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붙들라" <조선일보 2005/3/18/>
비구니 정목 스님 ‘우울증 예방 명상 강좌’
“과거 고통·미래 불안 잊고 현재에 집중해야”
"볼펜이든 안경이든 아무 물건이나 꺼내 눈길이 잘 닿는 곳에 내려놓으십시오. 그리고 제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그 물건만 바라보며 주의를 빼앗기지 마십시오. 그럼 시작!”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마음고요센터’. 70여명의 남녀노소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다. 우울증 예방을 위한 명상이다.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마음으로 듣는 음악’을 진행하는 비구니 정목(正牧) 스님이 명상 강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자기 물건을 하나씩 들여다 보기 1분여, 스님은 “집중한 분 손 들라”고 했다. 거의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이어 스님은 “눈을 감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한 가지 이미지를 생각하고 주의를 집중하라”고 했다. 집중을 멈추고, 정목 스님이 “집중했느냐”고 물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집중했다고 답한 이는 절반 정도로 줄었다.
“불과 40초가 지났을 뿐입니다. 이렇게 짧은 순간도 한자리에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여기저기로 달려가는 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스님은 “마음을 붙들라”고 했다. “우울증은 대부분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곱씹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향해 마음이 마구 달려가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 마음을 현재에 내려놓지 못하고, 마음이 어디로 달려갈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질병입니다. 그 마음을 붙잡아야 합니다.”
명상은 계속됐다. ‘스스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성격’과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 “이 부정적인 생각을 10년 전, 30년 전, 혹은 태어나기 전에도 가졌는가?” “그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을 10년 후, 30년 후, 죽은 후에도 미워할 것인가?” 참가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흘러나왔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굳었던 마음이 녹고, 용서가 흐르는 모습이었다.
정목 스님은 “최근 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에서 보듯, 우울증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스님의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자 중에도 자살 충동을 털어놓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스님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있듯이 주변 사람들과 온 사회가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禪)수행·명상의 기법을 활용해 우울증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스님은 1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불교방송 사옥 3층 다보원에서 공개 강좌를 또 갖는다. “우울증으로 인해 죽음의 벼랑에 매달린 사람들이 이런 명상을 통해 생명의 길로 들어선다면 큰 보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02)705-5233
◇정목 스님이 권하는 우울증 예방 명상법
①나쁜 기운 버리고, 좋은 기운 얻기 위한 기(氣)체조 5분
②주의력 단련(소지품→방안의 사물→가상의 이미지)
③몸 알아차리기(신체 각 부위의 움직임 관찰)
④자신의 성격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명상
⑤도저히 용서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명상
⑥자비심, 긍정적 사고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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