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般若) 시중(示衆)
반야 : 중국 홍주(洪州)의 절학세성(絶學世誠)선사, 남악(南嶽)의 20세(世).
장 서방이 마시고 이 서방이 취하는 도리
삼년 오년을 정진해도 힘을 못 얻으면 참구해 오던 화두를 내버리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길을 가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쌓은 허다한 공부가 참으로 아깝다.
뜻이 있는 자면 산수(山水) 좋고 조용한 승당(僧堂)에서
맹세코 삼 년만 문을 나서지 말아 보아라.
반드시 열릴 날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공부하다가
마음이 좀 맑아져 약간의경계가 나타나면
문득 게송(偈頌)을 읊으며 스스로 큰일을 다 마친 사람이라 자처하고
혓바닥이나 즐겨 놀리다가 일생을 그르치고 만다.
세 치 혓바닥의 기운이 다하면
장차 무엇으로써 감당할 것인가.
생사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참 다와 야 하고
깨침 또한 실 다와 야 한다.
화두가 면밀하여 끊임이 없고,
몸이 있는 줄도 알지 못하면,
이것은 〈나〉라는 집착은 없어졌으나
법에 대한 집착은 아직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몸을 잊고 있다가 문득 다시 몸을 생각하게 되면,
꿈속에 만길 낭떠러지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마침내 깨어나는 것과 같이,
이 경지에 이르거든 오로지 화두만을 단단히 들고 가라.
문득 화두를 따라 일체를 잊어버리면
주관인 나와 객관인 법이 모두 없어질 것이다.
불 꺼진 재에서 콩이 튀어야 비로소
장 서방이 마시고 이 서방이 취하는 도리를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때 반야 문하(般若門下)에 와서 방망이를 맞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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