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부처님의 궁밖 나들이

淸潭 2006. 11. 3. 21:41
부처님의 궁전밖 나들이


어느 날 왕자는 아버지와 궁 밖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해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행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좋은 향기를 실어 나르고 땅에선 따뜻한 기운이 솟아 나오고 있었습니다. 왕자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슛도다나 왕이 먼저 첫 삽을 뜨고 나면 농부들은 올해의 농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농부들이 삽질을 시작합니다. 그러자 새가 꿈틀거리는 벌레를 물고 날아갔습니다.
왕자님은 쟁기를 끄는 소를 보았습니다. 소는 채찍을 맞아가며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검게 그을린 농부들의 주름진 얼굴도 왕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왕자님은 몰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방금 본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새는 왜 힘없는 벌레를 잡아먹을까? 소는 왜 맞으며 살아야 할까? 우린 편안하게 살고 있었어. 농부들의 힘들어하는 얼굴을 봐. 왜 이렇게 다르게 사는 걸까.’
왕자님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후부터 왕자님은 말이 없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슛도다나 왕은 왕자의 마음을 즐겁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왕자가 생각에만 빠져 있어 걱정이다. 왕자를 즐겁게 해줄 방법이 없겠느냐?”
신하들과 의논을 했습니다.
“왕자님이 나들이를 하시면 어떨까요?”
왕은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도록 했습니다.
“왕자가 우울해 할 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하여라.”
신하들은 거지나 아픈 사람들은 거리에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길에는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꽃을 뿌렸습니다. 왕자님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왕자님 좀 봐. 정말 잘 생기셨다.”
“분명 훌륭한 임금님이 되실 거야.”
왕자님을 보는 사람들은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왕자님도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슬프게 왕자님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느냐.”
왕자님은 마부 찬다카에게 물었습니다.
“늙어서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늙었느냐.”
“아닙니다. 저 사람도 전엔 귀여운 아기일 때가 있었습니다. 건강한 청년인 때도 있었구요.”
마부는 당황했지만 왕자님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아버지도, 나도 저렇게 늙게 되느냐.”
“예, 사람은 다 늙습니다.”
“찬다카, 궁으로 돌아가자.”
왕자님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왕자님은 호화로운 궁궐이 더욱 싫어졌습니다.
“나도 추하게 늙어가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다 늙어가는데 이런 호화로운 생활이 무슨 소용인가.”
왕자님은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슛도다나 왕은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왕자가 다시 나들이를 하면 어떻겠느냐? 길을 전보다 더 아름답게 꾸미고 집들도 치장을 하도록 해라.”
신하들에게 말했습니다.


“즐거운 노래에 맞춰 아름다운 무희들이 춤을 추게 하라.”
슛도다나 왕은 왕자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들이 나온 왕자님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거리는 감탄과 흥분으로 술렁거렸습니다. 왕자님은 사람들 속에서 시퍼런 얼굴을 하고 콜록거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찬다카,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거냐.”
왕자님이 물었습니다.


“병이 들어서 그럽니다.”
마부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대답을 했습니다.
“왜 병이 들었느냐?”
“사람은 모두 병에 거립니다.”
“그럼 나도, 아버님도 저렇게 병이 들어 고통스러워 진단 말이냐?”
“누구라도 병이 드는 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
왕자님은 전보다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다시 궁 밖으로 나들이를 가게 되었습니다. 왕자님은 슬피 울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커다란 상자를 메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왜 슬피 울고 있는가? 저 커다란 상자에는 무엇이 들었지?”
왕자님은 마부에게 물었습니다.
“죽은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왜 죽었느냐.”
“사람이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서 죽게 됩니다.”
왕자님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왕자님은 사람들이 슬퍼하지도, 아파하지도 않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영원히 행복하게 될까?’
왕자님은 그것만을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왕자님은 이상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헌옷을 입고 못 먹어서 몸은 말랐지만 얼굴은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출가하여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고생을 하십니까?”
“늘 행복한 마음으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 사람의 눈은 별빛처럼 맑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왕자님은 그 사람처럼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늘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왕자님은 출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왕자님은 아버지께 자신의 결심을 이야기했습니다.
“뭐든 다해 줄 테니 내 뒤를 이어 훌륭한 임금이 되어다오.”
슛도다나 왕은 왕자님에게 애원을 했습니다.
“아버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무엇이든 다 해주마.”
슛도다나 왕은 말했습니다.
“아프지 않게 해주십시오. 또 늙지도 않게 해주십시오. 불행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왕자님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슛도다나 왕은 약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왕자의 결혼을 서둘러야겠다. 예쁜 부인과 아기가 생기면 왕자가 다른 생각을 않겠지. 왕자의 결혼 준비를 하라.”
슛도다나 왕은 신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왕자님은 아름다운 아쇼다라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예쁜 아기도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싯다르타 왕자님은 사랑하는 아내와 예쁜 아기도 언젠가 늘고 병들며 고통스럽게 된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그럴수록 왕자님은 출가를 해서 모두가 영원히 행복하게 되는 길을 찾아야겠다고 간절히 생각하였습니다.
“아쇼다라, 정말 미안하오. 모두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오. 아가, 잘 있어라.”



지은이: 이수현(출처:http://www.buddhasite.net/) <현대불교미디어센터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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