부 처럼 하고 싶은 일도 많으셨지만,
운명의 굴레를, 여자의 숙명을
조용히 감내하신 어머니,
어머니가  인생 공부,  마음 공부를 많이 하시고
널리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시고 계시니
다음 생엔 사차원, 오차원을 넘어
더 높은 세계로 가실 줄 믿기에
그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곁에서 친 자식 보다 더 살갑게 부모님을 보살피는
친지들이 있으니 무정한 딸이지만
안심이 됩니다.

어머니, 그렇지만 가시기 전에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아이들을 좀 더 키워놓은 후에,
같이 늙어가는 딸과 누릴 수 있는 기쁨,
많이 드릴 때 까지
조금만
조금만
더 오래 건강하세요......" 
 


    Mother of mine (나의 어머니)
    Bill Parkinson
    신영옥,soprano



     Mother of mine
    You gave to me
    all of my life
    to do as I please.


    I owe everything
    I have to you.
    Mother,
    sweet mother of mine


    Mother of mine
    When I was young
    You showed me the right way
    things should be done.


    Without your love,
    where would I be?
    Mother,
    sweet mother of mine.


    Mother,
    you gave me happiness
    much more than
    words can say.


    I pray the Lord
    that He may bless you
    every night
    and every day.


    Mother of mine
    Now I am grown.
    And I can walk straight
    all on my own.


    I'd like to give you
    what you gave to me.
    Mother,
    sweet mother of mine.


    * repeat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셨지요


    내가 가진 모든 건
    어머니의 덕분이에요.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내가 어렸을 적에는
    살아가며 해야만 할
    올바른 세상 이치를 알려주셨지요.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제가 어디에 있을 수 있겠어요.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나에게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행복을 주셨어요..


    난 신께 어머니를
    매일 밤낮으로
    축복해 달라고
    기도드려요.


    나의 어머니..
    난 이제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어머니께서 나에게
    주신 것들을 돌려 드리고 싶어요.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